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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Oct 05. 2021

가슴속에 사직서 하나쯤 품고 있는 그대에게

'이직' 다시 보기

"가슴속에 사직서 하나쯤 품고 사는 것 아닌가요?"

직장인들 사이에서 너무나 유명하고도 당연한(?) 공감을 얻는 말이다.

아마 직장생활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이 말을 우스갯소리로 넘기기엔 너무나도 절절한 느낌에 살짝 당황할 수도 있겠다. 퇴사와 이직의 사유와 상황도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나와 내 지인들의 경험을 토대로 글을 풀어보려 한다. 최대한 꼰대스럽지 않게.



이직: 직장을 옮기거나 직업을 바꿈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국어사전에서 '이직'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봤다. 비단 회사를 옮기는 것뿐만 아니라 직업을 바꾸는 것도 이직의 범위에 든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사회초년생, 이직을 고려하나요?

그 어렵다는 취업의 문턱을 무사히 넘긴 기쁨도 잠시, 조직에 적응하며 커리어를 쌓는 것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은 것임을 이내 깨닫게 되었다. 사회초년생의 열정도 에너지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사그라들었고, 동시에 더 나은 직장으로의 이직에 대한 열망은 점차 커지기만 했다. 과연 이 업무와 이 회사가 내 적성에 맞는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되는 시점이었다. 나보다 먼저 입사한 상사들의 모습이 내 미래의 모습이라 가정할 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왠지 타성에 젖어 수동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직장과 일에 대한 열정이 넘쳤던 신입사원의 시각이라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이해한다. 그 타성조차도 현실과 이상을 타협하는 그들만의 방식인 것을 말이다. '한 직장에서 적어도 3년은 버티라'는 말이 있다.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3년이라는 시간은 나와 직장의 합을 판단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인 듯하다. 그리고 지금 당장 당신이 힘들다고 느껴지는 조직의 문제가 그 시간 동안 없어지거나 변할 확률이 높다. 조직도 사람들이 구성하는 것이라 굉장히 유기적이더라.


내 경우는 특이하게 직장생활 2년 만에 유학을 떠나게 되어 신입사원도 아니고 경력사원도 아닌 어정쩡한 근무경력을 갖게 되었지만 이 또한 사회초년생의 특권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그때 아니고서는 오로지 본인의 이상과 꿈을 좇아 과감히 '퇴사 후 유학'이라는 카드를 쓰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서는 '멀쩡히 다니던 대기업 퇴사 이유와 유학 결심'을 참조하시길) 그렇다고 모두에게 유학을 권하지는 않는다. 되도록 신중하게 커리어와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길 바란다. 다만, 이 시기는 어쩌면 인생에서 자신만을 위해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때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그것이 자기 계발이든, 이직이든, 유학이든 간에 말이다.



이직을 해도 그 나물에 그 밥?

좀 더 조건이 괜찮은 회사로 이직을 해 본 경험이 있다. 그 조건이라 하면, 대부분 경제적인 것이다. 삶의 가치 비중으로 본다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도 매우 중요하지만 일단 우리는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문제에 주목하니까.


그렇지만 부푼 기대를 안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문제와 맞닥뜨리는 경우 많다. 업무적성이 맞지 않거나 업무 로딩이 과한 것은 그나마도 견딜만한 축에 든다. 그렇지만 '사람'때문에 고생하는 것에는 답이 없다고들 한다. 나도 크게 공감하는 바다. 상사의 갑질, 동료와의 불화, 직장 내 따돌림이나 괴롭힘, 사내정치의 희생양... 게다가 이러한 스트레스는 정신적인 피폐함과 건강의 악화까지 불러오니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나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던 기억이다.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극도로 심한 날은 '구관이 명관이지'라는 옛 속담이 절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렇듯 어느 조직에나 문제는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직장이란 결국 일을 하는 곳이며, 일을 하기 위해 만난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문제와 갈등과 해결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곳이다. 친목도모나 자기 계발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걸음 떨어져 직장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니 직장 스트레스가 오히려 당연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이직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 커리어에 연차가 쌓이고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면 경제적인 문제가 발목을 더 잡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사회초년생 시절처럼 오로지 내 꿈을 위해서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만은 의사결정을 하기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되도록 신중하게 이 조직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에 집중을 하며 사직서를 가슴속에 품고 있길 바란다. 쉽게 말해 이직의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이다.


'존버'라는 말을 들어봤는지? 어감조차 낯설고만 싶은 이 단어에 직장인의 애환이 녹아있는 것 같아 뭉클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와 실리를 생각하며 타이밍을 제대로 기다리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다. 그럼 나는 어땠냐고? 불행히도 그 시절 난 그렇게 성숙하지 못했고, 주변에 이런 조언을 해줄 만한 멘토도 없어서 내키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직장생활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다르길 진심으로 바란다.



저도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예전과는 달리 업에 대한 개념이 많이 유연해졌다. 꼭 직장에 고용되어 일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것만이 다가 아닌 세상인 것이다. 직업보다 업에 무게중심을 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전업맘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프리랜서 활동을 하는 나도, 큰 범위 안에서는 이직을 준비 중이다. 글 초미에 나온 이직의 사전적 의미를 기억하는지? 구체적으로는 나의 메인타이틀인 '전업맘'에서 브런치 작가와 디지털 크리에이터로의 이직을 시도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부캐'(부캐릭터) 부자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다시 예전처럼 직장인이 되는 것 또한 나의 선택지에 있다. 다만 그것에 목매지 않을 뿐이다.


오늘도 이직을 꿈꾸며 사직서를 품고 있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심심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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