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 (唯一)

bgm : 검정치마 - 나랑 아니면

by 민서


유일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유일한 사람이 돼야 했다. 내가 대체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해 내야만 했다. 그래야 자꾸 스며들어오는 이 질긴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는 게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 많고 많은 좋은 점 중에서도 나쁜 점을 발견해 내는 게 더 쉬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호의에 숨은 뜻을 찾아내려 그렇게도 애를 썼다. 그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보면, 겁이 났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분명 좋은 사람일 텐데. 나에게도 잘해주니, 결국 우리에게 좋은 사람인데도 신경이 쓰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바람피우거나, 다른 마음을 가질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내게 최선을 다해 신뢰를 주는 사람인데도, 속이 상하고 슬펐다. 아무도 미워할 수가 없다. 불안한 마음이 이리저리 요동친 밤이 끝나면 깨닫게 된다.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화살을 쏘아 올렸으나, 과녁이 없었다.


갈 곳을 잃은 화살은 내가 쥐어 당긴 만큼 강한 속도로 다시 내게 꽂힌다. 그 누구도 미워할 수 없기에, 날카로운 마음은 미움을 가진 내게로 돌아온다. 결국, 문제는 나니까. 내가 미워하지 않으면 문제 될 게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왜 자꾸 미움을 키워낼까. 나는 왜 자꾸 사랑할수록 불안해질까. 나의 불안을 삼킨 밤은 점점 어두워지기만 했고, 캄캄한 밤 속에 숨어 실컷 울어댔다. 내게 내어준 그의 한쪽 팔이 젖어갈 때쯤,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같이 노력해 보자고. 어떻게 노력해야 할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누가 정답을 알려주면 참 좋으련만.

그를 사랑할수록, 유일함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 된다. 그가 나에게 있어서 더 큰 존재로 자리 잡을 때마다, 유일함을 욕심 내게 되니까. 욕심을 내면 더 슬퍼지고 더 아파진다는 것을 알지만, 멈출 수가 없으니까. 불안이, 그 익숙한 감정이 올라오면 숨을 죽이고 운다. 울고 나면 좀 나아지니까. 눈물로 툭툭 떨어뜨려낼 때면, 마치 질긴 마음이 함께 추락하는 것 같다. 그렇게 울고 나면 추락해 사라질 감정일 테니, 욕심을 낸다. 나는 유일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감히 누군가의 유일한 사랑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난 그 자리를 탐한다. 가끔은 확신을 갖기 위해, 나는 이상한 방법으로 그를 시험했다. 이렇게 해도, 과연 네가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짜증이 나는 날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혼자 삭히고 말 감정이었겠지만. 그날따라 감정이 주체되지 않았다. 이유 없이 화를 내고 짜증을 내도 설마 나를 좋다고 할까. 그가 나를 밀어내면 어쩌나, 내게 실망하면 어쩌나 겁이 났으면서 밀어냈다. 밀어낼 수 있는 지금. 지금이 아니면 밀어내지 못할 것 같으니. 할 수 있을 때, 밀어내야 한다. 그래야 다치지 않으니. 그렇게 난 미움받을 용기를 가진다. 용기를 가지면서, 두려움을 삼킨다. 혼자 만반의 준비를 마쳤는데, 그가 말했다.


‘괜찮아, 민서. 어떻게 사람이 맨날 기분이 좋겠어. 그럴 때도 있는 거야. 괜찮아, 이리 와.’


그는 날 안아줬다. 안아줬다. 나는 분명 가시를 드러냈는데, 안아줬다. 당연히 날 미워하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안아줬다.

그는 항상 절벽 끝에 매달려 위태로운 나의 마음을 꽉 묶어 잡아준다. 내가 살면서 누군가의 품에 안겨 힘껏 울어볼 수 있을까. 자신의 한쪽 팔이 젖어 들어가도, 또 다른 한쪽 팔을 내어주는 사람을 만나볼 수 있을까. 나는 사랑을 받고 있었다.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온전한 내 편이 이 세상에 있다. 그와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영원을 조심스럽게 빌었다. 먼 훗날 우리가 늙고 병이 들어도, 그는 어김없이 내게 곁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일 것 같다. 나는 그런 사람의 유일한 존재가 되고 싶다. 내게 유일한 당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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