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람에 따라 시간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섭니다.
그래서 인간을 만물(萬物)의 영장(靈長)이라 합니다.
사전적 의미의 영장은 영묘한 힘을 가진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사람을 가리킨다고 되어 있습니다.
생각건대, 영묘한 힘 이란 무엇을 창조해내는 힘이 아닐까요.
그런데 이 영묘한 힘으로 같은 인간을 괴롭히고 해롭게 하고 있으니, 단군의 건국이념이자 정치 교육에서 부르짖는 홍익인간은 어디로 갔는지.
나도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실의에 빠져 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틈만 나면 고즈넉한 숲 속의 산책길을 걷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그 길을 걸으면서 얼마나 많은 한숨을 내쉬었는지,
그 한숨의 둘레와 높이가 한라산 정도는 되었을 겁니다..
원망스러운 얼굴, 미운 얼굴들을 떠올리며 욕지거리를 하면서 걸었습니다.
산책이라는 미명 하에 숲을 사정없이 짓밟으며 걸었습니다.
숲 속의 새소리까지 죽이면서 걸었습니다.
한숨만 뱉은 것이 아니라 본의 아니게 숲의 생명을 짓밟았습니다.
살아오면서 남에게 상처 줄까 봐 조심스럽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순전히 주관적인 판단인가 봅니다.
이 숲의 생명을 짓밟고 다닌 것처럼, 무한경쟁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의 자존심을 짓밟고 살아왔는지 모를 일입니다. 내 조그만 이익을 위해, 육체적 안락을 위해,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나 자신도 기억 못 하는 심한 말로 남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내가 상대방을 미워하며 상대방도 나를 미워하고, 사랑으로 대하면 상대방도 나를 사랑으로 대한다는, 이 간단한 원리도 모르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