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만 숨을 쉬세요

지극히 주관적인 에세이 9

by 김유정

"호흡기를 통해 입으로만 숨을 쉬세요"


스킨스쿠버다이빙 강사가 내게 말했다. 나는 오랫동안 비염을 앓고 있어서, 코보다 입으로만 숨을 쉬는 게 익숙해서 별 걱정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물안에 들어가니 나도 모르게 미세하게 코로 숨을 쉬게 됐다. 자꾸 물안경 속으로 물이 들어왔다.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는 코인 줄로만 알았는데, 너도 미세하게 숨을 쉬고 있었던 거구나. 너도 죽어있지는 않았던 거구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코인 줄로만 알았는데, 제 딴에는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단순 코뿐이 아니다. 내 인생에서 나라는 사람 역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코처럼 아주 미세하게 기능을 하려고 노력 중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여행이 전부 멈추게 되면서 나는 제 기능을 잃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의 직업은 크게는 글 쓰는 사람이지만 여행 글쓰기가 나에게는 가장 제 기능이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여행이 멈춘 순간에도 여행 이야기로 글을 쓰는 사람을 넘쳐나는데 나는 뭘 하고 있는 거지 수없이 타인과 나를 비교했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면 할수록 자존감을 바닥을 향해 곤두 쳤다. 비교는 역시 나쁘다. 알면서도 자꾸 비교하게 된다.


제 기능을 잃었다고 생각한 코도 제 몫을 하고 있는데, 나도 나도 모르게 미세하게 제 몫을 하고 있지 않을까.


천천히, 하나씩, 꼼꼼하게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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