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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속마음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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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이구 Jul 28. 2024

무더운 주말의 아침의 생각

불쾌

나는 더위가 죽도록 싫다.


나는 들숨을 뱉어낼 작은 공간도 없을 만큼 무더위로 가득 채워진 나의 방에서 눈을 뜬다.


마치 물속에서 깨어난 기분이다. 지금껏 머리로 상상해 온 물속에서 깨어나는 행위는 분명 기분이 좋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큰 착각음을 알 수 있었다. 첫째로 눈꺼풀을 올리는 것조차 상당한 수고를 요구했으며 그 과정이 상당히 불쾌했다. 눈알과 눈꺼풀 사이에 솜을 잔뜩 끼어넣은 듯 먹먹했다.


이 모든 것을 꽤 선명하게 느끼고 있는 나의 정신과는 별개로 팔과 다리는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허우적거릴 뿐 관절을 의도에 맞게 꺾고 피는 정교한 행위는 불가했다. 그로부터 몇 초, 혹은 몇 분간의 기억은 상실되었다. 정신 차려보니 두 다리로 서있었다. 다리는 습관처럼 방문턱을 넘어 거실로 향했다. 이제는 정신이 문제였다.


시각, 청각, 중심감각, 방향감각 등의 정보들이 무작위로 섞여 들어왔다. 평소라면 간단히 분류하고 판단을 내릴 간단한 정보들이지만 지금은 두개골 안이 후덥지근한 공기로 가득 채워진 탓에 무엇하나 제대로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어지러움만을 호소할 뿐이다.


갑자기 어색한 중력의 힘이 느껴졌고 겨우 내가 바닥에 누워있음을 알게 되었다. 러그의 까칠한 질감이 볼에 닿는다.


거실의 거대한 창문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양의 햇빛이 쏟아져내린다. 그 광선이 러그의 질감을 한껏 느끼고 있는 볼의 반대쪽 볼을 노릇하게 구운다. 이 모든 감각이 불쾌하다. 눈에 낀 눈곱이 불쾌함을 한층 더한다.


다리와 팔은 또다시 허우적거리고 나의 뇌 또한 제할일을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 갑자기 이 모든 감각이 편안하다. 그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한다. 강아지가 내 겨드랑이 사이에 자리를 잡더니 몸을 둥글게 말고 잠을 잔다. 그 옆에서 나도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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