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생명의 그물을 짜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물의 한 가닥에 불과하다
20세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책으로 일컬어지는 < 침묵의 봄 > 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언론의 원색적인 비난과 이 책의 출판을 막으려는 화학업계의 거센 방해에도 불구하고 카슨은 환경 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중적 인식을 이끌어내며 정부의 정책 변화와 현대적 환경 운동을 촉발시켰다.
“제 힘에 취해, 인류는 물론 이 세상을 파괴하는 실험으로 한 발씩 더 나아가고 있다”는 카슨의 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자연을 지배하고 있다는 오만에 빠져 있지 않나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 책의 본문 제1강 내일을 위한 우화 맨 첫 문장은 : ‘미국 대륙 한가운데쯤 모든 생물체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이 하나 있다.’로 시작하고 ‘오늘날 미국의 수많은 마을에서 활기 넘치는 봄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왜 일까?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쓴다.'라고 되어있다.
시간은 생명체가 생존하는데 필수요소였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충분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생명체가 화학 물질에 적응하려면 자연의 척도에 따라 적절한 시간이 필요한데 매년 새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의 양을 고려하면 생물학적 한계를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원시 농업 시대에 곤충은 심각한 고민거리가 아니었지만 대규모 농지에 단일 작물 재배를 선호하면서 특정 곤충의 개체수가 폭발적을 증가하게 되었다. 외국으로부터 식물 수입을 통해 천적의 손길에서 벗어난 식물종의 확대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들, 종 다양성을 무시하고 오직 특정 작물, 특정 나무를 집중적으로 기른 결과 생각지도 못한 일들에 직면하게 되었다. 스프레이, 분말, 에어로졸 형태의 화학약품들은 해충은 물론 익충까지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물고기까지 침묵시켰다.
네덜란드 느릅나무병은 1930년경 합판을 만들기 위해 유럽에서 들여온 느릅나무 목재에 숨어서 마국으로 건너왔는데 이를 퇴치하기 위해 살충제를 투입하자 울새들이 집단 폐사되었다. 유독 약품이 나뭇잎과 나무껍질에 얇은 막을 형성하고 썩은 낙엽을 먹는 지렁이 몸에 농축되고 지렁이를 통해 울새가 치명적인 DDT를 섭취하게 된 셈이다. 모든 생태계는 연결되어있다. 해충의 천적들이 농약 때문에 사라진다면 새로운 해충이 등장해 느릅나무뿐 아니라 다른 나무들을 공격할 것이다.
P. 34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이런 상황에 놀란 마을 사람들은 자취를 감춘 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새들이 모이를 쪼아 먹던 뒷마당은 버림받은 듯 쓸쓸했다.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몇 마리의 새조차 다 죽어가는 듯 격하게 몸을 떨었고 날지도 못했다.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온 것이다.
환경 문제와 관련하여 장 로스탕은 “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라고 말했다. 침묵의 봄.. 새들의 집단폐사로 새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침묵의 봄'이기도 하고 생태적 재앙을 가져오는 것이 분명한 화학약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개발업자들의 양심이 침묵하는 봄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칼 p. 스웬슨 교수는 “모든 과학은 강에 비유할 수 있다. 분명치 않지만 신중한 근원을 지니고 있다. 빠르게 흐르기도 하지만 넓게 퍼져 흐르기도 한다. 가뭄이 들 때도 있고 홍수가 난 듯 넘쳐흐를 때도 있다. 과학이라는 강은 많은 연구자의 노고로 쉬지 않고 계속 흐를 수 있으며 다양한 사고의 유입으로 더욱 풍부해진다. 서서히 진보하는 개념들과 종합적인 사고로 더 깊고 넓게 흐르는 것이다.”라 했다.
과학은 지구 생태계에 구원의 역할을 할 것인지 재앙의 역할을 할 것인지 알 수 없다. 흐르는 강이 어떤 길을 만들어 내며 그 길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잘못된 것들에 대해 침묵하지 않는 과학자, 침묵하지 않는 시민들, 침묵하지 않는 입법가, 침묵하지 않는 환경론자들.... 침묵하지 않는 자들의 뜨거운 목소리가 모여야만 비로소 ‘침묵의 봄’을 중단할 수 있을 것이다.
<침묵의 봄> 제9강 '죽음의 강'에는 연어들의 집단 폐사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대서양 연안 깊은 바닷속 바닷길을 따라 연어들이 이동한다. 본능에 따라 모천으로 회귀한다. 1954년 봄 미러 미시 강에서는 갓 부화한 새끼연어와 1,2년생 연어들을 볼 수 있었는데 여름이 되면서 캐나다 정부가 가문비나무벌레 제거를 위해 살포한 DDT로 인해 연어의 먹이가 되는 수중 곤충이 몰살하고 그 결과 강바닥에서 부화한 연어 중 살아남은 연어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고 한다. DDT로 인해 물살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 떼의 춤, 지느러미가 찢겨가며 산란터를 만들던 연어들의 몸부림은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았다.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은 시애틀 추장의 연설문이 떠오르게 한다.
“나와 함께 온, 지금 당신들 앞에 서 있는 한 무리의 이 사람들은 나의 부족이며 나는 그들의 추장이다. 우리는 왜 이곳에 왔는가? 연어 떼를 구경하기 위해서이다. 올해의 첫 연어 떼가 강물로 거슬러 올라오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연어는 우리의 주된 식량이기 때문에 연어 떼가 일찌감치 큰 무리를 지어 강의 위쪽으로 거슬러 오는 걸 보는 일만큼 우리에게 즐거운 일은 없다. 그 숫자를 보고서 우리는 다가오는 겨울에 식량이 풍부할 것인가를 미리 안다. 오늘 우리의 마음이 더없이 기쁜 까닭은 그 때문이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연어 떼가 햇살에 반짝이며 춤추는 것을 우리는 우리의 눈으로 직접 보았다. 또 한 번의 행복한 겨울이 우리를 찾아올 것을 짐작한다. 우리가 무리를 이루어 몰려왔다고 해서 전투를 벌이려고 온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 달라. 나는 당신들이 우리의 땅에 온 것을 기쁘게 여기고 있다.
당신들과 우리는 모두가 이 대지의 아들들이며, 어느 한 사람 뜻 없이 만들어진 사람이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당신들은 이 땅에 와서, 이 대지 위에 무엇을 세우고자 하는가?
어떤 꿈을 당신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가? 내가 보기에 당신들은 그저 땅을 파헤치고 건물을 세우고 나무들을 쓰러뜨릴 뿐이다. 그래서 행복한가? 연어 떼를 바라보며 다가올 겨울의 행복을 짐작하는 우리만큼 행복한 것인가? -중략-
나는 초원에서 썩어가고 있는 수많은 물소를 본 일이 있는데 모두 달리는 기차에서 백인들이 총으로 쏘고는 그대로 내버려 둔 것들이었다. 연기를 뿜어대는 철마가 우리가 오직 생존을 위해서 죽이는 물소보다 어째서 더 중요한지를 모르는 것도 우리가 미개인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짐승들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모든 짐승이 사라져 버린다면 인간은 영혼의 외로움으로 죽게 될 것이다. 짐승들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들에게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만물은 서로 맺어져 있다. 그대들이 온 이후로 모든 것이 사라졌다. 이제 삶은 끝났고 살아남는 일만이 시작되었다. 이 넓은 대지와 하늘은 삶을 살 때는 더없이 풍요로웠지만, 살아남는 일에 있어서는 더없이 삭막한 곳일 따름이다.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그들이 딛고 선 땅이 우리 조상의 뼈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들이 땅을 존경할 수 있도록 그 땅이 우리 종족의 삶들로 충만해 있다고 말해 주라.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을 그대들의 아이들에게도 땅을 우리 어머니라고 가르쳐 주라.
땅 위에 닥친 일은 그 땅의 아들들에게도 닥칠 것이니 그들이 땅에다 침을 뱉으면 그것은 곧 자신에게 침을 뱉는 것과 같다. 땅이 인간에게 속하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만물은 마치 한 가족을 맺어주는 피와도 같이 맺어져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은 생명의 그물을 짜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 그물의 한 가닥에 불과하다.
그가 그 그물에 무슨 짓을 하든 그것은 곧 자신에게 하는 짓이다.
레이철 카슨이 <침묵의 봄>에서 하고자 하는 말들이 1854년 시애틀 추장이 쓴 연설문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땅 위에 닥친 일은 그 땅의 아들들에게도 닥칠 것이니 그들이 땅에다 침을 뱉으면
그것은 곧 자신에게 침을 뱉는 것과 같다. 땅이 인간에게 속하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만물은 마치 한 가족을 맺어주는 피와도 같이 맺어져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은 생명의 그물을 짜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 그물의 한 가닥에 불과하다.
그가 그 그물에 무슨 짓을 하든 그것은 곧 자신에게 하는 짓이다.
생명의 그물에 우리가 저지르는 모든 일들은 다른 생명뿐 아니라 인간 자신들도 파멸에 이르게 하는 일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봄이 오고 있다.......... 어쨌든 침묵의 봄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