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
부끄럽게도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을 것이라 믿는다. 오직 그 믿음 안에서 나는 비겁하게 안심할 수 있다.
심란한 얼굴로 노트북으로 보고 있는 중년. 무더운 여름의 거리를 하하 호호 웃으며 걸어가는 학생들. 분주하게 음료를 제조하는 파트타이머. 과연 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결코 알아낼 수 없다. 과연 본인들은 알고 있을까?
간신히 상념에서 빠져나왔을 때 나의 결론은 ‘저들도 나와 같을 것이다’는 추론이다.
내가 상대를 바라보듯 상대가 나를 바라본다는 옛 현인의 지혜를 빌려 얻어낸 추론이다.
나만 이런 사람은 아니었으면… 나만 이런 추한 사람이 아니었으면… 세상 모든 사람이 나처럼 불안하며, 가짜웃음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길; 나처럼 눈치를 보며, 그 누구도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느끼지 못하길…
축축하고 역한 이 믿음 속에서 나는 비겁하게 안심할 수 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만일 그렇다면 그들을 사랑할 수 있다. 나와 같은 사람이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오직 자신만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 우리 모두 결국엔 같은 결함에 고통받고 저항하는 하나의 유기체다.
이 문장까지도 비겁한 변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펜을 내려놓고 눈을 감는다. 눈을 다시 뜬다. 추악한 추상으로 오염된 종이를 바라본다. 노트를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