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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이구 Sep 08. 2024

인간은 걸으며 성장한다

우울과 무기력을 한 방에 날려버리기

'재미없는 사람의 재미없게 사는 법'의 마지막 팁입니다. 마지막 팁이기도 하니 뭔가 필살기라도 준비해야 할 것 같지만, 아주 사소하고 그리고 우리 대부분이 이미 하고 있는 팁을 준비했습니다.


그것이 뭔지 설명하기 전에 잠깐 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혹시 '계절성 우울증'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들어보신 분들도 계시고 그러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일단 '계절성 우울증'이라는 말을 들어본 이상 무슨 뜻인지 대충 짐작이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계절성 우울증은 말 그대로 여름에서 가을, 그리고 겨울로 넘어가면서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어들어 우울증이 생기는 현상을 말합니다. 참 신기하지 않습니까? 인간이 마치 동화 속 '빛의 요정'처럼 햇빛을 많이 쬐지 못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진다니 말입니다.


비슷한 예로 음악치료도 신기합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거나 연주하게 하여 정신뿐만 아니라 신체를 회복시키다니... 인간은 정말 동화 속 요정과 같은 존재 같습니다. 뭐 이건 주제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니 넘어가겠습니다.


어느 날 저는 집에 혼자 있었습니다. 아니, 어느 날이 아니라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혼자 보냅니다. 잘 때 쳐둔 커튼을 아침에도 열지 않고 형광등의 빛만을 의지하며 집에 머물렀습니다. 집에서 늘 평소 하던 것처럼 잠을 자고, 밥을 먹고,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고, 게임도 하고,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말 그대로 잘못된 느낌이었습니다.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분명해야 할 것은 모두 다 했는데 말이죠. 기분 탓이겠거니 하고 계속 그렇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 기분은 불안이 되었고 무기력이 되었고 우울감이 되었습니다.


뭔가 잘못된 인생을 살고 있는 느낌이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몸은 계속 피곤하고 정신이 뚜렷하지 않았고 마음은 누군가 계속 북을 치듯 크게 울리며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그런 상태가 지속되다가 밤에 잠에 잘 들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새벽 5시가 되고 6시가 되어도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어떻게든 자야 한다'라는 부담감에 빠져 오히려 잠에 들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밤 내내 "어떻게 해야 잘 수 있지?"라는 걱정과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이 모든 것은 고작 며칠, 몇 주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리고 단 한 가지의 변화로 전부 해결되었습니다.


그 변화는 바로 아침에 산책을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밖으로 나가 2-30분간 햇빛을 쬐면서 걸었습니다. 걷는 와중에는 의식적으로 햇빛을 느끼도록 노력했습니다. 눈을 감은 상태로 눈꺼풀 위에 내려앉은 햇빛의 밝기를 느끼고 피부에 쏟아지는 온기를 느꼈습니다.


이 한 가지 행동으로 모든 증상이 호전되었습니다. 우울함이 줄어들고 무기력도 줄어들었습니다. 밤에 잠도 전보다 잘 왔습니다. 찾아보니 아침에 햇빛에 노출되는 것은 멜라토닌을 분비시켜 실제로 수면패턴에 도움을 주고 우울함을 낮춰준다고 합니다.


이 간단한 행위가 아주 큰 변화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우실 겁니다. 하지만 하루만 해보셔도 그 변화를 느낄 수 있으리라 장담합니다. 그저 평소보다 2-30분 일찍 일어나 그 시간 동안 걸으시면 됩니다.


'재미없는 사람의 재미없게 사는 법' 마지막 필살기는 바로 '걷기'입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걷기'는 '이동'과 다른 개념입니다. 오직 걷기 위한 걷기, 즉 산책을 말하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차, 자전거, 킥보드 등을 이용한 산책과 드라이브는 아쉽게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오로지 나 혼자만의 시간.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 그 소중한 시간을 여러분은 얼마나 누리고 계신가요? 아침에 일어나 허겁지겁 출근 혹은 등교 준비를 하고 하루 종일 일과 과제에 치이다가 집에 들어와 밥을 먹고 유튜브 좀 보다가 잠에 드는 우리에게 '나만의 시간'이 어디 있을까요? 잠에 들기 전?


하지만 밤에 하는 생각은 긍정적이기 힘듭니다.


"오늘 하루 너무 힘들었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그 인간은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런 걸까?"

"내일은 어떻게 버티지?"


자기 계발서의 스테디셀러인 '타이탄의 도구'에서는 아침에 쓰는 일기를 강조합니다. 저녁에 쓰는 일기는 불만과 불안 등 부정적인 생각이 들 확률이 높지만 아침에 쓰는 일기는 하루에 대한 다짐, 각오, 기대 등 긍정적인 생각이 들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저는 산책을 하면서 오늘 할 일을 생각합니다. 해야 하는 일과 오늘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하고 체크리스트를 만듭니다. 그리고 10분 정도 책을 읽습니다. 명상록 같은 잠언 형식의 책을 추천합니다. 10분 정도 짧은 시간 독서를 하고 오늘 어떤 각오로 하루를 보낼지에 대해, 혹은 오늘 읽은 지혜에 대해 생각합니다. 할 수 있다면 명상을 하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과 어울리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성장의 재료를 얻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이용해 정말 성장을 하기 위해선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나의 감정과 경험을 통해 경험하기 위해선 먼저 그것들을 이성적으로 사색하며 앞으로의 이정표를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따라 살아갈 때 비로소 우리는 성장합니다. 


혹시 걸음마를 연습하는 갓난아기의 영상을 보시적이 있나요? 저는 운 좋게도 제가 걸음마를 연습하는 연습하는 영상이 남아있습니다. 엎어져 있는 상태로 어떻게든 두 발로 서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일어서려고 노력합니다.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힘을 주다가 울먹이고 잠시 쉬다가 또다시 일어서기 위해 힘을 주다가 결국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다가 또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합니다.


우리 모두 일어서 걷기 위해 갓난아기 시절 눈물을 흘리며 노력했습니다. 걷는 행위는 인간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의미와 상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하루에 얼마나 걷습니까?


저는 '이동'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집에서 직장으로, 또는 학교로 위치 변화를 위해 이동하는 것이 아닌, 그저 걷기 위해 걷는 시간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이동이라면 아기도 잘 이동합니다. 네발로 거실에서 부엌까지 뽈뽈뽈 잘 기어 다닙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일어나 걷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버텨가며 연습해 결국엔 '걷기' 능력을 얻어냈습니다.


걷기를 위해 걸어봅시다. 저녁산책도 좋지만 (저는 아침, 저녁 산책을 모두 합니다) 가능하면 아침에 걷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갓난이기 시절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고통을 참아내며 걷기를 연습했는지 알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햇빛 아래에서 걸을 때야 비로소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역사 속 수많은 위대한 철학자들은 산책을 했습니다. 산책 중 위대한 사상과 철학이 탄생했습니다. 혹시 모릅니다. 그들이 위대한 철학자가 된 이유가 산책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걸 알아내기 위해선 직접 걸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갓난아기는 어느 날 충분히 성장해서 얍! 하고 걷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걸으면서 성장을 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걸으며 성장합니다. 햇빛을 쬐고 우울과 무기력에서 벗어나 또렷해진 정신으로 사색을 통해 성장합니다.


달빛 아래의 감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햇빛 아래의 이성도 중요합니다. 감성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바라보게 하지만, 이성은 현재를 통해 미래를 바라보게 합니다. 그렇기에 둘의 균형은 현명한 선택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재미없게 사는 아홉 번째 TIP

집 안에만 있으면 우울한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하루에 한 번은 밖에 나가서 햇빛을 쬐는 시간을 가집시다!

'이동'이 아닌 '걷기'를 해봅시다!

햇빛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칩니다. 햇빛을 늘 의식하면서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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