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이는 것일 수도, 살리는 것일 수도 있다.

마음먹기에 달린 모든 것들

by 유영

'공포'라는 것은 곰곰이 바라보고 있으면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실재는가?

실제적인 존재 여부, 그 실체에 대해 간단하게 답을 내리기 쉽지 않다.


물론,

누군가에게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포증'도 분명히 있다.


나에게는 '전쟁 공포증'이 있다.

전쟁을 직접 겪어본 적도 없으면서 공포증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 웃기지만, 어린 시절 영화를 통해 충격을 받았고 직도 악몽에 시달린다.

악몽은 수면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며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일상에 영향을 주는 것임은 확실하므로 실제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모든 공포가 그러한가?


사실 나의 전쟁 공포증도 경험할 가능성이 0%는 아니므로,

상상하게 되고,

그 상상이 불러낸, 내가 만들어낸 막연하게 두려운 감정일지도 모른다.


한때는 실제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하지만

이제는 힘들 때마다 찾게 되는

''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스무 살, 모든 것이 그저 신나던 시절

바다를 찾았다.


배운 적은 없지만 개헤엄은 가능했고,

아니 차라리 개헤엄이었다면 숨이라도 쉬었을 텐데

배운 적이 있더라면 나았을 텐데

한 번 들이 마신 숨이 다 할 때까지만 나아갈 수 있던 나는

얕은 곳에서 헤엄치곤 했다.


분명 그날도 얕은 곳에서 출발했는데,

어쩐지 그날따라 바다가 더욱 파랗더라니,

하늘도 파랗더라니.


숨이 차올라 멈춰 선 곳에서 아뿔싸,

발이 닿지 않았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고,

숨이 더 가빠졌고,

발버둥 칠수록 물이 입 속으로 들이닥쳤고,

다행히 근처에 있던 일행이 나를 구해주었다.


나는 그 이후로 물속에 얼굴을 담글 수 없었다.

이전에는 물속에서 맨 눈을 뜰 수 있었는데,

눈을 꼭 감고도 물 앞에서 멈추게 되었다.

숨 막히던 그 기억이 나를 옥죄었고,

나는 두려웠다.





사실 내가 조금 더 그 대상에 대해 알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더라면 달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고개를 들곤 했다.


일방적으로 물을 대했고, 물에 접근했던 것이 아닐까.

조금 더 나아가서,

물이 정말 나를 잡아먹으려고 했을까?


물은 그냥 물일 뿐이다.

어떠한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은 자연 그 자체.


지금은 안다.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힘을 쭉 빼면 뜰 수 있다는 것을.


몸이 긴장하고 심박수가 높아질수록 호흡이 가빠지고

긴장한 몸은 바짝 힘이 들어가고,

가빠진 호흡은 더욱 숨쉬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것을.


그날의 사건, 한 번의 사건으로

나는 두려움 속에 10년 넘게 갇혀있어야만 했다.


이 두려움을 넘지 못하면 삶을 너무 좁게 사는 게 아닐까,

내 삶을 좀 더 풍부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이 상태를 극복해야 한다고

마음속 깊은 어딘가에서 내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내 결심이 섰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온 우주가 내 등을 떠밀어

수영 강습을 등록했다.


그리고 아주 허무하게도

단 1초의 결심과 행동으로

긴 세월 나를 주저앉혔던 공포증은 물에 녹아 사라졌다.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 03화 선생님, 저 너무 무서워요)


지금 나는 3년째 퇴근 후 수영장에 간다.

토요일 아침에도 수영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기 싫은 마음을 이긴다.

모든 고민과 잡념은 물에 닿자마자 녹아 사라지고,

물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게 되었다.


나를 죽이려고 했던 것이, 아니, 정확하게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나를 살리고 있다.


수영은 또 한 번 내 삶의 방향을 바꾸어주었다.




수영을 배운 후 처음으로 다시 찾은 바다.

고래상어와 함께 헤엄치는 자연의 신비를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제법 수영을 할 수 있기에 자신만만하게 섰다.


꽤 멀리 들어와 바다 한가운데서 입수했다.

꽤 멀리 왔습니다. 물결도 세고요.


온통 '새파랗다'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던 바닷속은 정말 아름다웠다.

처음으로 깊은 바다의 바닥을 마주했다.

끝없는 바닥.

나도 모르게 눈을 뗄 수 없었고, 바라보다 보니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바다는 정말 끝이 없구나.... 헉, 무서워.'

경이로움은 순식간에 공포로 변했다.


나중에 알았다. 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처음 바다 수영 할 때 닥을 보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센 물결도 무서운 마음을 한 겹 더 얹어주었다.

나는 자유롭게 떠다니지 못하고 수영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막대를 너무 꽉 잡느라 오히려 진이 빠졌다.


오기 전에 여러 번 찾아봤던 지라

그 바다는 염도가 높아서 그냥 있어도 뜬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또 한 번 나는 무너졌다.

바다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즐기고 있었다.

남편도 의아해했다. 잡아줄 테니 오라고 손을 뻗어주었지만, 쉽게 잡을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차츰 진정이 되면서 정신이 들었다.

'그래, 힘 빼면 되는 걸 알잖아. 그리고 나 할 수 있잖아.'


투어가 끝날쯤이 되어서야 마음이 좀 편해졌다.

이제 조금 나아가볼까 했는데 돌아와야만 했다.

아무래도 대자연은 품을 수 있는 자만 안길 수 있는가 보다.


너무 아쉬워서 미련이 남는다.

이렇게 난 또 한 번의 후회를 남겼다.

아니, 여지다.

다시 한번 도전할 여지.

처음엔 호기롭게 구명조끼도 벗겠다고 했습니다만..그래도 고래상어와 함께 있던 잠깐의 순간은 아주 인상깊은 인생의 한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아주 좋아한다.


반대로 마음먹기에 따라

내가 내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

하기 싫다는 마음도 내가 먹은 마음이다.

내가 가장 귀를 기울여야 할 상대는 내 마음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데 무서워서, 두려워서 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서보자.

설령 지더라도 도전의 과정에서 우리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내가 만들어 낸 감정 끌려

무기력하게 삶에 한계선이 그어지는 것은 슬니까.


한 번의 극복은 하나의 공포감을 이겨내게 해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용감하게 다른 도전들을 맞이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나를 기쁘게 안아주는 반짝 부서지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물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