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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Aug 04. 2023

집회에 갈 준비물을 챙기며

연일 폭염이다. 최고 기온이 35도를 찍더니, 내일은 이보다 높은 36도가 될 거라고 한다. 1차 집회 때 참석해 보았기 때문에 얼마나 힘들지 대충 감이 온다. 하지만 나는 내일도 집회에 간다.

두 시간을 아스팔트 위에서 견디려면 팔 토시와 쿨스카프, 접이식 방석이 필수라고 했다. 가방에 이것저것 챙겨 넣다 보니 금방 한가득 찼다. 한참을 고생한 알레르기가 다시 올라올까 봐 선크림도 단단히 바르고 갈 거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선생님의 억울함을 이렇게나마 돕고 싶다. 사건이 터진 지 2주가 지났는데 교육부는 물론 경찰에서 제대로 조사하지도, 아무도 책임지지도 않는다. 가해자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어느 교사가 또 죽어도 이런 개죽음으로 묻힐까 두렵다.


서현역 묻지 마 살인도, 대전의 칼부림도 따지고 보면 교직에서 가르쳤을법한 나이의 아이들이라 예사롭지 않다. 조금씩 조금씩 무너진 교실과 현재의 상황은 무관하지 않고, 십여 년 전보다 훨씬 상태가 나쁜 지금 학생들이 어른으로 성장한 사회를 상상해 보면 머리에서부터 온몸이 아찔해져 온다.


돌이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 교사를 그만두어야 하나 생각도 든다. 아무도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고, 교사는 가르칠 힘을 잃은 상태. 많은 학부모는 그릇된 방법으로 아이를 키우고, 대학생이 된 아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어머니를 살해하는 일을 뉴스로 접하게 되는

그런 이상한 곳에 우리는 당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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