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지 않아도 나무는 자란다

갓생을 향한 여정의 시작

by 유영

한길만 걸어온 장인

한 우물을 파야 돼

대쪽 같은 사람

50년 전통의 맛집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


하나를 깊게,

하나를

단,

하나.


올곧게 자란 큰 나무가 되고 싶었다.

하늘을 찌를 듯이 서있는

플라타너스처럼,

메타세쿼이아처럼.




하지만 세상은 넓고

모든 생물의 다양성이 지구를 유지시켜 주는 것처럼

인간사도 다양한 인간이 존재해야지.


안정감과 균형미가 직선에 있다면,

균형이 맞지 않아도, 때로는 위태로워 보여도 곡선은 아름답다.


동그란 나는 각이 지고 싶었다.

맴돌기보단 하나의 선으로 뻗어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손을 뻗어봐도 나는 둥근 사람.

뻗은 손들은 잔가지가 되었다.

굵은 선을 가진, 키 크고 쭉 뻗은 나무 옆

여러 가지가 뻗어나간 구불구불한 나는 슬펐다.


어느 날 마음에 구멍이 생겼다.

어두운 구멍 안으로 나는 점점 더 들어갔다.


또 어느 날은 구멍에 새가 찾아 들어왔다.

비로소 주변을 둘러보았다.

찬란한 햇살 아래 나의 가지들에 무성하게 자란 잎들이 빛나고 있었고, 산들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게 닿았다.

옆으로 자라 시원한 그늘이 생겼고, 그 그늘을 찾아오는 이이 생겼다.

여기저기 내키는 대로 뻗은 뿌리들이 여러 물길을 찾았다.


아, 나름 꽤 괜찮은데?


구불구불한 게 못났다고 생각한 건 아마도 내 마음 때문이었나 보다.

나는 둥근 게 좋아. 구불한 게 멋있어.


비가 올 수도 있고, 눈이 올 수도 있고,

천둥번개가 칠 수도 있고,

태풍이 불 수도 있다.

원래 그런 거다.

당시에는 괴롭지만 모두 더 단단해지고 무성해지기 위해 필요한 시간들이다.

원래 여름이 되면 겨울이 그립고, 겨울이 되면 여름이 그리운 법.


자라온 여러 갈래의 길을 돌아보며, 이젠 아쉬움은 바람에 실어 보내주고, 대신 나는 다양하게 즐길 줄 아는 다채로운 삶을 가졌음을 깨달았다.


변한 내가 지금까지의 나를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하기.

갓생을 향한 여정의 출발선에 섰다.


나무는 곧지 않아도, 하늘을 향해 자라난다.

나의 일상도, 그렇게 가고 있다.





말랑한 직장인 갓생 결심 여정을 지나왔습니다.

다음 기록은 조금 더 단단해진 말랑함으로 돌아올게요.


시즌2에서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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