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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이구 Feb 18. 2024

마슐로 보는 자유론

사회를 설득하는 법

어..? 자유론? 이거 하지 않았나?

https://brunch.co.kr/@idaigu/57


맞다. 이전 '인간실격'에 대한 글을 썼을 때 이미 알아본 자유론,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최근에 본 애니메이션 '마슐'은 누가 봐도 자유론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똑같은 내용을 재탕해 버리면 재미가 없으니 이번에는 저번에 다룬,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개인'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사회를 설득하는 법'에 집중에서 마슐을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마슐의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마법사들의 세계이다. 누구나 마법을 사용할 수 있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힘인 마력이 신이 인간에게 준 특별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마슐 세계관의 사람들은 몸에 마력이 전혀 없어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존재인 마법 불능자들은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길한 존재로 여겨 추방을 시키거나 죽여버리는 차별적이고 잔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주인공인 마슈 반데드 또한 마법 불능자로 태어났지만 마법이 없는 대신 열심히 헬스(?)를 한 결과, 남들보다 훨씬 우월한 신체 능력을 얻게 된다. 사실 단순 신체훈련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 (발을 빠르게 저어 하늘은 난다던지, 엄지손가락만을 이용하여 무건운 바위를 들어 올린다던지...)이지만 작가자 의도한 설정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만화적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마슈 반데드는 자신을 길러주는 양 할아버지 레그로 반데드와 몰래 산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마슈는 모종의 이유로 자신이 마법 불능자라는 사실을 마법국 경비대 (경찰 같은 존재인 것 같다. ) 들키게 되고 만다. 하지만 마슈의 월등한 신체 능력을 확인한 마법경찰 블러드 콜먼이 명문 마법학교인 이스턴 마법학교에 입학하고 신의 선택을 받은 존재를 지칭하는 신각자(마법학교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에게 부여하는 칭호)가 된다면 지금처럼 양 할어버지와 평화롭게 지내게 해 준다는 조건을 받아 이스턴 마법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다.


만약 "인간실격으로 보는 자유론"을 본 사람이라면 이미 짐작이 가겠지만, 주인공 마슈 반데드는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개인', 말하자면 소수파이다. 마슈 반데드뿐만이 아니라 마슐 세계관의 모든 마법 불능자들이 그런 존재들일 것이다. 그리고 마슐의 세계관은 존 스튜어트 밀이 꿈꾼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곳이다.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개인'의 의견을 전혀 듣지도 않고 오히려 극심한 차별대우와 무시로 일관한다.



"인간실격으로 보는 자유론'에서는 결국 주인공 요조가 끝내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사회에 틀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 노력하지만 실패 후, '인간실격' 선고를 받으며 결말이 나게 된다. 하지만 정말 인간실격처럼 만일 사회가 소수의 의견을 듣지 않고 그들을 인정하지 않으며 사회에서 추방당하고 '인간실격' 선고를 받는 수 밖에는 없는 것일까?


마슐에서는 다른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사실 자유론에서도 나와있는 내용으로 소수의 의견이 어떻게 하면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바로 신각자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무슨 말인지는 마슐: 신각자 후보 선발시험 1화에서 나온다. 마법 불능자라는 사실이 들통나 죽을 위기에 처한 마슈에게 신각자인 라이오 그란츠가 이야기를 한다. 여기서 그의 대사는 정말 중요한데 왜냐하면 그가 말한 모든 문장이 바로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말한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룰 속에서 살고 있다. 룰이란 다수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이의 의견을 존중하다간 질서 같은 건 성립하지 못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좋을까? 간단하다, 네 의견을 다수파로 만들면 된다. 덧붙여서 의견의 정당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누가 말하느냐가 중요하지 
- 마슐: 신각자 후보 선발시험 1화 -


존 스튜어트 밀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시대에 따라서 같은 답을 낸 적이 거의 없다... 한 시대나 사회가 내린 결정이 때로 다른 시대나 다른 사회의 사람에게는 놀라워 보이기도 한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 하면, 사실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통용되는 가치, 법, 도덕률 등은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옳은 정답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의견의 정당성이 아닌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해당 의견을 믿느냐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이를 '다수파'라고 불렀으며, 동시에 '다수의 횡포'를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잘 설명해주는 예시가 2022년에 일어난 '셧다운제 폐지'일 것이다. 2011년에 시행된 '셧다운제'는 게임이 청소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며, 게임중독, 폭력성 증가, 집중력 저하, 그리고 뇌기능의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시행된 제도이다. 해당 제도는 미성년자들이 00시부터 06시까지 인터넷 게임에 접속을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셧다운제는 2022년에 폐지된다. 왜일까? 게임중독, 폭력성 증가, 집중력 저하, 뇌기능 저하의 문제가 이제는 없어진 것일까? 아니면 사실은 그런 문제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까? 뭐 논란이 많은 주제이니 여기서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지는 않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2011년에는 '게임이 미성년자에게 법적으로 제재를 가할 정도로 해롭다'라고 믿은 사람이 다수파였지만, 2022년에는 '게임이 미성년자에게 법적으로 제재를 가할 정도로 해롭지 않다'라고 믿은 사람이 다수파가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2011년에 셧다운제로 인해 게임을 못했던 청소년들, 그리고 그전부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게임을 했던 20대 초중반의 성인들이 이제는 어엿한 투표권을 가진, 대한민국 경제활동의 주축이 된 20-30대, 혹은 40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하여 게임강국인 대한민국이 여러 국제 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최근 작년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라는 종목이 정식으로 개설되었고 해당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 '게임도 문화다'라고 사람들이 믿게 만든 것이다. 


게임이 미성년자들에게 해로운지 안 해로운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게임이 해롭다고 생각하는지, 혹은 이롭다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법률이 제정되고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마슐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마법사의 세계에서는 마법 불능자가 세계의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믿는 사람들이 다수파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 불능자를 추방하거나 불공정한 대우를 해도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의견이 다수파에 의한 지지를 받기 때문에 이 시대의 '정답'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자유론에 의하면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단 한 가지의 방법밖에 없다. 마법 불능자가 세게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다는 의견을 다수파가 인정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게임을 못한 2011년대의 미성년자들이 스스로 2022년에는 다수파가 된 것처럼, 스스로 다수파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마슐 세계관에서는 '신각자'가 되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고 스스로 다수파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인간실격의 요조가 사회에서 추방되어 '인간실격' 선고를 받은 것 같이, 마슈도 사회에서 추방당하거나 사형을 당할 것이다. 


소수파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어쩔 수 없다.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스스로 다수파가 되던지, 인간실격이 되던지이다. 어느 선택도 결코 쉽지 않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마슐의 전체적인 스토리 흐름은 '자유론'에 따른다. 그러므로 자유론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 마슐을 시청한다면 더욱 재미있고 깊이 이해하며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위 해석은 개인적인 견해와 해석이며 실제 작가가 의도했던 해석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작품 속 숨겨진 철학이 궁금한 자신의 최애 작품을 댓글에 써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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