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늦가을, 첫아이를 출산하고 그야말로 '멘붕'이었던 나는 육아에 대해 하나도 알지 못하는 '육알못'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임신했을 때 집에서 TV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며, 육아는 귀여운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냥 행복하고 즐겁기만 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기에게 매일같이 예쁜 옷을 입혀 사진을 찍고,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에 맞춰 난 잘 차려진 밥 한상을 먹고 그 옆엔 곤히 자고 있는 아기를 상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참혹(?)했다. 목이 다 늘어진 티셔츠에 며칠째 감지 못한 머리, 아기는 집이 떠나가라 악쓰며 울어대고 밥 한끼도제대로 먹지 못해 한껏 예민해진 나의 모습. 손목에는 보호대가, 허리에는 복대가 채워져 남편에게 언제 오냐고 전화하기 바빴던 그때의 나. 지금도 내 옷장엔 사두고 한 번도 입지 못한 홈드레스가 서너 벌 걸려있다.
아기는 두 시간마다 배고팠고, 어쩔 땐 두 시간이 되기도 전에 분유를 달라고 울기도 했다. 배고픈 게 아니라면 기저귀가 젖어서, 덥거나 추워서, 졸려서, 이불이나 옷이 불편한 이유 등으로 울곤 했는데 사실 이것이 확실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의사표현이 우는 것뿐인 신생아에겐 그저 눈치껏 '이건가? 아니면 이건가?' 하며 추측하는 것일 뿐.
하지만 이유가 있으면 좀 낫다. 가장 힘든 건 이유모를 울음.
'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육아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처럼 아기는 귀여운 게 다가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되었고, 달래도 달래지지 않는 아기와 밤새 씨름하기를 여러 날.
안아 재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잠이라도 제대로 자보자고 결심하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아기 재우는 법', '아기가 안 잘 때', '아기 등 대고 재우기' 등을 검색했고 그러다 우연히 '수면교육'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수면교육이라니. 아기에게도 교육이라는 걸 하나?'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누워만 있는 아기에게 '교육'이라는 단어를 쓴다는 게 조금 생소했지만, 그에 관련된 수많은 책과 성공했다는 생생한 후기들을 보며 나는 귀가 펄럭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바로 인터넷으로 수면교육에 관련한 책들을 주문해 읽어 내려갔고, 모두 정독하자마자 아기에게 적용했다.
우선울어도 바로 안아주지 말고 아기의 울음소리에 점진적으로 반응했다. 책에는 계단 모양의 그림으로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는데, 아기가 울면 처음엔 토닥이다가 그래도 안되면 아기가 안정될 수 있도록 쉬쉬 소리를 내주고, 그래도 안되면 들어 올려 안아주고, 마지막에는 안고 돌아다니는 것으로 단계별 솔루션이 나와있었다.
아기가 울어도 책에 나와있는 대로 천천히 반응하는 날 보며, '바로 안아주지 않고 뭐 하느냐.'라고 가족들이 한마디 했다.
"이렇게 해야 한대! 기다려봐. 곧 잘 거야!"
물론 책에 나온 대로 하다가 잠든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었다. 그때는 점점 교육이 될 거라 믿었고, 또 맞다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나의 모든 관심은 '아기의 잠'에 집중되었다. 어떻게 하면 보다 손쉽고 빠르게, 그리고 잘 아기를 재울 수 있을까. 다른 아기 엄마들의 여러 후기를 틈틈이 읽었다. 그러다 아기가 우는데 방문을 닫고 나와 기다려주다 몇 분 만에 아기가 잠들었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그 당시 누워서는 절대 안자는 등센서 아기였던 우리 아이에게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바로 시행했다. 5분만 지켜보자는 생각이 들어 침대에 아기를 눕히고 안 보이는 곳에서 낑낑대며 우는 아기를 지켜보고 기다렸다. 아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날이 허다했다.
처음에는 수면교육에 성공했다며 즐거워했지만, 점점 이게 교육 때문인지, 우연히 잠든 건지, 아니면 울다 지쳐 잠든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엄마인 나의 마음이 너무나 불편했다는 것.
수면교육에 대해 좀 안다, 수면교육을 성공했다는 분들의 말에 의하면 '수면교육은 아기를 울리는 게 아니다.'라고 하지만, 울리지 않고서 시행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물론 안아재워도 아기를 어떻게 한 번도 안 울리냐고 반박할 순 있겠지만, 그럼에도 일부러 자는 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우는 아기를 눕혀 재우고, 기다려주는 건 나에게는 다소 불편하고 힘든 일이었다. 나에게는 5분,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상에 의지할 데라곤 엄마 하나뿐인 아기에게는 그 시간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시간이었을까.
아기가 우는 것은 당연하고, 그렇기 때문에 엄마는 계속해서 안아줄 수밖에 없다. 몸도 마음도 힘든 시간이지만, 엄마여서 가능하지 않나 싶다.
출산 후 집으로 왔을 때 산후도우미 이모님께서 아기를 많이 안아주면 손탄다고 우는 아기를 가만히 지켜보던 것이 생각난다. 어느 정도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나이면 모를까, 태어난 지 100일도 되지 않은 아기가 울면 바로 반응해줘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에 다음날 바로 이모님을 바꾸었다.
반대로 생각했을 때, 내가 지금 말도 못 하고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인데 아무리 울고 표현해도 내가 혼자 할 수 있도록 가르쳐준다는 명목 하에 지켜만 보면 너무나 화가 나고 힘들 것 같다.
나는 수면교육에 대한 책들과 인터넷에 나온 후기, 지인들의 의견을 여럿 들으며 나의 가치관과 육아 방향이 달랐기에, 나는 수면교육을 하지 않겠다고 점점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이리 눕혀 재우는 것에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게 잘 자는 거라 생각했고, 남들 말처럼 손탈까 봐 걱정도 되었고, 무엇보다 내 몸이 너무 힘들었다. 아기의 찢어지는 울음소리를 들으면 정말이지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미쳐버릴 것 같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점점 육아를 하며 느끼는 건 아이는 엄마가 옆에서 위험하지만 않게 지켜보고 기다려주면 스스로 성장해 나간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시기에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 (우리 아이는 생후 6개월부터 누워 자기 시작했고, 조카는 4살 이후에 누워 자기 시작했다.) 분명 시간이 지나면 혼자 등을 대고 누워서 자는 날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중,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잠투정으로 부모가 안아재운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리고 설령 누워 재우는 것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아이는 언제든 다시 잠투정을 부리고 울고 떼쓸 수 있다. '수면교육 어떻게 해야 할까. 아기가 손타면 어쩌지. 계속 이렇게 안아서 재우게 되면 어쩌지.' 나도 숱하게 많이 했던 고민이지만, 품에 안겨 바로 눈감고 편안히 자는 아기를 보면 엄마품이 그리워서 그랬구나 싶은 마음에 더 꼭 안아주게 된다.
아직은 엄마 품이 좋아
현재 생후 10개월이 된 우리 아이는 어느덧 안아주려 하면 발버둥을 치고, 내려놓기를 원한다. 졸리면 눈을 비비고 침대에서 혼자 뒹굴거리다 엄마가 조금 토닥여주면 스스로 눈을 감고 잠들 만큼 성장했다. 나는 이러한 성장이 교육에 의해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아이가 질 높은 수면을 취하기 위해 엄마의 도움은 필요하며, 이것이 마냥 안아주라는 뜻은 아니다. 아이마다 안정을 취하는 방식이 모두 다를 텐데 우리 아이의 경우는 품에 안아서 쉬쉬 소리를 내주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안고 돌아다니며 재우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공갈을 물리고 아기띠를 하고 재우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어느 방법이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아기에게 맞는 방법이 모두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주는 게 '교육'이라면 교육일까. 나는 이것이 교육이 아닌, 그저 자연스러운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도 어떤 날은 잠이 잘 오지만, 어떤 날은 몇 시간을 뒹굴대도 잠이 안 올 때가 있지 않은가. 아기도 기계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인데, 일정한 패턴을 적용하여 자는 것을 교육시킨다는 것에 크게 마음이 일지는 않았다.
아기는 세상에 태어나면 혼자 낯선 곳에 뚝 떨어진 거 같은 느낌이 들고, 엄마가 자신을 내려놓거나 혼자 있을 때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아기를 더 편하게 해주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은 멋지고 훌륭하지만, 그로 인해 혹여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자식을 사랑하고 우리 아이가 보다 편하고 좋은 환경에서 먹고 자고 생활했으면 하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같을 것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우리 애는 왜 못 잘까, 언제쯤 통잠을 잘까, 왜 새벽에 자꾸만 깰까 하고 고민하던 과거의 내가 떠오른다. 체계적으로 점진적으로 울려보기, 5분만 불 끄고 나와보기 이런 이론적인 방법 말고 그날그날 다른 아기의 컨디션에 따라 맞춰주고 엄마도 아이도 편안한 마음으로 육아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온 전문가도, 유아교육을 몇십 년 이상 공부한 교수도 내 아이를 나만큼 알 수는 없다. 아기도, 엄마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엄마만이 알고 있다. 그 방법대로 세상의 모든 엄마가 소신과 자신감을 갖고 오늘도 외롭지 않은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 혹시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싶어 덧붙입니다. 저는 유아교육 관련자도 아니고, 수면교육에 대한 전문가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면교육으로 도움을 받으신 분들이나, 긍정적인 분들을 비난하거나 틀렸다고 말씀드리는게 아닙니다. 다만 저와 제 아이에게는 책에서 말하는 수면교육 방법이 잘 맞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잘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 마지막에도 덧붙였듯이 엄마와 아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정답이라 생각합니다.
여러 책과 경험을 토대로 아이에 대해 공부하고, 아기에게 맞는 수면법을 찾으신 어머님들의 방식 또한 존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