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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풍기 Aug 23. 2023

200번은 넘게 전화를 걸어야 연결되는 청약홈

생에 처음으로 청약 쓰던날

아기가 생겼다. 일반적으로 아기가 생기면 부모들은 무엇을 할까? 아기 용품을 사러 가서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거나, 작은 아이 신발과 옷가지를 구경하면서 행복감에 사로잡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청약 홈부터 들어갔다. 지금 이 지역 당해로 쓸 수 있는 청약 단지가 어디 있을까? 우리는 아기를 기다렸지만 그만큼 청약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아이가 없을 때도 청약을 쓸 수는 있었지만 당첨 확률이 낮았기 때문에, 임신확인서가 발급할 때부터 청약을 쓰자!라고 부부가 이야기한 상태였다. 그렇게 아이가 생기고 두 달 정도 지난 시점에 우리는 첫 청약을 써보게 된다.
 
 우리가 처음 쓰려고 했던 단지는 대단지로 지하철과 연결된 주상복합 아파트고 유명한 기업의 아파트였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될 거 같았다(?) 누구나 처음 청약을 쓸 때는 기대를 한가득 안고 청약을 신청하는 그 마음 딱 그 마음에 설레어있었다.


 그때는 코로나 시기라서 모델하우스를 보러 가는 것도 예약을 해야 가능했다. 이미 모델하우스 예약은 끝난 상태였고, 방법이 없나 무의식적으로 계속 새로고침을 하고 있는 와중. 빈자리가 생겼다. 바로 예약을 하고 차를 탔다.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입구에서 문자로 예약 내용을 확인하고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첫 모델하우스 구경이었다. 지나가다가 와서 휴지 받아 가세요~ 하는 모델하우스만 생각했었지 청약을 쓰기 위해서 모델하우스를 구경하다니! 뱃속에 아이까지 함께해서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었다. 84m2 이상만 분양을 하는 아파트였기 때문에 우리가 쓰려고 했던 것도 84m2였고, 타입만 고르면 됐다. 더 큰 평수는 당시 분양가를 생각했어도 너무 벅찼기 때문에 고려하지도 않았었다.



 모델하우스는 충격적이었다. 방이 3개가 아니라 4개였다. 당시 알파룸을 서재로 쓰고 있는 공간이 특별해 보였고. 작은방 사이는 벽이 아니라 수납공간으로 붙박이장으로 되어있는 형식이었다. 또 옵션에 따라 실내 인테리어가 많이 달랐는데 처음 가본 모델하우스의 모습은 충격적이게도 좋았다. 무상 옵션 유상 옵션 그런 것이 뭔지는 몰랐다. 그저 와 지하철이 연결된 아파트인데 이렇게 좋다니 여기서 살면 몇 살 때까지 아이를 키워도 걱정 없겠다 싶은 생각만 있었다. 계속 말하지만 나는 이미 그 아파트에 입주까지 끝난 상상을 끝냈었기 때문에 모델하우스를 보는 내내 입가의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 이제 타입을 골라보자. 그때는 아는 게 뭐 있나 a, b, c로 구분 지어놓은 것이 뭔지도 몰랐고, 판상형 타워형? 뭐야 그게 아무것도 알지도 못했다. 단순 평면도만 바라보면서 여기는 어떤 느낌이고 여기는 어떻게 하지? 하며 벌써 입주한 거처럼 행복한 상상만 했다.

 우리는 특공을 어떤 방법으로 쓸지 고민 중이었는데, 생애 최초로 쓸까 신혼부부로 쓸까 고민이 많았다. 고민 끝에 제일 많이 뽑는 84m2 B 타입을 쓰기로 했다. 신혼부부 특공으로 말이다. 당시는 집값이 막 오르고 있던 시기였고 청약에 대한 열기도 높았기 때문에 아이 하나에 특공으로 당첨되는 건 운이 아주 좋아야 가능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그렇게 결론을 짓고 청약 홈에 들어갔는데.

 이게 뭔가 뭔지 헷갈리는 것이 너무 많았다.
 
 일단, 세대주만 청약을 신청할 수 있었는데 50회차를 넘게 넣었는데 인정 횟수가 6/6회로 뜨는 것이었다. 뭐지? 이게? 남편이 세대주였기 때문에 남편이 확인을 했어야 하는데 처음 청약을 넣는 우리는 이럼 못 넣는 것인가? 심장이 엄청 쿵쾅쿵쾅 뛰었다. 이미 나는 입주한 상태까지 상상을 마쳤는데 청약을 못 넣는다고? . 날이 잔뜩 선 상태로 나는 청약 홈으로 남편은 가입한 은행으로 전화를 해보았다. 남편이 은행과 통화했을 때 은행 직원도 당황한 부분이었고 이게 뭐지 알아보고 연락을 준다고 했었다. 나는 청약 홈이랑 통화를 해야 하는데 200번을 넘게 전화해도 전화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는 청약을 처음 쓰는 것이었고, 당시에는 입주자 모집공고를 아무리 읽어도 우리의 좁았던 시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겨우겨우 청약 홈과의 통화 은행 직원과의 통화로 알 수 있었던 사실은. 6회가 납입되었는지 안되었는지 확인하는 부분이라 6/6회로 나오는 것이 정상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것도 아니었는데 심장은 엄청 빠르게 뛰고. 이미 내 상상으로는 입주까지 끝난 그 아파트에 가지 못할 거 같아서 두려워 한 내가 지금 생각하면 귀엽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되었다.


 우리의 결과는 당연히 탈락. 대기번호조차 뜨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청약에 당첨이 되면 결과 발표 전날 12시에 확인할 수 있는 방법들도 있었다. 그런 걸 알지 못하는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청약 홈 당첨 확인만 냅다 둘렀는데 “당첨 사실이 없습니다”라고 뜨는 화면만 서운하게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다.


 우리의 첫 청약은 그렇게 대기도 못 받아보고 막을 내렸다. 그때만 해도 아이가 생겼으니 특공으로 여러 아파트를 쓸 수 있겠다. 이제 조만간 청약만 되면 우리도 전세 탈출이다 하는 희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라에서 아이를 가진 신혼부부에게 이런 특별공급 혜택을 주다니 감사하기까지 했다. 우리의 혼인신고 기간이 3년을 채워 갈 때쯤 우리는 다른 걱정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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