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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기다림 후의 수술

고관절 골절 수술: 전신마취도 안 했다네요

어머니가 서귀포서 2023년 12월 20일 귤 포장을 하시다가 살짝 미끄러지셨는데 고관절 골절상을 입으셨다. 서울에서 수술을 해야 했기에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를 서울로 모시고 오니 크리스마스 연휴였다. 마음은 급했지만,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머니는 통중조절만 받으시며 수슐을 기다리셔야 했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아침 일찍 휴일에 할 수 없었던 타과와의 협진이 필요한 검사를 마치신 후, 어머니는 오후 1시 정도 수술장에 들어가셨다.


크리스마스 당일에 일부러 회진을 와주신 담당 교수님은 대수롭지 않게 큰 문제없을 거라고 말씀하셨지만, 만 82세의 어머니가 마취를 하고 수술을 하신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 온 집안 식구들이 긴장을 했다. 어머닌 없으시면 아무 일도 못하시는 아버지, 남편 먼저 보내고 부모님 댁에 기생하고 있는 나, 어머니가 다치시자마자 놀라 뛰어온 큰 남동생, 제주서 미처 끝내지 못한 귤 처리를 하러 내려갔던 둘째 동생, 서울에서 발만 동동 구르다 어머니 서울 도착하신 다음부터 음식이며 병바라지를 한 막냇동생까지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어머니 걱정에 무거운 얼굴로 수술실 앞에서 대기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1시에 수술실로 내려가셔서 1시 15분이 되니 마취를 시작한다는 문자가 내 전화로 날아왔다. 그리고 1시 58분 어머니는 수술실로 입실하셨다. 전날, 담당 교수님께서는 수술이 1시간 정도 걸릴 거라 하셨는데 정확히 3시에 평소 안면이 있는 담당 교수님께서 직접 내 폰으로 어머니 수술이

잘 됐다고 문자를 주셨다. 일단 한시름은 놓았자만 그래도 잘 깨어나실지, 혹시 후유증은 없으실지, 걱정을 놓을 수는 없었다.


정확히 20분 후, 어머니가 회복실로 들어가셨다는 문자를 받았고, 10여분 후, 어머니는 회복이 되셔서 엑스레이 촬영을 허신 후 병실로 가실 거라는 문자를 받았다. 고생을 하고 서울에 올라와 기다린 것에 비해서 어머니의 인공고관절 치환술은 마취부터 회복까지 단 3시간 만에 끝나버린 것이다.




식구들이 너무 많아 대표로 아버지와 큰 남동생이 어머니를 뵈로 갔다. 수술이 끝난 지 1 시간도 안 됐는데 어머니는 정신도 말짱하시고 말씀도 하신다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고령의 고관절골절은 암보다 무섭고 치사율이 높은 힘든 수술인데 이렇게 쉽게 끝난다니 도대체 이제 무슨 역경이 남어있는 건지, 살짝 무섭기도 했다.


안심이 되지 않아 어머니 옆을 지키고 있으니 수술을 하신 교수님이 회진을 오셨다. 수술 후 회복이 너무 빨라 놀랬다 하니, 전신마취사 아닌 척추마취를 해서 그렇다고 하신다.



고관절 수술울 척추마취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인공고관절 수술은 고령의 환자들에게 위험하고 힘들다는 이야기만 들어봤지 전신 마취도 하지 않고 1시간여 만에 끝나는 간단한 수술이라고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내가 놀라 하자 어머니의 수술을 담당했던 교수님께서 한마디 하시고는 방을 나가셨다.



기술이 많이 좋아졌어요!


그렇구나! 내가 찾아본 자료들은 대개 5-8 년 정도 된 자료들이니 10-15년 전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내가 왜 그 옛날 자료들 때문에 걱정하고 근심을 했는지 살짝 화가 났다. 우리 주변의 가존제품, 텔레비전, 세탁기 그리고 스마트폰까지 작년 다르고 올해가 다른데 이전의 고정관념으로 걱정했는지…  이 시점에서 나는 브런치북에 어머니의 고관절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기로 마음먹었다. 의료인도, ㅎ헌자도 아닌 보호자의 입장에서 고관절 골절의 고정관념과 괴담을 종식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어머니는 합병증 없이 빨리 쾌유하셔야 한다.




수술이 끝난 날, 나는 일주일 만에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어머니는 수술을 잘 받으셨고 마취에서 무사히 깨어나셨다. 깜깜했던 내 세성에 조그마한 빛줄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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