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를 향하여
르네상스에는 세속 음악이 활발하게 작곡되고, 연주되었어요. 유튜브로 모든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지금과는 달리, 문물의 교류가 어렵던 르네상스시대의 세속 음악은, 각 나라마다 다른 형태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교회를 중심으로 발달하게 된 르네상스의 새로운 기술들과 결합하게 되지요. 이탈리아의 마드리갈은 교회음악을 작곡하던 작곡가들이 그 주류이기에 이전에 "플란다스의 음악가 3" 끝부분에서 이미 살펴보았고요, 유럽의 다른 나라들의 세속 음악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둘러보도록 하지요.
프랑스
프랑스의 대표적인 세속 음악은 샹송이며, 아마추어들이 노래하기 무척 적합하게 작곡되었다네요. 1528년에서 1552년까지 프랑스에 출판된 50여 개의 샹송 모음집(프랑스 최초의 출판인 아테냥(1494-1552)이 출판)에 1500 여곡의 샹송들이 수록되어 있고, 이들이 주로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을 했다고 해서 “파리 샹송”으로 불립니다. 대개는 화성적이며 쾌활한 리듬, 단순한 구조였으며, 류트(기타 같은 튕기는 현악기) 반주와 함께 연주되거나 아니면 류트 연주만을 위해 편곡된 것도 있어요. 이탈리아 마드리갈의 영향을 받아 풍부한 가사 표현과 반음계를 사용한 샹송들은 르네상스 전 시기를 걸쳐 유행하였으며 클로댕 드 세르미지(1490-1562), 클레망 자느캥(1485-1560) 등이 대표적인 프랑스의 샹송 작곡가들이랍니다.
클로댕 세르미지
독일
독일은 전통적으로 미네징거와 마이스터징거의 반주 없는 독창 노래들이 보존되어, 다성음악으로 발전한 다른 나라의 세속 음악에 비해 많이 발전하지 못했어요. 마이스터징거는 음악에 종사하기도 하지만, 동네 상인으로 또한 한 분야의 장인으로서 길드라는 조직에서 엄격히 관리하고 후대를 자신들이 정한 규칙에 따라 교육하였기에, 여러 가지 제약이 많기도 했지요. 그래도 그 규칙에 맞게 작곡하는 재능 있는 작곡가들이 있었고, 그중 뉘른부르그에서 구두를 만드는 제화공 한스 작스(1494-1576)는 수천 개의 시와 13개의 새로운 톤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다성음악으로는 독일 가곡(리트)이 발달해, 뉘른부르그를 중심으로 많은 리트집이 16세기 초중반에는 출간되었어요. 독일의 가곡은 세련되지는 못하나, 독일적인 감성과 동경을 소박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이와 같은 독일 가곡은 대개 민요의 편곡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작곡가의 역량은 흔히 알려진 멜로디에 대위적인 멜로디를 더하는 기교 속에서 발휘되었으며 그 스타일의 특징은 매우 자유로운 리듬에 있었다고 하네요. 특히 우수한 작곡가로는 핑크(1445-1527)를 비롯하여 궁정 오르가니스트이기도 했던 호프하이머(1459-1537), 젠플(1490경-1543) 등이에요. 1550년 이후 독일인들이 이탈리아의 마드리갈과 빌라넬라를 선호하기 시작하며 이탈리아의 특성을 가진 리트들이 작곡됐는데요, 독일에서 활동한 라소가 독일 리트에도 그 실력을 발휘, 7개의 리트집을 발간했다네요.
영국
영국은 자국만의 음악적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 헨리 8세와 그의 두 번째 아내인 앤 불린은 음악가이자 작곡가였다 하니, 헨리 8세의 통치기간 중에 3, 4 성부의 노래와 다양한 기악음악의 필사본들이 남아 있답니다. 영국의 대표 세속 음악인 마드리갈은 16세기 후반으로 가면서 플랑드르의 모방 양식과 이탈리아 마드리갈의 영향을 받게 되지요. 중산층에서는 이탈리아의 마드리갈을 영어로 편곡하여 출판된 "무지카 트란살피나"가 유행하고 영국의 작곡가들이 적어도 한두 편 이상의 이탈리아 양식의 마드리갈을 작곡했지요. 영국의 대표적인 마드리갈 작곡가는 토마스 몰리(1557-1602), 토머스 윌크스(1575-1623), 존 윌비(1574-1638)등이랍니다. 대부분 영국 마드리갈은 무반주였는데 "성악과 비올에 적당하다"라고 명시되어 있어, 융통성 있게 악기를 적당히 섞어 연주하는 게 가능했다네요.
1600년대 초부터 영국에는 류트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독창 노래가 유행을 헸다네요. 이의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존 도울랜드(1563-1626)와 토마스 캠피온(1567-1620)등이 있는데 이를 "에어(Air)"라고도 했다네요. 혼자 악기를 치며 노래를 부를 수 있게 작곡된 에어들은 마드리갈이 유행하며 그 수요가 줄기는 했지만, 후에 독창 노래들이 인기를 끌며 역사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네요.
16세기의 후반, 영국은 헨리 8세부터 시작된 피바람이 지나간 후 엘리자베스 여왕 1세가 등극, 문화의 황금기를 맞습니다. 문학으로는 셰익스피어가 있었으며, 음악은 기악이나 성악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지요. 또한 가톨릭 교회에서 탈퇴, 영국 교회인 성공회를 새로 설립하여, 새로운 교회음악이 많이 필요했던 때 이기도 하지요. 영국의 교회음악에 공헌하신 작곡가로는 태버너(1490-1545), 타이(1500-1573) 및 탈리스(1505경-1585) 등이 있는데 작풍은 대개 간결하고 명쾌하였다고 해요. 탈리스는 특히 대위법의 기교에 우수하였다 하네요.
엘리자베스 왕조 때 최대의 작곡가였던 버드(1542경-1623)는 교회음악을 비롯하여 세속적 합창곡, 비올을 위한 실내악, 건반악기 음악 등 당시 유행했던 모든 작곡 분야에서 활약했으며, 그 모든 것에 탁월한 기교를 발휘함과 동시에 스스로 개척한 형식과 스타일을 다음 세대에 전하였다고 하네요. 종교적·세속적 합창곡으로는 영어가 지닌 독특한 리듬감을 살린 뛰어난 대위법의 기교를 나타내어, 영국 다성 마드리갈의 개척자가 되었다고 해요.
버드가 건반음악에서 큰 활약을 합니다. 위의 악기는 버지널이라는 악기로, 소형 건반악기예요. 그림에서 보이듯이, 귀족 여인들이 주로 연주했던 악기로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에 걸쳐 영국에서 크게 유행했었다네요. 16세기 말엽부터 17세기 초에 걸쳐 버드를 비롯해서 이 악기를 위하여 음악을 쓴 작곡가들을 버지널리스트라 했으며, 그들의 대표작품은 <파르 테니아( 1610)>나 <피츠윌리엄 버지널의 책(Fitzwilliam Virginal Book, 1625년경)> 등의 곡집에 수록되어 있으며, 그것들은 춤곡, 변주곡, 프렐류드, 판타지아 등이 있다고 합니다. 버드는 다른 업적보다도 버지널리스트로서의 이름이 크게 알려져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