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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운의봄 Sep 16. 2022

결혼 생활의 기쁨과 슬픔(에피소드 2)

당신의 결혼 생활은 안녕하신가요?





  “철민아, 집에 은희 씨 없지?”

  “어.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핸드폰 너머 상대편이 숨을 고르는 듯 말이 없었다. 철민은 눈동자를 굴리며 무슨 일로 토요일 오전에 전화가 온 것인지 짐작하려 애쓰고 있었지만 감이 잡히지 않았다.

  “철민아, 전화할까 말까 한참 망설였는데, 내가 톡으로 사진 한 장 보냈어. 은희 씨 잘 살펴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어.”

  그때부터였다. 철민은 은희가 모르게 은희의 뒤를 밟았다. 은희가 씻거나 자고 있을 때 휴대폰을 살피고 은희 퇴근 시간보다 일찍 은희의 회사 앞으로 갔다. 먼발치에서 은희를 좇았다.

  누구에게나 ‘감’이라는 게 있다. 철민은 친구가 보낸 사진을 보았을 때부터 ‘감’으로 알 수 있었다. 사진을 본 지 일 분이 지나기도 전에 피가 거꾸로 도는 느낌이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얼굴에는 열이 차 올랐다.



  ‘오민철 부장?’

  그 남자의 이름은 오민철이었다. 은희는 몇 번 철민을 민철이라 부른 적이 있었다. 실수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실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철민은 고민으로 밤잠을 설쳤다. 입맛도 없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날이 이어졌다.



  철민의 직장에서 스웨덴 파견 제안이 들어왔다. 지금 가면 최소 4년이다. 4년 안에는 한국에 돌아올 수 없다. 철민은 스웨덴으로 가고 싶었다. 처음에는 은희를 한국에 두고 혼자 떠나고 싶었다. 은희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혼할 용기도 없었다. 이 정도 짐작으로 이혼을 운운한다면 세상에 이혼하지 않을 부부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마음 한 편에서는 자신이 듣고 보고 짐작한 것을 덮어두고 낯선 곳에서 새로 시작하면 된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철민은 은희에게 스웨덴 예테보리에 가서 살아보자고 말했다. 은희의 눈빛이 흔들렸다. 무엇 때문에 흔들리는 것일까? 갑작스러워서? 아니면 오민철 때문에? 철민의 심장이 또 빠르게 뛰었다. 목구멍에 뜨거운 것이 솟구치는 것을 겨우 삼켰다.



  은희의 행보를 알게 된 이후 철민은 직장 내의 사람과 사람 사이를 유심히 살폈다. 철민의 직장에도 ‘오피스 와이프’, ‘오피스 허즈번드’라며 동료들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의 가족은 알고 있을까? 자신의 아내 또는 남편이 직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아홉 시간을 보내는지? 철민은 생각했다.

  ‘은희는 회사에서 어떤 모습일까? 은희의 직장 사람들은 은희를 보며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은희는 나로는 안 되는 건가? 내가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면은 무엇일까?’

  철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다시 생각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은희는 신뢰를 깼어. 내가 여자 직장 동료와 매일 같이 점심을 먹고 퇴근 후 함께 운동하고 주말에도 단 둘이 만난다면 너는 나를 용서할까?’



  결혼은 사랑으로 시작하지만, 결혼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힘은 서로를 향한 믿음과 예의다. 어떤 순간에도 상대를 믿을 수 있어야 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가장 가까운만큼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기본 예의를 지켜야 한다. 은희는 철민에게 믿음과 예의를 저버렸다.

  ‘나는 은희를 몰라. 내가 아는 은희는... 누구일까? 진짜 은희는 어떤 사람일까?’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에서 두 명의 철민이 목소리를 높였다. 한쪽에서는 다 엎어버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한쪽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해. 새로운 환경에 가면 은희도 나도 다 잊을 거야. 덮고 새로 시작해.’라고 부드럽게 속삭였다.

  철민은 잡생각을 떨쳐내고 업무에 다시 집중했다. 은희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우리 스웨덴 가자. 가서 다시 시작하자.”

  “뭘?”

  “뭐든 전부 다시. 새 마음으로 새 인생을 살아보자. 재밌잖아?”

  철민의 마음속을 가득 채운 검은 그림자가 줄어들었다. 철민은 이제야 알았다. 자신은 은희 스스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길 바라며 기회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되었다. 내가 알던 은희만 생각하자. 철민은 팀장에게 가서 말했다.



  “스웨덴 파견 가겠습니다. 출발 일정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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