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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 Aug 20. 2020

#6. 아기한테 동요 말고 트로트 들려주면 안 돼?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

지난해, 누군가는 혼자만 유난이라 할지도 모르는 지독한 산후우울증을 겪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긴 터널을 지나오며 극복해내기까지 많은 이들의 도움도 필요했지만,  스스로 극복한 나만의 방법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1. '~해야 한다.'는 전제에 갇히지 않는다.

산후조리 기간에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 있다.

'애기 잘 때 같이 쉬어야 해.'
'몸에 좋은 거 많이 먹어야 해.'

육아에 정답은 없고, 아기마다 개인차가 있는데 하나의 전제가 마치 정답인 것처럼 생각이 드는 순간 그래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생긴다. 전제에서 벗어나 마음을 편히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의 경우는 아이가 잘 때, 옆에서 같이 쉬는 것이 조금 어려웠다. 왜냐하면 아이가 신생아 시절, 누워서 곤히 자는 경우가 많이 없었을뿐더러(거의 품에 안겨 자곤 했음.) 아기가 잠들었다 하더라도 언제 깰지 몰라 불안한 마음에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기 잘 때 반드시 쉬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차라리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거나, 좋아하는 책을 읽었더라면 훨씬 기분전환이 되었을 것 같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몸이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집안일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터.



2. 내 시간을 갖는다.

나는 음악을 좋아하고, 예능 프로그램도 즐겨보는 편인데, 이상하게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하는 기간에는 TV나 라디오를 멀리했다. 아직 할 수 있는 거라곤 모빌을 보는 게 다인 아기인데도 혼자 두는 게 괜히 미안해서 계속 아이만 바라보며 24시간을 보냈던 그때의 나. 그 당시엔 아기가 있는 집은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잠든 시간이나, 남편이 있는 주말에 짬을 내서 예능 프로그램을 본다거나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3. 클래식이 좀 아니면 어때?

아기가 100일이 되기 전까지 나의 생활을 떠올려보면 아주 재미없는 하루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영어동요나 잔잔한 클래식을 틀어놓고 아이에게 들려주었다. 사실 동요나 클래식을 그리 즐겨 듣는 편이 아니고 좋아하지도 않는데, 왠지 아기에게 계속해서 들려줘야만 할 것 같았다. 왠지 모를 의무감에 억지로 그리 지내다 보니 즐거울 리가 없었고, 아이와 있는 시간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이가 갓 100일쯤 되었을 때 내가 너무 답답해서 '에잇, 모르겠다.'하고 임신했을 때 즐겨 듣던 트로트를 거실에 크게 틀어놓고 청소를 했다. 그런데 클래식을 들었을 때보다 훨씬 기분전환이 되고 아이에게도 긍정적이고 행복한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

꼭 동요나 클래식이 아니어도 괜찮다.
댄스음악이든 팝송이든 트로트든 엄마만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아기에게 가장 좋은 음악이 아닐까.

누군가는 '아기 있는 집에서 웬 트로트.' 하며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르지만, 9개월 된 우리 아들은 영탁 노래만 나오면 몇 개 나지 않은 이가 다 드러날 정도로 씩 웃으며 온몸을 들썩들썩 그리 신나 할 수가 없다.


엄마가 행복하니 너도 좋은 거지?



4. 달달한 초콜릿 한 조각은 만병통치약

나의 경우는 우울하거나 기운이 없을 때  초콜릿이나 쿠키 같은 단 음식을 먹고 나면 기운이 나곤 했다.
육아는 체력전이기 때문에 아이와 하루 종일 붙어있다 보면 소위 '당 떨어질 때'가 많은데 그럴 때 달달한 초콜릿 한 조각이 그리 도움될 수가 없었다. 다이어트는 잠시 접어두고 내가 최대한 스트레스받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보던 시기였다.


5.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하기

내가 산후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주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아무리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가족이나 친한 친구, 혹은 남편에게 전화나 문자를 보내 나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고민을 털어놓는 것이 매우 도움될 것이다.


내 이야기를 굳이 하고 싶지 않다면 실없는 농담도 좋다. 마음이 맞는 편한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힘들고 부정적인 감정은 서서히 사라지고, 내가 언제 힘들었나? 싶을 정도로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피어오를 것이다.

'극복해야지, 이겨내야지, 힘내야지.'하고 계속해서 스스로를 주입시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 상황을 넘기는 것. 지나고 보니 그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산후우울증은 잘못된 것도 아니고,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내가 부족하기 때문도, 내 아이가 유난스럽기 때문도 아니다.
그 누구의 탓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산후우울증'이라고 하면 유난스럽고 부정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사회에서 끗발 날리던 잘 나가는 사람도, 제적으로 풍요롭거나 외모가 예쁜 사람도, 주변에 사람이 많고 한없이 밝은 사람도, 그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것이 산후우울증이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내가 모르는 새 나의 아주 가까운 곳에 다가와있어 더욱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상황.


하지만 나도 그랬듯이 여러분도 반드시 극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혼자 모든 걸 떠안으려 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꼭 청하길 바란다.


예쁜 아기와 함께하는 보석 같이 소중한 지금 이 순간이 하루 빨리 당신의 눈에 비로소 비춰지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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