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리학을 관찰한다
심리상담을 하는 사람이라면, ‘MBTI성격유형검사’에 대해 모르지 않을 것이다. 상담사가 되기 위해 수련생 초반에 들어야 하는 워크숍 중 하나이니까. 10년 넘게 개인 상담과 집단상담을 병행하며, MBTI를 자주 활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MBTI의 F유형은 공감을 잘하는 게 맞을까.’
내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그들은 공감을 잘하는 게 아니라 ‘경청’과 ‘감정적 반응’에 능숙했다. 재밌는 사실은 때때로 그들은 경청을 하지 않지만 경청하는 ‘척’을 잘한다. 그래서 나중에 똑같은 말을 했을 때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대해 몇몇 F유형 친구들과 대화해 보니.
‘남에 말을 어떻게 다 들을 수 있겠어. 하하하.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는 거지.’
그렇게 웃으며, 타인이 상처받을까 봐 가만히 듣는 척을 잘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듣는 게 아니라는 걸 그 상대방이 알게 된다면. 어쩌면 그것도 상처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들이 주로 나타내는 ‘어~’, ‘응~’, ‘그렇구나...’의 언어적 반응들이 있는데. 이 반응은 마치 상담생 수련 초기 때 배우는 경청 반응과 흡사했다. 또한 내담자들은 상담사의 이런 반응에 대해, ‘상담사에게 공감받는다고 느낀다’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타인의 말에 가장 먼저 이 반응을 보여주는 F유형에게서 ‘공감받고 있다’는 착각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음은 ‘감정적 반응’.
실제로 집단 교육이나 집단상담 때. 단체로 MBTI를 할 때도 보면. 그들의 반응을 통해 F유형의 친구들은 금방 찾아낼 수 있는 편이다. F유형은 표정에 감정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내가 강사로서 설명을 할 때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들은 주로 F유형이 많이 나왔다. 그리고 얼굴에 표정 변화는 거의 없지만, 골똘히 생각하는 듯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T유형이었다. 이때 T유형들은 자신의 턱 밑에 손을 갖다 대기도 한다.
그들의 성향이 더 분명하게 보이는 건 개인 상담 때이다.
그들은 상담사와 상담을 할 때 표정으로 많은 걸 알려준다. 하지만 자신들은 표정을 능숙하게 감췄다고 믿는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에 대하여. 그래서 내가 그 부분에 대해 짚어주면, 화들짝 놀라고는 한다. ‘선생님한테 제 감정이 들킨 것 같아서 부끄러워요.’라며.
여기서 또 특이점이 있다면, F유형들 중에는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부인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마치 자신들은 부정적인 감정은 느끼지 못하거나 느끼면 안 되는 사람들인 것처럼. 그들은 자신들의 부정적 감정이 드러나는 상황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F유형을 개인 상담할 때 목격하는 건.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슬픔을 느낄 때,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미소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상담이 진행되는 50분 동안 내내 울면서 웃는 내담자. 그게 주로 F유형들이었다.
그들의 감정의 바다는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을까.
지구 한 바퀴를 돌고 돌아도 또 도는.
그래서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