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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풍기 Aug 14. 2023

집사려고 마음 먹는게 제일 쉬웠어요.

영끌로 나 홀로 아파텔 매매하려고 한 부린 이 부부 이야기

빌라에서 이사를 결심하고 다양하게 집을 많이 보러 다녔다. 잠실로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동쪽으로 많이 봤었는데, 그중에서 경기도 광주 쪽을 많이 알아보았었다. 네이버 지도로 찍으면 나오는 시간이 출퇴근 시간이라고 믿었던 우리는 그 시간만 믿고 경기도 광주 쪽을 열심히 알아보았다. 지금도 한 번씩 우리가 그때 사려고 했던 아파트와 아파텔 시세를 보며 그때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때 당시에는 아파텔이라는 개념을 몰랐다. 사실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의 전공은 도시공학과인데 충분히 접해볼 만한 것들이었는데 대학 졸업과 동시에 모든 공부 한 내용을 날려버린 모양이다. 현재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것저것 알아보면 그때 배웠던 내용들이 어렴풋하게 스쳐간다. (심지어 배웠을 것이다. 이 부분이 제일 나에게 괘씸한 부분이다)


 아파텔은 아파트 + 오피스텔이라는 신조어인데 “주거용 오피스텔”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파트의 형태로 위치가 좋은 곳에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자리가 아주 좋은 곳의 분양가는 매우 비싸다! 하지만 또 다른 아파트에 비하면 시세가 저렴하기도 하니 우리 눈에 걸린 것이다. 그때 당시 우리는 우리의 예산으로 호 갱 노노 필터를 걸고, 서울의 동쪽 위아래를 보는 게 취미였다.


 그렇게 한곳을 발견하게 된다. 돈에 맞춘 것이기 때문에 아파텔인지도 몰랐다.

그 주에 바로 그곳의 부동산을 방문했다. 이러이러해서 매매를 하려고 한다. 출퇴근은 잠실로 한다고 했더니 부동산 소장님께서는 “여기에 잠실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많이 산다”라며 웃으면서 반겨주셨다. 마침 매물로 나온 집도 있어서 바로 집도 볼 수 있었다.


 진짜 큰 도로를 끼고 있어서 교통이 좋았다. 또 버스가 많이 다니는 곳이라서 버스를 타기도 아주 좋았다. 보고 나온 집은 지어진 지 2년 된 신축이라 넓고, 깨끗하고 좋았다. 부동산 소장님께서는 생각해 보고 연락 주라면서 인사를 하고 나왔다.



지금은 알고있다. 큰 도로를 낀 주거환경은 시끄럽고 먼지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 또 아파텔의 경우 아파트와 달라서 평수가 더 작다는 것. 그때당시에는 그저 좋은 점만 부각되어 바라보았다.



그러다보니 넓고, 쾌적한 그곳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주변의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번에도 서울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삼촌에게 전화를 했다. 삼촌은 알아보고 전화를 주신다고 했다. 삼촌은 상기된 목소리로 또다시 언성을 높이셨다.


 “너 그거 아파텔인 줄 알고 있니?” 아파텔이 뭔데? 해맑게 물어봤더니 같은 평형이어도 아파트에 비해 좁다. 또 건축법상으로 주택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지어지는 방법 자체가 다르다고. 또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고 간단하게 설명해 주셨다. 사실 그 전화 통화에서도 그게 뭐가 문제가 되는 것인지 판단하지 못했다.

 전화를 끊고 남편에게 삼촌이 또 화가 많이 났다며 상황을 설명해 줬다. 그때 아파텔에 대해 검색해 보았는데 “청약할 때 주택 수로 안 들어가서 쓸 수도 있다는데?” 하며 오히려 좋아했었다.



 하지만 남편과 상의 끝에 아파텔은 아파트가 아니니 가지 않는 것이 맞는 거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아파트에 가고 싶었던 것이지 오피스텔에 가고 싶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또 전 재산을 쓰는 것인데 너무 대책 없이 결정 내린 거 같다고 결론을 지었다. 주거안정이 중요한 것인데 무언가에 이끌리듯 즉흥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부린 이들이었다.



 당시 아무것도 모르는 조카의 전화가 올 때마다 언성을 높였던 삼촌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삼촌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신축 빌라를 매수할뻔하고, 도로에 덩그러니 있는 아파텔을 매수할 뻔하고. 마이너스 피 아파트를 매수할 뻔했다(?) 그때마다 삼촌의 언성으로 우리는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있었고. 나중엔 청약 당첨까지 가능했던 거지.


 아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건 아파텔의 단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좋은 입지에 있기 때문에 많은 장점이 있는 아파텔이지만. 부린 이 입장에선 뭔지도 모르고 덜컥 결정하려고 했던 행동들을 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우리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덜컥 전 재산을 쓰려고 했으니 그 무지함을. 어리석었음을 반성하는 것이다.
 억 단위의 돈을 공부 없이 대책 없이 사려고 했다니, 그것도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 거 같다. 그래도 지금은 누군가 물어본다면 장단점 확실하게 설명해 줄 수 있고, 내 경험담 한 스푼까지 올려서 말해 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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