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가던 날 (2)
이때는 상황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가 전셋집을 계약하고 입주까지 약 2달간의 시간이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시간이 지날 때마다 집값이 올랐다. 덩달아 전세가격도 올랐고. 지금 다시 그래프를 보면서 그때 당시의 집값을 봤는데, 내가 기억하는 다산집값 5억 시절도 우리가 처음 빌라에서 이사를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시점이라 약 1년간의 차이가 있는데 이사하는 시점에는 말도 안 되게 가격이 올랐다.
19년에서 20년 집값이 말도 안 되게 변하는 시기에 우리는 이사를 했다.
계약서를 썼을 때 매매가 7.7억 전세가 약 3.3억 입주 시점에 매매가 8.5억 전세가 약 4.3억이었다. 이게 단 몇 달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우리는 세입자 입장에서 와. 오르기 전에 잘 들어갔다 싶은 마음이었지만 집주인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겠지.
심지어 3.5억에 올라왔던 집을 우리가 1천만 원을 깎아 3.4억에 전세 들어온 거니 집주인 입장에서는 손해를 봤다는 생각이 많았을 것이다.
자 여기까지가 그때 당시 상황이었고. 이사할 때 상황으로 다시 가보자. 남편은 이런저런 은행 업무를 봐야 했고 나는 이삿짐들과 함께 이사 갈 곳으로 먼저 갔다. 우리는 부동산 사장님이 알려준 방법대로. 관리사무소에 이사 신청을 하고 차량 등록을 했다. 그러고는 짐이 올라오는 상황이었고 그때 그 집으로 집주인이 왔다.
“잔금 치를 때까지 이사 진행하지 마세요” 하고 가버렸다.
??????? 부동산에서 알려준 방법대로 했는데, 뭐가 잘못된 건가? 저분은 왜 그러는 거지 갑자기? 일단 남편한테 대충 상황을 말했다. 나는 이 분위기는 무엇이지 싶었고, 왜 이렇게 민망하고 침이 마르는 상황인 거지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우리가 전 집주인에게 받은 돈이 수표였기 때문에 이 부분도 해결해야 했다. 전 집주인 할머니는 우리를 배려해서 수표로 주신 건데 뭔가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잔금의 액수는 수표보다 작은 금액이었다. 우리가 집주인에게 맞는 금액을 이체를 하거나 우리가 수표를 주면 남은 금액을 이체 해주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남편은 물어보라고 했다. 수표로 잔금을 치러도 되는지 (이 분위기에?) 싶었지만, 그 부분도 확인해야 하는 거니깐.
“저기 혹시 잔금 수표로 드려도 되나요?”
“아니요. 이체로 해주세요”
딱 이렇게 대화가 끝났다. 저게 문장으로만 보면 뭐가 문제인가 싶은데, 표정과 분위기 나를 대하는 태도가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티를 내고 있었다. 아니 그녀는 기분이 나빴다.
왜 그러는 거지? 저렴하게 전세를 내준 거 같아서 아까운 건가?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었고. 이삿짐을 옮겨주시는 분들도 당황한 분위기였다.
내가 수표로 잔금을 치르겠다고 한 게 저렇게 기분 나쁜 상황인 걸까..?
그럼 이제 이 수표를 어쩌지.
수표를 발행한 은행에 가져가서 우리 계좌에 넣고 이체를 하는 방법도 있었다.(이 부분은 나중에 알게 된 것이었다) 와 근데 수표를 다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일단 가까운 은행을 갔는데 타 거래 은행 수표라서 우리가 말한 과정을 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수표면 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다시 좀 더 멀리 있는 은행에 가야 했다. 발행해 준 은행에서 그럼 계좌 하나 만들어서 이체하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진행했다. 근데 뭔가 이게 우리가 을이고 잘못했다고 해야 하는 분위기인 건지. 진짜 잘못한 건지 이상한 기분이었다. 수표로 잔금 치른다고 하는 게 그렇게 잘못된 상황인가..?
부동산 대표님 두 분도 이게 무슨 상황이지 당황하신 거 같았다. 땀을 잔뜩 흘린 모습으로 수표를 바꾸기 위해 뛰어다니는 남편을 보고. 뛸 필요 없다. 잘못한 것도 아니고 이런 상황 발생할 수도 있다. 잘못한 거 아니니 기죽지 말고 이 더운데 뛰지 말라고 말씀해 주셨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의문이 풀렸다. 우리 대출을 진행해 주는 상담사가 중간에서 일 처리를 실수 한 것이었다. 우리가 전입신고를 하기 전에 집주인이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고 하는 과정에서 두 번이나 실수를 했다. 광진구에 직장을 다니고 있는 집주인은 그 대출 상담사의 말을 듣고 두 번이나 전입신고를 해야 했고. (왔다 갔다) 아니나 다를까 계약을 하려고 집을 방문했을 때 자동 출입 차량이 등록 해제되어 있던 것이었다. 집주인 입장에선 잔금도 안 치르고 이게 뭔가 싶어 화가 났을 거 같다. 당시에는 앞뒤 상황을 몰랐기 때문에 그저 벙쩌있기만 했는데. 아직도 생각하면 식은땀 나고 민망했던 기억이다.
이삿짐을 옮겨주시는 연륜 있는 직원분이 계셨는데,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셨다. 이사하는 내내 옆에서 잔소리하는 집주인도 있다고 했다. 또 이번처럼 집값이 확 오르거나 낮게 거래한 거 같을 때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셨다고 했다.
그때의 기억은 이사 나오는 순간까지 그 집주인이라는 존재가 나에게는 기분 나쁜 두근거림을 만들어준 사람이었다.
집 나갈 때 깐깐하게 굴면서 트집 잡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이사 간 첫날부터 들었다.
살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화장실 타일이 무너져서 하자 보수 공사를 해야 하는데 그때 해야 했던 연락도 모두 남편이 했다. “집주인”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심장이 뛰고 불편했다.
이게 내가 아파트를 처음 들어가던 날 겪은 일이었다. 넓은 집으로 이사 간다는 기대감에 부풀어있었는데. “아 이 집은 우리 집이 아니지” 집 없는 서러움을 사무치게 느꼈던 하루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뭐가 그렇게 무섭고 그렇게 당황스러웠는지 싶다. 그때는 절대 이해 못 할 것 같은 집주인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