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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이구 Aug 10. 2024

레전드 상황 발생!

재미없는 하루를 대하는 태도

어느 날 오랜만에 옛날 친구들은 만났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이제는 거의 1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들이었습니다. 제가 해외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는데도 어색한 기운 하나 없이 편하고 즐거운 분위기었습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다 같이 게임을 하기로 해서 PC방으로 향했습니다. 몇 명은 게임을 아직도 자주 하는 것 같았지만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은 게임을 안 하고 지낸 지 꽤 오래된 듯 보였습니다.


"이게 뭐야?"

"이거 어떻게 하는 거더라?"


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간단한 조작도 어색하고 서툴었습니다. 그렇게 게임에 점차 익숙지던 중, 어느덧 게임은 후반부를 달리며 꽤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저희 팀 5명과 상대 팀 5명이 외나무에서 원수 만나듯 한 길목에서 서로 눈치를 보며 대치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 저는 실수로 이상한 버튼을 눌러서 적진 한가운데로 날아갔습니다. 저는 당황한 나머지 여러 스킬과 공격을 난사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명중시키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그 처참한 광경을 지켜보던 제 친구가 소리쳤습니다.


"레전드 상황 발생!"


저는 그 대사가 너무 웃겨서 그 자리에서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그 상황과 너무 잘 어울리면서도, 너무 드라마틱하고, 해학적이어서 정말 눈물 나도록 웃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정말 전장에서 전우를 잃은 듯한 처절하고 리얼리틱한 말투가 압권이었습니다.


덕분에 그 장면은 저에게 자세히, 아주 선명하게 기억에 남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위에 서술한 것처럼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집에서 리서치를 해보니 이 '레전드 상황 발생'이라는 밈은 어느 인터넷 방송인의 유행어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재미없는 삶을 사는 사람'에게 전해드린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재미있는 그래프를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연령에 따른 삶의 만족도의 변화 그래프였습니다. 삶의 만족도는 20살에 1차 최고점을 찍습니다. 이후 하락하다가 40대에 최저점을 찍고 50대부터 다시 상승하는 U자 형태라고 합니다.


출처: After Babel, The Global Loss of the U-Shaped Curve of Happiness


하지만 이 그래프의 변화를 미국의 경제학자 대니 블랜치플라워가 'The Global Loss of the U-Shaped Curve of Happiness'이라는 칼럼과 함께 공개했습니다. 2022년의 조사에 따르면 오히려 1~20대는 전체 연령에서 가장 불행한 연령대로 집계되었습니다.


그 이유로 학업스트레스와 SNS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은 동네 친구들과 무리 지어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유대감을 쌓고 갈등도 겪어보고 해결도 하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쌓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학생들이 하루 종일 공부만 하다가 쉬는 시간에는 핸드폰으로 SNS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추억'의 유무가 삶의 만족도를 좌우하게 되는 겁니다.


이 현상은 비단 1~20대만이 아니라 3-40대 혹은 이상의 연령층에서도 경험하고 있는 일입니다. 낮에는 하루종일 일만 하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끼니만 간단히 때우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다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그리곤


"아... 오늘 뭐 했지?"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일주일이 지났네"

"왜 벌써 2024년이 4개월밖에 안 남았지?"


하며 한탄합니다. 너무 바쁘게 지내고 쉬는 날에는 가만히 누워서 SNS에만 몰두하다 보니 기억에 남는 일이 정말 하나도 없습니다. 늘 똑같은 집, 똑같은 직장 혹은 학교, 똑같은 길, 똑같은 사람만 경험하다 보니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기억에도 나지 않으며 결국엔 "아... 오늘 뭐 했지?"하고 잠에 들게 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영화인 '어바웃 타임'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팀은 시간여행자 선배이자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행복의 비결'을 전해 듣습니다. 바로 시간여행 능력을 통해 하루를 두 번 사는 것입니다. 팀은 아버지의 조언을 따라 하루를 두 번씩 살아갑니다.


하루를 처음 살 때 팀은 정신이 없습니다. 시간에 쫓기며 뛰어다니고 마음에 안 드는 직장 상사와 신경이 거슬리는 상황과 마주합니다. 하루종일 일상에 치이고 집에 돌아옵니다. 너무나 지친 탓에 아내와 대화도 잘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잘 준비를 합니다.


지친 몸을 끌고 침대에서 나와 팀은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시간여행을 합니다. 먼 미래도, 과거 아니고 그날 아침으로 돌아갑니다.


두 번째 하루에서 팀은 똑같은 삶을 삽니다. 똑같은 집에서 일어나, 똑같은 출근길로 출근하고, 똑같은 직장에서 일을 하며, 똑같은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여전히 시간에 쫓겨 뛰어다니고요. 하지만 전혀 다른 하루입니다.


두 번째 하루에서 약간의 여유를 가진 팀은 주변을 바라보게 됩니다. 열심히 뛰어가는 와중에 자신이 늘 다니던 건물이 무척 아름답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직장 동료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합니다. 매일 마주치지만 그냥 지나쳤던 아르바이트생에게 친절한 한마디를 건넵니다. 거슬렸던 지하철 옆자리의 노래에 신나게 리듬을 타기도 합니다. 집에 와서는 아내와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면서 영화는 그동안 등장했던 여러 등장인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 모두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마치 저희의 하루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한 발 떨어져서 지켜보니 그들의 하루 모두 아름답고, 재미있고, 특별하게 보입니다. 그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본인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말이죠.


다시 제가 게임에서 제 팀을 패배로 이끌었던 순간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사실 그 사건은 그냥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었습니다. 같은 편인 친구들에게 욕을 좀 먹고 머쓱해하며 사라질 시간이었습니다. 다음날 일어나면 기억 속에서 사라질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레전드 상황 발생!" 한마디로 그 순간은 지금까지도, 어쩌면 평생 제 기억 속에 남을 재밌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사실 레전드 상황이 아니었지만, "레전드 상황 발생!"이라는 말로 정말 기억에 남는 '레전드 상황'이 되었습니다.


늘 지나치는 일상도 스스로 '레전드 상황 발생!'이라고 외치면 평생 기억에 남을 레전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고,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주변인에게 조금 친절한 한마디, 혹은 불편한 상황을 타개할 가벼운 농담 한마디, 거슬리는 상황을 오히려 즐기는 여유가


"아... 오늘 그런 일이 있었지." 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평범함을 드라마틱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재미없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하루에 대한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


재미없게 사는 여덟 번째 TIP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면, 하루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점검해 봅시다!

작은 일에도 '레전드 상황 발생!'을 외치며 드라마틱하게 받아들여봅시다!

나의 작은 행동이 하루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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