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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솔송 Jun 01. 2022

최선을 다하면 큰일 나요.

첫째의 언어지연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님은
“사람은 자신의 능력의 100%를 사용해선 안 된다.”

능력의 60~70%만 써야 한다. 절대 최선을 다해선 안 된다는 게 제 모토였어요.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큰일 난다.

인생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깐
능력이나 체력을 대체로 남겨두려고 하고 있다.




나름의 최선을 다해서 아이를 봤고, 그 결과는 언어지연이었다.

아이가 말을 배울 시기에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고,

매일을 집에서  엄마하고만 보냈다.

해외에 사는 아이들이 언어지연인 경우가 종종 있다며 소아과 선생님께서 얘기해주었지만

이 모든 게 다 엄마 탓 같이 느껴져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어요.





28개월 때는 가나다라마바사를 할 때 곧장 따라 했다. 세돌이 지나서는 “사”발음이 안됐다. 사자를 “으자”라고 말해 무척 당황스러웠다. 28개월 때부터 계속 말을 따라 하게 시킬걸 후회가 되었다. 아이와 놀 때 말하는 것만 집중해서 들렸다. 그러다 보니 매 순간 아이에게 말을 시키려 들었다. 아이는 주눅과 움출어 들어 더 말을 안 하려고 했다. 1년이 늦었는데, 지금 말 안 하면 더 늦어진다는 마음에 조급함이 밀려왔다.




병원에서의 처방전은 아이를 주 5일 어린이집으로 보내라고 했어요. 상황이 안돼서 내년쯤 갈 수 있기에 절벽에 내몰린 느낌이었다. 아이를 몇 달간 한국에 보내야 되나, 부모님들께 도움을 청해 미국으로 오시라고 부탁을 드려야 되나,  여러 생각들이 들었다. 아이 혼자 한국에 두고 오기에는 너무 어렸다. 양가 부모님께서는 일하고 계서 갑자기 미국으로 오시는 게 힘들었어요.



말이 늦으면 인지기능 발달이 늦어진다.
표현을 잘 못하게 되면, 소리를 지르고 손이 먼저 나간다.
말을 못 하는 애들은 또래들이 잘 안 놀아 준다. 친구 사귀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말들에 불안감이 몰려왔고, 겁이 났다. 육아가 짐이 되어 어깨를 사정없이 짓눌렀어요. 인생이 잿빛에 굴곡을 느꼈다. 아이가 나로 인해 피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다 김영하 작가님의 말을 만나게 되었다. 육아에 최선을 다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모든 삶에서 최선을 다하고 살지 않기로 했다. 힘을 뺐다. 말을 못 하면 못하는 데로 나두었다. 대신할 수 있는 것에 집중을 했다. 주말에 한글학교 가기. 한글학교에서 내준 숙제 매일 하기. 동화책 천천히 읽어주기. 역할놀이 위주로 놀기.



한글학교에서 한 학기가 끝나고 성적표가 나왔어요.




마지막 학예회 때, 리아는 무대에 나가 울지 않고 서있다.

내성적 성격에 사람들을 보면 도망가던 아이가 율동을 하고 있다.

학습활동 참여 개선 필요, 사회성 부분 개선 필요를 받았지만, 수업시간 중 질문에 대답을 했다니 장하다.




같은 반 아이가 우수상 받았을 때, 리아는 엄마 마음에 우수상이었어요.



육아에,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마음을 비웠더니 심리적 부담이 내려갔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으므로 다시 일어설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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