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은퇴학교 유튜브 채널을 본다. 은퇴학교에서는 채소 과일식이 자주 소개된다. 워낙 과일과 채소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채소 과일식은 먹고 나면 속이 편해서 우리 집 아침 식단에 자주 오른다.
밥과 국을 먹어야지만 아침 식사를 했다고 생각하던 남편도 채소 과일식에 잘 적응하고 있다. 남편에게 아침밥을 차려줄 거냐고 물으면 요즘은 손사래를 친다.
우리 집 아침 식사는 계절별로 약간씩 변화를 주는데 더위가 느껴지지 않는 한 겨울철 식단을 유지한다. 따뜻한 수프와 온기 있는 오믈렛을 곁들인 야채 과일식이다.
단호박 야채수프는 한 번에 넉넉하게 만들어두고 냉장 보관하면서 2, 3일 정도 먹는다. 단호박, 무, 양배추, 토마토, 당근, 사과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물 반 컵과 함께 웍에 넣고 10분~15분간 쪄낸 다음 믹서에 곱게 갈면 된다.
단호박 야채수프를 먹을 땐 생들기름이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한 스푼 넣어 먹으면 수프가 더 부드러워진다. 올리브오일을 한참 먹다가 요즘은 생들기름을 먹고 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때문은 아니고 입맛에 더 잘 맞는 것 같아서다.
오믈렛은 포만감을 준다. 맛도 있다. 단백질 보충, 각종 영양소를 섭취한다는 면에서도 만족스러운 음식이다. 여름철엔 삶은 달걀을 먹지만 추운 계절엔 따끈함이 먹을 때까지 유지되는 오믈렛이 좋다.
오믈렛 만들 때 호텔의 주방장들이 접시 안에 알맞게 들어갈 만한 크기로 방방하면서도 봉긋하게 만들어 주는 모양을 상상한다. 하지만, 늘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요즘 모양은 포기했다. 맛만 있으면 됐지 무얼 더 바랄까.
내가 만드는 오믈렛은 양파와 양배추를 거칠게 다져서 팬에 볶은 다음, 계란을 넣고 익을 때까지 휘휘 젓다가 소금 후추 약간씩 솔솔 뿌리면 된다.
남편은 계란 완숙을 좋아하고 나는 반숙을 좋아한다. 그래서 살짝 익었을 때 반절을 잘라 접시에 꺼내두고 나머지 반은 바싹 익혀서 남편에게 준다.
오믈렛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달걀의 난각 번호다. 가급적이면 1번을 구입하는데 1번 구입이 어려울 땐 2번을 구입하기도 한다.
계란에는 고유번호가 두 줄로 찍혀있다. 위 줄에는 생산된 날짜, 아래 줄에는 농가 고유번호 5자리와 맨 끝에 사육환경 번호가 찍혀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0426
a23451
계란에 찍힌 번호 중 아랫줄 맨 끝에 찍힌 번호가 사육환경 번호다. 사육 환경 번호가 낮을수록 가격은 비싸지만 안전한 달걀이다.
사육 번호 1번은 자연 방사, 2번은 평사사육(계사 안이지만 마당이 있어 뛰어놀 수 있는 환경), 3번은 축사 사육, 4번은 케이지에서 사육된 계란이다.
스트레스를 덜 받은 닭이 낳은 달걀은 1번이다. 은퇴학교에서 안전한 먹거리를 자주 먹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그 말에 동의한다. 커피 한 잔 줄이고 난각 번호 낮은 것 먹기를 실천하면 부담감이 덜하다.
오물렛에 야채 샐러드를 곁들여 먹는다. 야채 샐러드는 주로 비트, 양배추, 당근을 가늘게 채쳐서 올리브오일, 레몬즙, 소금,후추,꿀 약간을 넣고 버무려서 먹으면 오믈렛과 아주 잘 어울린다.
과일은 제철에 나오는 과일을 한 접시 먹는데 요즘은 주로 사과를 먹는다. 이 외에도 견과류 듬뿍 넣은 요구르트를 먹는데요구르트는 남편이 좋아한다. 집에서 만든 요구르트에 이런저런 견과류를 부숴 넣고 냉동실에 얼려둔 블루베리, 건포도를 넣고 버무려 먹는다.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는 남편의 요구르트 그릇엔 딸기잼도 차수저로 반 스푼 넣어준다. 혈당 수치가 높거나 당뇨 증세가 있으면 잼은 생략하겠지만 아직은 먹어도 괜찮을 정도니까.
요구르트 또한 1,000ml 우유로 만들어 두면 둘이서 5일 정도 먹는다. 하루에 한 번씩 아침에만 먹으니까 자주 만들지 않아도 된다. 요구르트 또한 아침식사 메뉴로 훌륭하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좋다는 의견, 아침에 공복 상태를 유지해야 좋다는 의견이 서로 교차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의견이 맞느냐 틀리냐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아침을 먹을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면 이것저것 챙겨 먹는다. 바쁠 때는 공복 상태로 지내기도 한다. 가끔 우리 집 아침 식사는 안녕한지, 안녕하지 않은지 살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