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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 Aug 29. 2020

#9. 코로나 시대에 육아한다는 것

네, 제가 바로 그 걱정 많은 엄마입니다.

코로나 시대가 도래한 지 어언 반년이 지나, 2020년 한 해가 우리를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가 돌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마스크를 쓰고 살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기간은 말이 안 된다고 느꼈기에 '에이, 설마 그러겠어.'싶은 마음이 내 안에 내심 깔려있었던 것 같다.

지난 늦가을, 아이를 출산하고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아이를 품고 처음 낳았을 때만 하더라도 많은 것들을 꿈꾸고 바랐는데, 이제는 일상적인 것조차 우리에게는 사치가 되었다.

처음 우리 동네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재난문자를 받았을 때에는 무척 당황스럽고 두려움이 일었지만, 최근엔 끊이지 않고 하루에 몇 명씩 쏟아지는 확진자 문자에 솔직히 조금 무뎌진 것도 사실이었다.

정말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집콕'만 하던 처음과는 달리,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공원에 가거나 조금 더 과감해져 야외 쇼핑몰 가는 것을 몇 번 시도해보기도 했다.
굳이 sns에서 보지 않아도, 나 말고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꽤 자유롭게 하고 있는 듯했다.

'요즘 확진자가 주춤한데 조금 나아진 건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해? 사람들 피해서 조금씩만 나가보자.'
'나만 집에 있는 것 같아 억울하네. 다들 잘 놀러 다니잖아.'

너무나 부끄럽지만 위의 모든 게 내가 했던 생각들이다.




그러다 올 6월 즈음, 집에 아기와 하루 종일 있는 게 너무 답답해 집 근처 문화센터를 신청했다.
손꼽아 기다리던 첫날, 아이는 처음치고 잘 적응했고 좋아하는 듯했다.


그런데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 택시기사님께서 마스크를 쓰시지 않고 계속 기침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목이 칼칼한 통증을 느꼈고, 아이의 몸에는 알레르기가 올랐다. '설마 아니겠지.' 싶으면서도 불안한 마음은 숨길 수가 없었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문화센터를 취소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자차가 있거나 나만 가면 모르지만, 가게 되면 다른 아기들도 만나는데 그것만큼 민폐가 어디 있느냐고.

나는 이유를 솔직히 이야기하며 그만두었고, 몇 달 지나지 않아 문화센터 안에서 내가 '걱정 많고 유난스러운 엄마'가 되어 씹히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둘째 엄마면 좀 나을 텐데, 첫째 엄마라 더 그럴 거야.'
'그 엄마 너무 걱정이 많더라. 그 집 애만 좀 느리고 잘 못 앉아있기도 하고.'
'그런데 진짜 코로나 때문에 그만둔 거 맞아요?'

그런 이유가 아니었는데 너무 걱정 많고 유난스러운 엄마가 되어버린 것 같아 속상했고, 무엇보다 듣지 않아도 될 말들을 들어버린 당시 7개월이던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아기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그날 남편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으며 나는 괜찮은데 왜 아기까지 저런 소릴 들어야 하느냐며 펑펑 울었고, 남편은 의외로 간단한 해답을 내놓았다.

"사실이 아닌데 뭘 울고 그래? 그리고 만약 정말 당신이 걱정 많은 엄마라 쳐. 엄마가 자식 걱정하는 게 욕먹을 정도로 이상한 일이야? 아이도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고, 당신도 지극히 정상이야."

그날 이후 나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일명 '미움받을 용기'를 은근히 즐기게 되었다.

그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 끝날 기미 없이 오래 지속되는 코로나에 난 또다시 점차 무뎌지는 걸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미열이 오르고,  마른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당장 남편에게 전화하니 '그때처럼 그냥 기분 탓 아냐? 아님 단순 감기거나.'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그땐 평소 기초체온이 낮은 편인 내가 열이 37.3도까지 오르진 않았기에, 바로 인근 병원에 전화해보았다.

미열이 있고 인후통이 있으니, 바로 병원 1층 정문으로 오라는 안내를 받았고, 다행히 24시간 내내 검사가 가능하다 하여 남편이 퇴근한 후 차로 이동했다.


병원 1층에서 개인정보를 기재한 후 열을 쟀는데, 37도라도 미열로 보기 때문에 병원에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야외에 놓인 진료소에서 폐 엑스레이를 찍고 의료진분들의 여러 질문에 답했다.


밤늦은 시간까지 의료진분들께서 고생하시던 진료소의 모습.


TV나 기사 사진으로 접해 멀게만 느껴지던 그곳에 직접 와 검사를 받게 되다니, 현실이 피부로 확 다가와 알 수 없는 위압감과 함께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대기하는 동안 '내가 요 며칠 누구를 만났고, 어디를 갔더라.' 하고 곱씹게 되었다. 그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는데..

내가 아픈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행여 피해를 줄까봐, 민폐를 끼치게 될까 봐 그것이 더 걱정되었다.


코로나 19 검사는 듣던 대로 너무 아파, 어른인 나도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다. 걸 어린 아기들도 받는다는 건가?

폐 사진을 찍어보니 다행히 이상이 없었고, 가벼운 감기 같다 하여 해열제와 감기약을 받아 집으로 귀가했다.


잠깐이지만 '만약 내가 확진자가 된다면?' 하는 불안함과 함께 나의 생각에는 변화가 생겼다.

고작 이틀이지만, 내게는 너무나 길었던 시간이었다.


폐 엑스레이 사진은 이상이 없었지만, 혹시 모르기 때문에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집 안방에 들어가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남편은 이 기회에 푹 쉬라고 했지만, 우는 아이를 모른 척해야 하는 게 아주 고역이었다. 돌도 안된 아기가 엄마의 얼굴을 만져보려 하고, 엄마 품을 찾는데 그 핏덩이를 떼어내고 혼자 방으로 숨어버려야 하는 이토록 잔인한 현실이라니.


이튿날 저녁, 아빠와 함께 건넌방에 있는 아기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는데 즐겁게 놀고 있다가 날 보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휴대폰으로 다가오려 했다.


"OO야, 엄마 내일 안아줄게. 미안해."


'엄마, 엄마.' 하며 오열하는 아기를 보니 나도 목소리가 떨려오고 너무나 괴로웠다.

간 집에 있기 답답하다며 투정 부리고, 지인들과 함께 오며 가며 여럿이 만나던 것도 모두 후회스러웠다.

조심하며 생활하는 사람들도 감염되는 이 시기에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위해서라도 더 조심하고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세상이 온 건지 원망스러웠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아기가 있는 만큼 더 주의하고 건강에 힘써야겠다는 경각심이 다시 한번 들었다.


그래, 남들이 보기에 좀 유난스러운 엄마가 되면 어때?

뒤에서 욕 좀 먹으면 어때?


어른이 받아도 힘든 코로나 검사, 소중한 내 아이가 받는 것보다 낫지. 후유증 때문에 완치 후가 더 힘들다는 병에 걸리는 것보다 낫지.




언젠가 집 앞 놀이터에서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너 왜 마스크 안 써? 마스크 안 쓰면 죽어~"


순수한 얼굴로 말하는 아이의 모습에 이상하리만큼 슬픈 기분이 들었다.


이제 고작 생후 10개월에 접어든 우리 아이도 처음에는 마스크를 심하게 거부하다, 마스크를 씌우고 과할 정도로 '잘한다! 최고!' 해주니 뭔지도 모르고 웃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짠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6살 아들을 키우는 내 친구도 외출할 때마다 전쟁을 치른단다. 답답하다고 마스크를 안 쓰겠다는 아이를 설득하다 결국에는 '너 진짜 혼날래? 마스크 안 쓰면 못 나간다니까!'하고 소리를 지르고 나면 너무나 미안함이 든다는 것이다.


모두에게 두려운 마음이 드는 요즘이지만,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오죽하랴.
'설마 난 아니겠지.'싶은 생각을 버리고,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고 조심하련다.
아이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더 유난스럽고 걱정 많은 엄마가 되리라.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창밖에서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그래요. 나 걱정 많고 유난스러운 엄마 맞아요! 그냥 더 걱정 많은 엄마 할게요!'



* 다행히 검사 결과는 음성이 나왔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밤낮으로 고생하시는 의료진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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