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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Oct 18. 2021

외국계 다니면 뭐가 좋아요?

대기업, 외국계, 공공기관 모두 근무해보니- 외국계 편

대기업, 외국계, 공공기관 모두 근무해 보았습니다만...

지난 글에서도 밝혔지만, 위의 세 가지 형태의 조직에서 근무를 해본 특이한 이력이 있다. 이번 에는 외국계 기업의 좋은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과 경험에 의거하여 풀어보려 한다. 대기업 편에 대한 내용은 '대기업 다니면 뭐가 좋아요?' 글을 참고하시길.



외국계 기업에 대한 환상

'글로벌한 근무 환경에서 자유롭게 영어를 사용하며 해외 출장의 기회가 잦은 곳. 국내 기업보다 개인의 업무성과를 중요시해서 천편일률적인 스케줄이 아닌 플렉시블 한 워라밸이 있는 곳.' 내가 외국계 회사에 지원하기 전 갖고 있던 일종의 선입견이었다. 그러나 대기업에 비해서 채용 규모가 작고 경력직을 뽑거나 수시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신입사원이 도전하기엔 성공확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마음속 한편에 외국계 기업에 대한 환상을 가진 채, 경력직 채용을 노리곤 했었다.


내 경우에는 첫 직장이었던 국내 대기업 S사 퇴사 후 호주로 유학을 다녀왔다. (이와 관련해서는 '멀쩡히 다니던 대기업 퇴사 이유와 유학 결심' 글을 참조하시길.) 다시 돌아온 국내 취업 시장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조직 1순위가 외국계 회사였다. 해외대학원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갖추고 돌아온 터라, 외국계 입사에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케바케(Case by Case)더라. 내가 근무했던 외국계 기업 인사담당자에 따르면, 해외대학 배경보다 나의 대기업 경력 2년을 높이 사서 채용했단 말을 나중에 들었다. 역시 대기업인 건가...




자유로운 분위기와 개인의 역할

업계와 회사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외국계 기업은 비교적 자유로운 조직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곳이 많다. 비단 업무 스타일에서 뿐 아니라, 수평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 직급에 관계없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또한 천편일률적인 출퇴근 시간이 있는 환경이 아닌, 본인의 업무역량과 스케줄에 따라 소위 말하는 일과 삶의 균형이 이뤄질 수 있는 곳이다. 바꿔 말해, 팀워크와 협동심을 보다 중시하는 대기업과는 다른 기업 문화가 있는 것이다. 외국계 회사. 말 그대로 외국에 본사를 둔 곳이라 당연히 조직문화도 그 나라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소한 런치 파티 등 외국스러운(?) 이벤트도 종종 있는 편이다. 참, 해외 본사가 쉬는 휴일에 같이 쉬는 외국계 회사도 있더라. 물론 국내 공휴일에도 휴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외국계의 경우 개인의 역할과 업무범위가 매우 명확해서 업무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채용할 때도 신입보다는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진 경력직을 우선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매일 영어를 쓰는 글로벌함을 원한다면


외국계 회사에서 영어, 꼭 잘해야 하나?

결론은 '영어를 잘하면 좋다'이다. 그러나 이는 어느 회사에 들어가건 공통된 답변이 아닐까 싶다. 분명 영어는 필요하지만 직무나 고용형태(정규직, 파견직, 계약직 등)에 따라 요구되는 수준과 범위가 다를 수 있다. 해외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잦았던 내 경우는 오히려 이 시기에 비즈니스 영어실력이 확 늘어버렸다. 놀라지 마시라. 하루에도 수십 통의 영어 이메일을 주고받고, 콘퍼런스 콜이 일상이 되며 통역을 준비하면 그럴 수밖에 없다. 영어실력 향상을 위한 최상의 조건이지 않나. 거기에 절박함과 더 잘하고 싶은 욕심까지 있었으니.


회사의 면접도 TOEIC 등의 서류상의 영어점수보다 몇 단계를 거치는 영어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영어실력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내 경우에도 총 두 번의 면접을 거쳤는데 영어실력 자체를 평가한다기보다, 인터뷰가 영어로 진행되니 자연스레 영어실력이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따라서 영어점수만 높고 실제 커뮤니케이션에서 영어 사용에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힘들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여담이지만 외국계 입사를 준비하거나 재직 중인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영어 코칭을 진행한 경험이 최근까지 있다. 바꿔 말하면 영어 코치를 받을 만큼 외국계 회사원들은 영어에 진심이었다!




바로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곳

신입사원과 경력사원 모두에게 일정기간 연수나 직무교육을 실시하는 국내 회사와는 달리, 외국계 기업은 바로 현업에 투입되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듯 신입 채용이 적은 이유다. 개개인은 회사가 기대하는 수준 이상까지 업무 역량을 끌어올려야 하므로 끊임없는 노력도 필요하다. 실제로 나도 처음 근무를 시작했을 때 업무에 대해 물어볼 사람이 없어 한참을 헤맸던 기억이다. 물론 큰 틀의 업무 가이드라인(매뉴얼)이 있기는 하지만 세세한 디테일을 다룰 때는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단기간에 개인 업무역량이 급격히 강화되는 뜻밖의(?)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이렇듯 업무의 전문성과 구분이 명확하다 보니 로테이션 근무(순환보직)의 기회가 드문 편이다. 엄밀히 말하면, 한 회사를 큰 틀에서 다각도로 이해하기에는 다양한 직무경험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물론 그 회사에 오래 있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외국계 회사의 현지화, 업무역량 증진의 태생적 한계

해외 커뮤니케이션이 무척 잦고 해외 출장의 기회는 있지만 해외로 파견되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처음부터 채용 자체를 한국 현지에서 해서 그런 듯하다. 외국계 임원들이 한국으로 파견되는 경우는 많이 있어도 말이다. 또한 재직자 대부분이 한국인으로 구성된, 규모가 큰 외국계 회사의 경우 한국 기업과 굉장히 유사한 기업 문화를 가진 곳도 있다고 한다. 오히려 한국 회사보다 더한 팀워크를 자랑하기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게다가 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보니 조직의 사업 추진이나 전략 등에서 늘 본사의 그늘 아래에 놓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도 있다. 따라서 업무를 추진하여 주도한다기보다 서포트에 그치는 일도 빈번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는 장점도 될 수 있다고 본다. 주어진 업무를 성실히 잘 수행하는 업무가 적성에 맞는 경우에는 서포터로서의 능력이 십분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국이나 유럽 회사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본부는 싱가포르에 굉장히 많이 몰려있다. 그래서일까? 그곳에서 일하는 한국인도 적지 않은 걸로 알고 있으며 싱가포르 현지에서 채용된 한국인들은 그곳에서 몇 년간 일을 하다가 더 좋은 조건으로 한국, 즉 고국으로 파견되는 경우도 종종 봤다. 회사 입장에서도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잘 아는 한국인이자 아시아 태평양 본부 출신 직원을 훨씬 선호할 것이다. 외국계 취업을 꿈꾸는 이들은 이러한 현지 채용도 눈여겨보길 바란다. 해외취업과 관련한 개인적인 재미난 에피소드는 '한국에서 해외로 취업해버린 이야기'를 참조하시길)



알아볼수록 매력적인 외국계 기업. 회사의 형태도, 문화도, 업계도 매우 다양한 만큼 기업 특성을 잘 분석하고 도전해 보시길 바란다.


약 2년간의 외국계 회사에서의 근무를 마친 나는 그 후 공공기관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다음 편에서는 본 시리즈의 마지막인, 공공기관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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