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다니

매일이 약속이었다

by 진이설

얼마 전 유튜브 쇼츠를 보다가 강남이라는 연예인이 나왔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강남이 지하철에서 만난 일반인과 8년 넘게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우연히 지하철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연락처를 주고받은 인연이 되어 결혼식 사회까지 맡아준 사이라고 했다.

내가 알고 있던 강남은 정신없고 좌충우돌한 성격이었는데, 사람들과 친해지고 우정을 잇는 방식이 나와 닮아 있었다.
부모님께 들은 이야기로 나는 어릴 적부터 낯가림이 없고 사교적인 아이였다고 한다.


완행열차를 타고 가다 처음 만난 아이들과 뛰어다니고, 길거리에서 만난 어른들과도 금세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고 했다.
주변 어른들은 ‘어쩜 저런 아이가 있나’ 하며 신기해했다.

그래서였을까, 내게는 늘 약속이 넘쳤다.
작년까지만 해도 휴대폰에 1,000명 넘는 사람의 번호가 저장돼 있었다.
매년 백여 명의 연락처를 지워도 여전히 1,000명 안팎을 유지했다.
지인들이 너무 많아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내 약속 자리에 함께 앉는 일이 흔했다.

대학교 시절에 나처럼 약속이 많은 한 선배를 만났다.
우리는 금세 친해졌고 형은 본인집 한편을 내 공간으로 주었다.

그 선배도 낯가림이 없고 인연이 많았기에 서로의 지인들이 뒤섞였다
학교 동창, 회사 동료, 거래처, 군대 선후임, 심지어 친척까지 섞여서 우리의 일상은 점점 하나로 엮였다.

하지만 몇 해 전 선배가 세상을 떠나고 나 또한 작년에 큰일을 겪으면서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전화번호를 바꾸고 많은 이들과 연락을 끊었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예전처럼 매일 사람을 만나던 삶도 좋았지만,
지금처럼 고요한 시간 속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는 여전히 강남처럼 살던 시절의 나를 기억한다.
오가다 만난 인연들과 20년 넘게 우정을 나누고 있다.

세상에는 분명 나쁜 사람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좋은 사람들이 있다.

이제 나는 흔한 소시민으로 조용하게 살아간다.

의외로 이렇게 사는 편이 예전보다 마음은 더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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