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투 난 결혼식

<식은 연애> 열네 번째 이야기

by 옥광



2011년 12월 11일, 오전 6시 30분… 아니 새벽 6시 30분이라고 해야 하나,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초인종이 울렸다.


<띵! 똥! 띵똥!! 띵똥!!>


초인종 소리는 들렸지만 내 몸은 가위눌린 것처럼 옴짝달싹 움직이지 못했다. 표정만 겨우 찡그렸다. 초인종 소리에 이어 이번엔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그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눈이 반만 떴다 감겼다 한다. 현관까지 겨우 걸어갔는데, 한 달 전에 이사 온 이 집이 20평도 안 되는 작은 집이어서 다행이었다. 문을 여니 친구 은정이가 서 있었다.


“미친년아! 너 어제 언제까지 마신 거야?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너 안 일어났을 거 같았어, 내가!”


어제 있던 술자리 1차가 끝나자마자 스리슬쩍 도망갔던 은정이는 원래 7시에 온다고 했었는데,


“으… 머리야… 야,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우리 7시에 가기로 했잖아.”

“네가 이럴 줄 알고 빨리 온 거지. 7시에 가려면 지금 세수는 해야지! 빨리 씻고 와!”

“… 세수는 거기 가서 하면 안 돼?”


은정이는 대답 대신 나를 노려 봤다. 나에겐 은정이를 이길 명분이 없었다.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양치질을 하는데, 우욱~ 구토 욕구가 올라왔다. 다행히 몇 시간 전, 잠들기 전에 충분히 토해내서 헛구역질로 끝냈다.


“야, 야, 나 먼저 나간다, 지금. 이따가 늦지 말고 와. 내가 거기 가서 네 옷이랑 다 챙겨 가는 거 알지?”

“어… 응… 가…”


밤새 코를 골며 자던, 아직 남자 친구인 민영이는 대구에서 올라오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 한다며 일찌감치 이 스케줄에서 발을 뺐었다. ‘어, 응, 가,’라고 대답하느라 잠시 멈췄던 코골이는 금방 재개됐다.


“대박! 야, 쟤 코 고는 거는 복도에서도 들리더라.”

“어… 그렇지? 장난 아니지? 나는 앞으로 어떡하냐?”

“뭐래? 야! 너도 코 골잖아.”


그래서 그런지 은정이는 하얀색 ‘아반떼’ 안에서 청담동으로 가는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내가 꿈뻑꿈뻑 조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내 고개가 떨구어질 때마다 때렸다. 덕분에 나는 얼추 잠에서 깰 수 있었다.


“어머~ 정! 민! 형! 신부님, 반갑습니다. 따라오세요.”


나는 두 달 전에, 남자친구 민영이와 이 곳에 온 적이 있다. 평소에 선크림은커녕 로션도 바를까 말까 하는 나였기 때문에, 나는 어쩌다 하게 될 이 화장에 나름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남들 다 하는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핑크 핑크 한 메이크업은 안 하겠다!’, ‘나는 스모키다! 핑크는 놉!’ 다크 그레이에 시커먼 아이라인, 특히 언더라인을 강조하고 다크서클이 어둡게 내려앉은 메이크업을 요구했었다. 귀찮아서 레퍼런스로 준비했으면 좋았을 사진은 준비 못했지만, 그때 상담했던 선생님은 나의 이 야망 메이크업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 같았다. 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문제는... 지금 내 메이크업을 해 주는 선생님이 그때 그 선생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메이크업이 끝났을 때 내 얼굴엔 하얗고 분홍색인 반짝이 가루가 한 겹 내려앉아 있었다. 원래 갖고 있던 다크서클도 사라졌다.


“푸하하하하! 누구세요? 크크”


이른 아침, 움직이느라 본인 화장도 못 하고 나왔던 은정이가 샵 한쪽에서 셀프 메이크업을 끝내고 돌아와 나를 보더니 박장대소했다.


“자~ 신부님! 눈에 힘주세요! 힘!! 의식하셔야 돼요.”


속눈썹이 유난히 짧았던 나를 위해 메이크업 선생님이 특별히 인조 속눈썹을 두 겹으로 붙여 주었다. 가발로 치면 가발을 두 겹으로 쓴 건데, 속눈썹이 길고 풍성해진 대신 눈이 잘 안 떠졌다. 평소처럼 눈을 뜨면 눈이 반밖에 안 떠졌다. 눈꺼풀이 너무 무거웠다.


“야, 크크크, 완전 너를 지웠다.”


은정이는 계속 나를 두고 웃었고 나는 그런 은정이를 희번덕 노려봤다. 절대 어떤 악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다. 선생님이 눈에 힘주라고 해서 그런 거였다.


메이크업에서 내 야망이 꺾였으니 헤어는 뭐… 야망을 내려놓았다. 나는 바람에 흩날리는 내추럴한 헤어스타일을 야망했지만, 이미 내 머리는 강풍에 맞서고 쓰나미에 휩쓸려도 변함없을 머리가 되어 있었다. 누군가 내 머리끄덩이를 잡고 싶다고 움켜줘도 그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을 허락하지 않을 머리였다. 그래서 맘에 안 들어도 내가 내 머리끄덩이를 쥐질 못 했다. 그래도… 다행히 드레스는 야망했던 드레스였다.


“야, 너 갈비뼈 괜찮아?”


드레스가 상체를 갈비뼈가 서로 만날 때까지 조였는데 뭐 참을만했다. 새벽에 나와서 3시간을 물 한 모금 못 먹었는데도 갈비뼈가 만나면서 위까지 조였는지 그다지 허기지지 않았다. 내가 야망한 대로 고른 이 드레스는 ‘오프 숄더’에 ‘하트 모양’ 넥라인이었다. 가슴이 작아 도우미 이모님이 뽕을 네 개를 넣어줬는데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치마는 똥배를 감추기에 좋은 허리에서부터 있는 대로 퍼지는 ‘벨’ 라인이었다. 드레스는 정말 하얗고 예뻤다.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은정아…? 야, 야 한은정?”


배에 힘이 들어갈 까바 큰소리를 못 내서 작은 소리로 은정이를 불렀다. 샵 여기저기에 널린 잡지를 읽던 은정이가 나에게 걸어오는데 분명 평소 은정이 걸음걸이 속도인 게 맞는데 느낌으로는 0.5배속이었다.


“야, 야 빨리 와봐.”

“왜에? 왜? 왜? 또 뭐? 뭔데 속삭여?”

“야… 은정아 나… 큰일 났어.”

“왜, 어?! 너 얼굴에 땀날라고 그런다?”

“어… 은정아 나 똥 마려.”

“야!”

“이거 그냥 똥이 아니야.”


은정이는 신속하게 이모님을 데려왔다. 이모님은 잠시 후, 민영이가 입을 예복과 한복을 챙기고 있었는데 은정이에게 자초지종을 듣더니 바로 나를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바닥에 드레스 치맛자락이 끌리지 않도록 뒤에서 잘 잡아 내가 변기에 앉을 때 하나로 모아서 내 손에 꼭 쥐어주었다. 울기 직전인 내 얼굴을 보고 후다닥 나가셨는데 따로 말하지 않아도 결연한 눈빛 만으로 절대 이 모아진 치맛자락을 놓으면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치마를 움켜쥔 손바닥에선 생전 나 본 적이 없는 땀이 나는 것 같았다. 나는 본의 아니게 엄청 요란한 소리를 냈다. 이 요란한 소리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일을 치르고자 했던 내 진심을 알아줄 이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변깃물을 여러 번 내려서라도 요란한 소리에 대한 성의 표시를 했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다 놓쳤다.


“이모님… 저 끝났어요…”


속삭이고 싶어서 속삭인 게 아니라 요란한 소리를 내느라 힘이 빠져서 저절로 속삭여졌다. 똥은 똥배에 있었을 텐데 왜인지 갈비뼈 사이사이가 헐렁해진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모님은 또 울 것 같은 내 얼굴을 보았다. 화장실을 나서는 순간 내 배는 다시 요란해지려고 했다. 샤워 끝내고 기껏 수건으로 물기를 닦았더니 때가 다시 밀리는 경우와 같았다. 때는 그냥 털어버릴 수라도 있지 똥은 그러지 못했다. 똥과 함께 수분도 콸콸 쏟아 내서 그런지 입술이 바짝 말랐다. 화장실을 여러 번 들락날락거려서 배를 겨우 진정시키고 메이크업 수정을 받았는데 다행히도 선생님이 눈을 희번덕거릴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 내 얼굴에 내가 야망했던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웠는데 선생님은 이걸 가리느라 바빴다. 또 내 다음 신부님 화장도 해야 했고.


나는 식장에 1시간을 지각했다. ‘이래서 행사 시간보다 두, 세 시간 막 네 시간 이렇게 일찍 준비시키나 봐.’라고 해맑게 말했더니 이모님은 대꾸를 안 했고 은정이는 나를 때리려다 말았다.


역삼동 식장에 도착하니 행사 시작, 30분 전이었다. 민영이는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허옇게 한 메이크업에 9대 1 가르마를 하고 집에서부터 입고 나온 츄리닝을 입고 손님을 맞이했다고 했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막 웃었더니 나더러 웃지 말라고 했다.


“이민영. 어서 예민짓이야? 뭐 식만 제 때 하면 됐지. 뭘 웃지도 말래냐?”

“야! 큰일 났어.”

“뭐가 큰 일인데?”

“기준이가 전화를 안 받아!!”


식 시작, 20분 전이었다. 나는 신부 대기실에서 이쁘게 앉아 하객들과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 이모님은 메이크업 선생님한테 당부를 받았는지 정말 끊임없이 눈에 힘주라고 강요했다. 그래서 눈은 희번덕거리고 입만 웃었다. 가뜩이나 내가 늦게 와서 사진 촬영을 기다리는 줄이 길었다. 매우 바빴지만 틈틈이 나 대신 기준이에게 전화를 거는 은정이의 눈치를 살폈다. 은정이는 나랑 눈이 마주칠 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기준이는 오늘 축가를 불러주기로 한 친구다. 분명히 어제 은정이가 내가 3차를 달리고 있을 때 전화해서 말했었다. 기준이 술 먹이지 말라고!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은정이 말을 들을 것을. 2차 때 도망가려던 기준이를 내가 멱살 잡아 3차로 끌고 왔었고, 술 못하는 기준이를 위해 ‘고진감래주’를 열심히 만들어 먹였다. 내가… 내가 왜 그랬을까? 콜라맛 때문에 마실만 하다며 넙죽넙죽 받아 마시던 기준이를 보고 좋아할 일이 아니었는데…


“야! 기준이 지금 일어났데.”


망연자실 신부 입장을 기다리며 서 있는데 그제야 기준이가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뭐 길에서 눈뜨지 않고 집에서 깼다니 다행이긴 한데…


민영이 놈은 그냥 축가 없이 하면 어떻냐며 대인배 인척 굴었다. 어른들은 축가 따윈 안중에도 없는 눈치였다. 오늘 처음 본 주례 선생님은 지루한 이야기를 왕왕 늘어놓았는데 내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를 잘해서 천만다행이었다. 손에 들려 있던 부케는 생각보다 무거웠지만 그래서 친구에게 던질 때 던지는 맛이 나서 좋았다. 그제야 허기가 졌다.


“이민영, 너는 배 안 고파? 넌 뭐 먹었지?”

“너 배고파? 난 아침 먹었지. 있다가 저거, 대추 먹어. 크크 밤이랑.”


민영이와 나는 폐백을 하려고 한복으로 갈아 입고 대기하고 있었다. 드디어 지나치게 하얀 옷을 벗을 수 있었다. 폐백을 하기 위해 갈아입은 한복은 마음만 먹으면 참 많은 것을 숨길 수 있는 옷이었다.


“야 이민영, 트렁크 찾아 놨지?”

“그럼. 아침에 나오기 전에 찾아놨지. 으이그, 그러니까 신행 짐 미리미리 싸놓으라니까.”

“원래 어제 싸놓으려고 했지. 근데 어제 시간 없었잖아.”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마시래?”

“뭐, 지는 안 마셨나.”


민영이 말대로 폐백상에 혹시나 뭐 주워 먹을 거 없나 둘러보는데 갑자기 온몸에 솜털이 곤두섰다. 등에선 식은땀이 흘렀다.


“저기… 이모니임? 이모님?”


내가 갑자기 이모님을 찾자 민영이가 왜 그러냐고 물어봤다.


“아 나 또 똥 마려… 기다려 봐. 이모님?? 이모님!”


센스 만점 베테랑 이모님은 나랑 눈이 마주치자마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복자락이 끌리지 않도록 뒤에서 잡아주면서 나를 화장실로 데려다주었다. 여진은 여진이라 아침의 재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소리도 작아지고 위력도 덜했지만, 그렇다고 내 맘대로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고 신부님! 빨리 가야 돼. 지금은 기다리게 할 수 없어요.”


베테랑 이모님의 애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너머로 뭔가 큰 말소리가 들렸다.


“이모님? 이모님? 밖에서 싸움 났어요? 왜 그래요?”

“아휴~ 그러게. 뭔 사달이 났긴 났나 본데… 아니, 신부님은 신경 쓰지 말고 빨리 정리하고 나와요.”


이모님은 하얀 드레스를 완벽하게 사수한 나의 정성을 어느 정도 신뢰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한복에 있어서는 옷 보호보다 시간 엄수를 더 중요시 여겼다. 다시 폐백실로 돌아갈 때는 한복이 끌리던 말던 이모님과 뛰었다.


12시에 시작했던 본식은 축가도 없어서 30분이 안 넘게 후다닥 끝났는데, 의외로 폐백은 생각보다 여유로웠다. 우리는 양가 부모님 뿐만 아니라 절을 올릴 수 있는 친척 어른들 모두에게 최대한 절 했고 신혼여행 용돈을 두둑이 챙겼다. 여유 있게 폐백은 끝났고, 오늘 나 때문에 특별히 고생한 이모님에게 수고비를 더 챙겨 드리고 정말 감사했다고 배웅을 하고 나니 그제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바야흐로 오늘의 첫 끼다. 폐백을 너무 오래 하는 바람에 내 친구들은 이미 밥을 먹고 다 갔을 것이고 우리 다음 식 하객들, 모르는 얼굴들이 식당에 가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민영이 말대로 오늘 더 놀고 내일 신행 갈걸 그랬나 조금 후회가 됐다. 왠지 뭔가 섭섭해서 시무룩한 얼굴로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우리 친구들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다.


“뭐야? 다들… 너네 왜 안 갔어?”


버스를 대절해서 지방에서 온 친척 어른들도 식당 오기 전에 다 배웅했었다. 폐백 하고 배웅 인사하고 거의 한 시간을 넘게 썼는데 어떻게 다들 식당에 남아 있었는지 의문이었다. 심지어 친구들 외에는 거의 빈 테이블이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앰프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소리가 나는 식당 구석을 봤더니 자기 사이즈보다 큰, 누가 봐도 남의 양복을 빌려 입은 기준이가 기타를 조율하고 있었다. 세수도 못 했을 것 같은 누렇게 뜬 얼굴은 산송장 같았다.


“뭐야? 너! 방금 일어났대매?”

“어… 그래서 택시 타고 부랴부랴 왔지.”

“뭐하러 와? 그냥 쉬지. 거기다 이 엠프는 또 뭐야?”

“몰라. 혹시 모르니까 그냥 다 챙겨 왔어.”


기준이가 자기 앞에 마이크를 세웠다. 보통 사람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높이의 엠프에서 나오는 기타 소리는 식당을 제법 꽉 채웠다. 마이크를 두들기는 소리도 엠프를 통해 잘 들렸다.


“정민형. 신청곡?”

“어? 민영아 뭐 하지?”

“너하고 싶은 거 해.”

“… 음… 정말 나 좋아하는 거? 음… ‘토이’의 <좋은 사람>.”

“아니... 야! 그냥 네 18번 말고!”

“왜? 내가 좋아하는 노래라고!”


민영이를 비롯 다수의 친구들이 <좋은 사람> 노래를 말렸지만 이미 반주는 시작되었고, 기준이의 1절 이후에 마이크는 내 손에 들려 있었다. 그리고 다들 같이 불렀다. 나는 신났다. 다음은 누구의 신청곡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10cm’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였다. 민영이가 따라 불렀는데 마이크를 통해 들리는 기준이 목소리보다 컸다.


“그런데 은정아, 어떻게 된 거야? 왜 여기에 사람이 우리밖에 없지?”

“야야, 말도 마라. 너네 다음 결혼식팀이 파투났데.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

“엥? 왜?”

“내가 아냐? 그걸? 암튼 환불해달라고 어떤 사모님이 와서 직원들 다 뒤집고! 그때 기준이 온 거고!”

“그래서?”

“뭐가 그래서야? 직원들 다 그 사모님한테 정신 팔려서 기준이 신경 못 쓰고 기준인 그냥 지가 알아서 저렇게 세팅 한 거지.”

“헐… 디진다 정말.”


나와 민영이는 여유 있게 밥을 먹으며 기준이의 축가를 즐겼다.


“야. 이번엔 ‘박완규’ <천년의 사랑>.”

“오! 그래 가자!! <천년의 사랑>!!!”

“나를 죽이려고 이것들이!


기준이는 앓는 소리를 냈지만 결국 <천년의 사랑>을 불렀다. 삑사리 한 번 안 내고 제대로 완창 했지만 너무 열심히 부르는 모습은 뭔가 창피했다. 웃겼다는 소리다. 삑사리는 그다음, 마지막으로 부른 ‘소찬휘’의 <티얼스>에서 나왔다.


그 사모님과 식장 관계자들이 들어갔다는 사무실에선 간간히 큰 소리가 새어 나왔다. 왜 그 결혼식이 파투가 난 건지 궁금해서라도 엿들어보고 싶었지만 오늘 밤 비행기로 가는 신혼여행 짐을 패킹해야 하므로 호기심을 꾹 참고 집으로 서둘러 돌아갔다. 오늘, 거의 대부분이 야망대로 된 게 없었다. 처음부터 이 결혼식에 큰 기대를 하지 않길 정말 잘한 것 같다.










파투 난 결혼식. by 옥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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