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시대의 혼수는 직장?
집값은 솟구쳐 오르고 취직은 하늘의 별따기인 2020년 여름
긴 장마의 끄트머리에 터진 코로나 소식에 또 집에 갇혀 있으려니
취업 안된 아직은 노처녀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일보직전인 딸아이의 짜증이
온 집안 식구들을 숨죽이게 하네요.

취업도, 결혼도 힘든 것은 예나 지금이나 사정이 비슷했던 듯하네요.
요즘에 결혼을 하려면
혼수고 뭐고 다 필요 없고 양쪽 집안에서 돈을 합쳐 전셋집 얻어주기도 빠듯하다니
이거 딸아이 한 살이라도 어리고 예쁠 때 집만 있는 사람이면
중매업체를 통해서라도 선을 봐서라도 결혼을 시켜야 하나
이곳저곳 결혼 정보업체를 검색하고 있네요.
그런데...

바로크 시대에도 열쇠 3개는 아니라도 취업을 조건으로 한 만남이 있었다면, 믿으실 수 있으시겠어요?
그것도 꽤 커다란 교회의 오르가니스트와 회계 일을 겸하는 음악 감독 직을 두고 말이에요.
디트리히 북스테후데(1637-1707)는 독일 오르간 음악의 선구자이자 개척자예요.
덴마크 출신의 북스테후데는 아버지 요한 북스테후데 역시 오르가니스트였는데,
그는 당시 덴마크 영이었던 헬싱보리-지금은 스웨덴령이에요-의
성 마리아 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했습니다.
디트리히는 아버지에게 처음 오르간을 배우고
아버지를 뒤이어 헬싱보리의 교회에서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했지만,
독일의 뤼베크의 성당에 결원이 생겨 독일로 옮기게 됩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몰라도,
북스테후데는 뤼베크 교회의 전임 오르가니스트이신 프란츠 툰더의 따님과 결혼했다네요.

북스테후데 선생님은 너무도 훌륭하게 전임자가 시작하신
일요일 저녁 음악회인 아벤트 무지크를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드시고,
또한 이를 정규 이벤트로 만들어 대중에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오르간의 개발과 오르간 곡의 작곡뿐만 아니라 제자도 활발히 양성하셨는데
가장 유명한 제자는 캐논으로 대중적으로 알려진 파헬벨이라네요.
북스테후데 선생님은 아주 존경받는 화려한 인생을 사셨는데,
언제나 모든 일의 걸림돌은 자식이지요.
북스테후데는 금슬이 좋아 7명의 딸을 낳았는데,
그중의 제일 큰 딸이 아주 알려진 박색이었답니다.
가족에게 자신의 직장을 물려주는 독일 도제의 관습을 따라
북스테후데도 자신의 자리를 가족에게 물려주고 싶으셨는데
언제나 못난 자식이 신경이 쓰인다고
서른이 넘어 시집을 못 가고 있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노처녀인 큰딸이 마음에 걸렸나 봅니다.
동네에서 쓸만한 음악가들은 큰딸에게 마음이 없고,
자기 자리는 남 주기 너무 아깝고
그래서 북스테후데 선생님께서 머리를 짜내셨습니다.
음악회를 보러 오는 젊은이들에게 직장과 딸을 한데 묶어 파는 거지요.

아벤트 무지크의 음악감독이자 뤼베크 교회의 오르가니스트와 재정 담당을 함께 할 수 있는
북스테후데의 직책은 당시 막 시작하는 젊은 음악가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이고 탐나는 직장이었다네요.
당시 나이 서른이 넘은 노처녀인 안나 마그레타와의 결혼이 그리 힘들었을까요?
1703년, 북스테후데를 친구 마테존과 함께 찾아왔던 18살의 헨델은
이 제의를 듣고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가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았고,
1705 년 찾아온 바흐는 4 개월이나 머물며 북스테후데의 음악을 흠모하고 존경하였으나,
이 제의를 꺼내는 순간, 고향으로 돌아가
18세부터 마음을 나누던 자신의 첫사랑인 사촌누이 마리아와 다음 해 결혼을 하고
2번의 결혼으로 20명의 자식을 낳아 3 명의 아들들이 그의 뒤를 이어 음악가로 성장하게 돼지요.
당대의 음악가들을 눈앞에 놓고도 딸 때문에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지 않은 북스테후데는
결국 자신의 딸이 결혼을 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지만,
자신의 딸을 책임 지기로 하고 직책을 물려받은 쉬페르덱키라는 오르가니스트가
그의 사후, 약속을 지켜 그의 딸 안나 마그레타와 결혼하고
그의 직책을 이어가지만,
음악사전에 쉬페르덱키를 치면, 성 마리 교회의 오르가니스트, 북스테후데의 사위로 나올 정도로
존재감이 없어지고
북스테후데와 뤼베크는 음악사에서 거의 잊혀집니다.
후일, 뤼베크 시는 북스테후데를 기념하여
여름 페스티벌과 오르간 콩쿠르를 개최한답니다.
헨델과 바흐, 당대 최고의 일자리를 준다 해도 안나 마그레타가 그렇게 싫었을까요?
직장을 줘도 안된다 하면
우리 집 아가씨는 혼수로 무엇을 보태 시집보내야 하나요?
결혼이 그렇게 힘든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