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잘 살아보자
시간은 상대적이고 절대적이다
불공평하면서도 평등하다
가끔 시간을 생각하면 아득하게 뭔가로부터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시계가 아닌 삶의 냄새가 밴 시간들
추억과 노력과 낭비가 함께 녹은 단어가 떠오른다
나는 그 단어를 제대로 쓰고 있는가
글을 쓰며 가장 망설이는 건 능동사다
피동과 부정은 여운이 있어 버릴 수 없고
다음은 인칭대명사다
우리말엔 본래 피동도 삼인칭도 없었다고 한다
일본이 피동을 서양 문법의 번역을 거치며 우리에게 들어왔고 그 틈에서 우리말의 결이 변했다
그렇게 우리의 시간도 변했을 것이다
언어가 달라지면 세상이 달라진다
시간은 언어를 닮고
언어는 시간을 닮는다
연말이 오면 지난 시간을 본다
의미 없는 날이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언어를 통해 쉴 수 있었다
부끄럽지만 글 덕분에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내년엔 어떤 시간들이 올까
대충 태어난 인생이라도
나의 작은 흔적 하나쯤 남기고 싶다
그 욕심이 남아 있다는 게 다행이다 생각한다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어릴 땐 단순했는데
이제는 거구의 몸을 이끌고 버티는 일뿐이다
그래도 나는 올해도 잘 견뎠다
지구별의 한 사람으로
내년에도 그렇게 잘 살아보자
종교는 없지만
글은 나의 기도다
문장은 나를 위로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