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면으로 2,000원 비싸지기

bgm : 윤지영 - 우우우린

by 민서

나와 훈은 제법 ‘짬짜면’ 같다. 쉽게 말하자면 맞는 것 반, 안 맞는 것 반. 제 색깔이 섞이지 않고 반반이다. 사람들이 중국집에서 주문할 때 짬짜면을 선택하는 이유가 짜장면도 먹고 싶고 짬뽕도 먹고 싶어서니까. 결국 둘 중에 승자를 가리지 못해, 반이 나뉜 그릇에 함께 담겨 오는 게 아닌가. 우리는 딱! 그런 짬짜면을 닮았다.

정말 우리가 어느 정도로 다른가 하면은. 나는 달콤한 고구마를, 그는 심심한 감자를, 나는 매콤한 비빔냉면을, 그는 시원한 물냉면을, 나는 짭짤한 양념치킨을, 그는 바삭한 후라이드 치킨을, 나는 부드러운 슈크림 붕어빵을, 그는 담백한 팥 붕어빵을 좋아한다. 이런. 우리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렇게 다른 우리가 다툼 한번 없이 사귈 수 있는 이유는 서로를 진심(眞心)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글을 읽다 살짝 토가 나올 것 같다면, 죄송하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오래간만에 불어온 봄바람을 만끽하는 나로서는 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안달이 났기 때문이다. 이제는 추워서 이가 달달 떨릴 만큼 차가운 글 말고, 달콤해서 이가 으악 하고 쓰라릴 만큼 따스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렇다. 사실 이 글은 사랑에 빠진 내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서 쓰는 글이다. 아직도 사랑이라는 게 감정인지 상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살면서 그것을 몸소 느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깨달았다. 내가 더 사랑하는 것 같은 관계. 사랑은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얼마나 잔인하던지. 항상 모자라는 사랑을 채우려 안간힘을 썼는데도. 이뤄질 수 없는 관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렇게 엉뚱한 곳에 힘을 써댔다. 힘을 쓰고 나면, 힘이 빠져 움직일 수가 없는 방전의 상태에 도달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게 참 어려웠다.


내가 사랑받고 있지 않다는 걸, 인정하기가 괴로웠다. 사랑받지 못하는 건, 서로 다른 부분이 너무 많아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대방의 사랑이 모자란다고 느낄 때면, 자꾸 나와 다른 점을 찾아냈다. 아, 이게 안 맞았네. 이게 중요한 데, 이게 안 맞으니까 헤어졌지. 모든 이별의 원인을 내게서 찾는 건 힘들었고, 이별의 원인을 ‘우리’에서 찾아내면 그나마 덜 지쳤다. 근데 다른 점을 찾아내다 보니, 그게 자꾸 틀린 점이 되었다. 이 생각에 대한 방안이 나랑 틀리니까, 분명 이걸로 문제가 생기겠네. 그러다 헤어지겠네. 사귀지 말아야겠다. 나와 다른 점이 발견될 때마다, 두려워졌고 무서워졌다. 그래서 자꾸 먼저 관계를 끝냈다. 일부러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근데 훈과의 시작은 뭐랄까. 피해 지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갑자기 훅! 들어와서는 도망치지도 못하게 나를 꽉 안아준 사람이었다. 다른 점을 발견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은 잔인하게도 흐르면 흐를수록 늘 다른 점을 명확히 보여 주었다. 훈은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었다. 나와 안 맞는 점 3가지를 골라보라는 말에, 신나게 5가지 이상을 말하는 그의 말에 꿀밤을 한 대 때리고 싶었지만. 그는 항상 그랬다.


‘우리는 다른 점이 너무 많은데, 나는 그게 좋아. 서로 경험해보지 못한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잖아. 그래서 나는 민서가 너무 좋아.’


자신과 다른 모습이 너무 좋다고 해주는 사람을 만나니, 불안이 자꾸 줄어들었다. 서로 다른 모습 그대로를 아껴주는 그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나를 있는 그대로 머물게 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를 나만큼 사랑해 줘서 다행이다. 나도 그 사람처럼 그를 사랑하기로 했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힘을 기르려고 한다. 전혀 맛이 다른 그와 나, 그 자체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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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폭행을 당하면 뼈를 맞아서 순살이 된다는 표현을 쓰는데, 요즘에는 거기에 좀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2,000원 비싸진다는 표현을 쓴단다. 뼈 있는 치킨보다 순살 치킨이 2,000원 비싸기 때문이다. 짬짜면도 짜장면에 비해 2,000원이나 비싸다. 두 가지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뚜렷하기에, 2,000원 정도 더 값이 나가는 게 아깝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그와 그렇게 짬짜면처럼 섞인 듯 섞이지 않아 2,000원 더 비싼 짬짜면이 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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