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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풍기 Aug 11. 2023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가던 날 (1)

신축빌라에서15평에서 34평으로 이사가던 날

제목만 보면 많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간다. 오랫동안 서울에서 살고 있던 몇 어른들은. “경기도로 나가면 서울에 다시 못 들어와”라는 엄포를 놨었고. 몇 어른들은 “신도시 가서 아기 키우면서 살기 좋지” 하는 평가로 나뉘었다. 본인들이 살아온 방식으로 우리에게 조언을 해준 것이었다.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본인이나 본인의 가정이 선택하는 것이지.


 우리가 살던 서울 한복판 먹자골목의 신축빌라는 조금 특별한 집이었다. 신축빌라였는데 그 건물 통째로 한 가족이 소유하고 있었다. 부동산 계약을 할 때는 할머니 한 분이 오셨는데, 무려 3명이 공동명의로 되어있는 건물이었다. 그 할머니는 그 동네에 5-6채 정도 빌라를 가지고 계신 건물주 할머니였는데, 가진 재산과는 다른게 소박한 키플링 가방과 털털한 모습으로, 제네시스와 포드를 끌고 다니시는 분이었다.
 
 부동산에서 계약을 할 때도 할머니의 주제는 다양했다. 세명이 공동명의인 경우는 부동산도 처음이라고 하셨고 할머니는 “세금 때문에”라는 말씀을 하셨었다. 그렇게 도장이 세 개나 찍힌 임대차 계약서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건물이 많았던 할머니는 함께 거주하고 있지 않았다. 빌라는 주차 문제가 곤욕인데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옆 빌라에 사는 젊은 여자가 매번 우리 빌라에 주차를 하는 파렴치한 짓을 했다. 나도 본 적은 없었는데 우연히 집주인 할머니와 1층에서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 여자가 또 우리 빌라에 주차를 하고 자기 집으로 올라가려는 순간. “거 왜 거기 가면서 이쪽에 주차를 해요? “라고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그 여자는 너무 뻔뻔하게
 “여기 집주인이랑 저기 집주인이랑 이야기된 부분이에요 ㅡㅡ”

아니꼽게 반응했다. 그 여자는 그 털털한 뽀글 머리 할머니가 이 빌라 건물주라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못했겠지. 할머니는 바로 언성을 높이셨다. 내가 여기 건물주라고 그 건물 건물주도 누군지 안다고. 나한테 한마디 말도 안 했는데 어디 거짓말을 하냐며 불같이 화를 내셨다. 와 눈앞에서 일어난 일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뻔뻔한 그 여자는 마지막까지 죄송하다는 말없이 차를 빼고는 사라졌다.



내 편일 때 든든한 집주인 할머니. 마지막 짐이 빠지는 순간에도. 도배 부분이랑 살면서 생긴 흠집에 대해 말했더니 “그런 거 다 괜찮다고. 안 좋은 거 다 여기 두고 가고 좋은 곳 가서 행복하게 살아”라고 말해주신 분. 그달 관리비 다시 챙겨주시면서 앞으로 모든 일이 잘 되길 바란다는 덕담까지 해주셨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가진 자의 여유인가?
 


 할머니는 보증금을 수표로 바꿔 오셨다. 새로 이사 가는 집 계약할 때 좀 더 편하라고 그렇게 하셨다고 했다. 그 수표는 할머니가 우리를 한 번 더 챙겨주신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그 수표가 나중에 우리에게 또 시련(?)을 줄 것이라곤 생각 못 했다.



그렇게 서울에서 밀려났다. 밀려났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딱 그런 기분이었다. 돈이 없으니깐 그래도 좀 넓고 편하게 살고 싶으니깐 우리는 경기도로 이사 가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많은 것이 달라지겠지.
 
 기대되는 맘도 가득, 뭔가 모르게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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