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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rpe diem!
죽은 시인의 사회

나는 인생의 정수를 맛보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

 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 죽은 시인의 사회 : NH 클라인바움      

  ‘나는 숲으로 들어갔다. 왜냐하면 인생을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나는 인생의 정수를 마음속 깊이 그리고 끝까지 맛보며 살고 싶다. 삶이 아닌 모든 것들을 털어버리기 위해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삶이 끝났다고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NH 클라인 바움의 ‘죽은 시인의 사회’에 인용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시다. 최고의 명문 사립고 웰던 아카데미의 입학식 날, 학생들과 부모들은 특별한 기회를 잡았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내성적인 전학생 토드 앤더슨, 크리스와의 사랑에 모든 것을 걸어버린 낙스. 진정한 자유인이 되고 싶었던 찰리 달튼, 영악한 기회주의자 카메룬, 웰튼 입학생 중 최고의 모범생인 닐 페리. 믹스와 피치.


 존 키팅 선생님은 첫 수업 날 ‘선생님’ 대신 ‘ 캡틴 오 마이 캡틴‘으로 불러주길 당부하며 느닷없이 교탁 위로 뛰어올라가더니 한 명씩 차례대로 교탁 위로 오르게 한다. 

“제군들  무엇이 보이는가? 세상을 보려거든 획일화된 눈으로 보지 말고 다르게 보아야 한다.”

  명문 대 진학률이 곧 학교의 명예이기도 한 웰튼 아카데미에 키팅 선생님의 등장은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수업 중 주입식 정형화된 이론 따위는 당장 찢어버리라고 하거나 운동장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 한 명씩 골대 앞에서 공을 차면서 자신이 세상에게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뱉어내라도 한다. 틀을 깨고 새로운 것으로 채우기 위한 몸부림이다.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키팅 선생님의 졸업 앨범을 보게 된 학생들은 ’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생소한 시모임의 존재를 알게 되고, 기숙사의 야간 소등이 꺼지면 몰래 빠져나가 죽은 시인의 사회 모임이 열렸던 동굴로 찾아간다. 그 모임을 통해 학생들은 인생의 정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고, 자신이 가야 할 길, 가슴 뛰는 일을 찾아 나선다. 

연극을 하고 싶었던 닐은 ’한여름밤의 꿈‘ 오디션에서 주연으로 발탁된다. 극찬을 받고 연극은 끝났지만 닐의 아버지 페리 씨는 연극처럼 쓸모없는 일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했다고 호통 친다. 닐은 아버지의 완강함을 이겨낼 수 없었고, 법적으로 성숙한 나이인 18살까지 기다릴 만한 여력이 없었다. 

닐은 오직 지금, 현실, 자기 삶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살고 싶었다. 모두의 찬사 속에 연극을 훌륭하게  마쳤지만 결코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아버지를 떠올리며  자살을 선택한다. 닐이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의 서재에서 권총을 꺼낼 때 죽은 시인의 사회 멤버들과 키팅 선생님은 동굴에서 닐을 응원하는 시를 읽으며 진심으로 닐을 걱정하고 있었다.


  최고의 모범생이었던 닐 페리의 자살로 교장은 존 키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모든 잘못을 존에게 몰아간다.  죽은 시인의 사회 멤버들을 차례로 교장실로 불러들여 이 모든 일이 존 키팅 선생님의 그릇된 가르침에서 비롯된 일이며 다시는 이런 일탈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종용한다. 영악한 기회주의자 카메른은 친구들을 배신하면서 살아남고, 서약을 거부한 찰리 달튼은 퇴학, 그 외 다른 멤버들은 부모님 입회하에 강제 서약을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자신들의 비겁한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서로 눈길을 피한다. 이후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고 철저히 격리시킨다.  새 국어 선생님이 오실 때까지 교장선생님이 대신 국어수업을 진행하는데 21페이지의 프리차드 서문은 모든 학생들의 국어 교과서에서 찢어지고 없었다. 획일화된, 미사여구로 포장된 프리차드 서문을 찢어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가슴으로 시를 느껴보라던 키팅 선생님의 수업 방침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짐을 챙기기 위해 키팅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서는 순간 토드 앤더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 키팅 선생님. 우리들은 강제로 서명해야 했어요. 그건 우리들의 마음이 아니었어요. 이 모든 일은 선생님 잘못이 아니에요.”

“당장 앉아. 토드 앤더슨 군. 한 번만 더 그러면 너도 퇴학이야.”

흥분한 놀런 교장선생님의 으름장에도 굴하지 않고 

“캡틴 오 마이 캡틴” 

그리고는 책상 위로 뛰어 올라선다.

키팅 선생님은 눈물 가득한 시선으로 토드를 바라본다. 놀런 교장선생님이 토드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순간 반대편 자리의 녹스가 “캡틴 오 마이 캡틴‘을 외치며 책상 위로 올라간다. 그 뒤 믹스, 피츠 그리고 카메른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책상 위로 올라가 키팅 선생님을 배웅한다.

   정말 죽음만이 닐의 최선이었을까? 그가 선택한 방법이 과연 키팅 선생님이 말한 ‘’ 카르페디엠에 충실한 행동이었을까? '카르페 디엠'은 오늘을 살라는 의미이지 오늘로부터 달아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카르페디엠을 잘못 해석하면 미래와는 상관없이 오직 현재를 즐겨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는 카르페디엠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다. 닐은 자살이라는 방법, 되돌릴 수 없는 극단을 선택함으로써 오늘을 살지 못했다.  세상에 죽을 만큼의 용기를 지녔다면 살면서 하지 못할 일이 또 있을까?

  닐 페리와 마찬가지로 찰리 달튼 역시 자기 마음대로 카르페디엠을 적용하다가 교칙을 위반하고 퇴학 처분을 받았다. 키팅 선생님은 교지에 일부러 불온한 글을 끼워 넣은 찰리 달튼의 행동을 보고 현재를 누리라는 말을 왜곡시키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카르페디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1990년대 상영된 영화이니 꽤 오래된 영화다.  부모 세대들이 정해놓은 삶의 척도와 규율이 요즘 아이들에게도 들어맞을까? 부모가 살면서 체득해온 모든 경험들을 아무런 여과 없이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삶을 만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본디 교육 education은 피교육자에게 내재된 것들을 밖으로 끄집어낸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오늘날의 교육은 앞으로 무엇이 될지 모르는 반죽 상태의 아이들을 정해진 틀로 내리찍는 방식이다. 안의 것을 밖으로 이끌어내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의 안에 존재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밖에 있는 것들로 모양을 미리 정해버리는 획일화 교육이다.

    OECD 회원국 중 한국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행복한가?’를 묻는 질문에서는 최하위로 나타난 것은 획일화 교육의 단면을 보여주는 예다. ‘죽은 시인의 사회’ 이 책의 제목은 시모 임의 명칭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죽어버린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현재를 살지 못하면 우리는 모두 죽은 것일지도 모른다. 

죽지 않은 채로 살아가지 않기를! carpe diem!!   /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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