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영원하고, 클리셰에 답이 있다.

당연해서 놓치고 있는 것들을 붙잡다

by 유영

어디선가 읽었다.

우리 모두 아는, 누구나 알 것 같은 상투적이고 진부하게 당연한 문장들 사실 진리를 담고 있다고.


그렇다.

클래식은 영원하고, 클리셰에 답이 있다.



고리타분해 보이고, 진부하다는 표현은 심지어 부정적이지만

상투적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내려온 그 문장들이 어떻게 시대와 국경을 관통해왔겠는가.

말 그대로 버릇될 정도로 항상 할 수밖에 없는 말, 두루 통용 가능하기에.

자주 말할 수밖에 없다.


'아는 것이 힘이다.'

'을 빼고 싶다면, 적게 먹고 운동하라.'

'운동을 해야 건강해진다.'

'잠이 보약이다.'

'로 사람을 찌를 수도,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다.'

등등.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 맞는 말이고,

나도 알아, 싶다가도

막상 그래서 하고 있니? 물어보면 저절로 겸손해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느 날 손을 뻗어보았다.

너무 당연해서, 너무 흔해서 무심결에 지나치고 날려 보냈던

흩날리는 그 문장들을 몇 가닥 붙잡아

내 삶에 매어 보았다.




- 작은 성공의 힘, 작은 습관의 힘: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


'자기 효능감(self-efficacy,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은 어떠한 과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이라고 한다.

성취 경험은 자기 효능감을 높여주는 주요 요인이라는 말을 보았다.


이렇게 말하면 대단히 어려워 보이지만(그렇다면 내가 도전할 엄두가 안 났을 것이다.),

일상 속에서의 작은 성취 경험도 가능하다 하여,

당장 아침에 이불 개기부터 시작하면 충분하다 하여,

시도해 보기로 했다.


나는 이불 개는 습관을 원래 가지고 있다.

이것도 성취 경험이라고 하니 괜히 갑자기 뿌듯해졌고,

신이 나 새로운 작은 습관들을 들여보기로 결심했다.


하기워 보이고 효과는 좋아 보이는 습관을 찾아보다

[공복에 따뜻한 물 한 컵 마시기]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어린 시절 잔소리로만 들렸던 엄마의 권유를 '알아서 할게!'하고 귀찮게 여겼는데,

내가 스스로 하기로 마음먹으니 저절로 하게 된다.

(역시 사람은 옆에서 백날 말해줘도 소용이 없다.)


정말 자기 효능감이 올라서일까?

나는 마음 한 번 먹으면 정말 내 습관으로 만들 수 있구나를 직접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에,

그다음 결심으로, 또 그다음 결심으로 쉽게 나아갈 수 있게 되었고

작은 좋은 습관 쌓기에 재미 들렸다.

치실 하기

물 외에 처음으로 먹는 것은 최대한 혈당 스파이크를 터트리지 않는 것으로 먹기

잠에서 깨면 최대한 빠르게 침대에서 빠져나오기

물 많이 마시기

틈틈이 스트레칭하기... 등등


알고 있지만 하고 있지 않는,

저거쯤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작은 것들이 많다.



-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예전의 나는 '걷기' 외의 운동은 좋아하지도 않고, 아예 할 생각이 없었다.

땀 흘리는 게 싫었고,

사실 무엇보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운동 안 해도 건강한데 왜?

그땐 젊어서 그랬던 건데, 몰랐던 거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그 말도 솔직히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에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시점에

나는 살기 위해 달렸고,

몸을 움직이는 순간,

숨이 차오르는 순간, 모든 잡념이 사라지는 것을 실제로 경험했고,

그 경험은 아주 놀라웠다.

(힘들어서 호흡 고르기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건강한 몸을 위한 것이 먼저인지, 건강한 정신을 위한 것이 먼저인지

누가 먼저여서 누가 따라온 건지,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처럼 알 수 없는 경우 같지만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나는 운동을 시작했고, 생각이 건강해졌다.


운동을 통해 처음에는 안되던 걸 결국 해내는 성취감을 여러 차례 맛보았고,

'나도 하면 결국 되는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다.

일단 운동화를 신고 나가서 달려보자!



- 적게 말하고 많이 들어라.

(그래서 입은 하나고 귀는 두 개라는 조금은 억지로 끼워 맞추는 듯한 이야기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점점 말을 줄여나갔다.


수다쟁이가 갑자기 말수가 줄면 다들 의아해하고 걱정하므로

첫 출근 때부터 과묵한 사람의 인상을 주어야 한다.


밝은 인상이 낫지 않나?

다들 나를 불편해하는 건 아닐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직장의 첫 출근과 동시에 한번 다른 사람이 되어보기로 했다.


이전처럼 사람들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은 분명했지만

나는 말들을 최대한 신중하게 골라서 꺼냈고,

이 변화는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일단 내가 편했다.

생각보다 내 마음이 편해졌다.

관계도 오히려 잘 풀려 나갔다. 다들 내게 예의를 갖추어서 대해주는 것이 느껴졌다.

상대가 나를 무조건적으로 편하게 대하는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묵묵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좋아했는데,

그것까지 장점으로 더해져서 '입 무거운 믿음직한 사람'이라는 타이틀까지 얼떨결에 얻었다.

그리고 가만히 있어서 반 이상을 간 적이 많아졌다.


그래, 가만히 있었더니 반은 가더라.





떠다니는 구름처럼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그들을 움직이는 바람처럼

진리는 도처에 널려있다.


아직도 나는 너무 멀었고,

아직도 내게 닿지 않은 문장들이 너무나 많아서 즐겁다.


가벼운 실로부터

나를 감싸주는 뜨개질을 엮어나가야지.


나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떠다니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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