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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빵 Nov 08. 2024

winter is coming

: 매출에 관하여.


"저.. 문구점 사장님?"


돌아보니 근 70은 바라보시는 단지 내 경비아저씨가 계셨다.

매일 재고박스를 처리하다 보니 종종 만나긴 했는데.

말을 거신건 처음이셨다.


"나도 문구점을 좀 하고 싶은데... 가만 보니까 애들이 많은 것 같아서요. 잘.. 돼요?"

"그럼요. 자리는 잘 잡은 것 같아요. 저는 어르신들이 하기 정말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말하고 언... 두 달, 다시 경비 아저씨를 만났다.

이번엔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아저씨, 가게는 혹시 알아보셨어요?"

"아니, 아직 안 알아봤는데. 우리 마누라 해보게 하려고.."

"아, 그러셔도 되죠. 근데 겨울은 웬만하면 지나고 하세요."

"?"

"확실히 매출이.. "

"아.. 그렇구나.."

"아이스크림이 안 나가네요.."

"그럼 봄이나 알아봐야겠네. 고마워요"




 


우리 가게는, 4개의 아이스크림통이 들어가 있다.

(이 통은 아이스크림 업체에서 무상으로 대여해 준다.)

이 사이즈면, 신상은 어려워도 베스트셀러 아이스크림의 기본은 모두 넣어둘 수 있다.      


내가 오픈한  5월~ 9월 동안은  아이스크림, 문구, 스낵이 조화를 이루며 매출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10월부터 찬바람이 불자  당장 아이스크림 매출이 뚝 떨어지면서 11월 … 우리 가게 매출도 매우 서늘해졌다.    

  

아이스크림은 하루 평균 매출의 반을 차지한다.

그런 아이스크림이 덜 나가자, 일평균 30%가 하락했다. 난감했다.      

일매출 50만 원까지 갱신했던 목이라, 인건비 없는 소규모 창업지치곤 제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그러나 찬바람 부는 지금, 매출이 떨어진 만큼 최고치 월세에 타격이 크다.


이럴 땐 월세 100 이하의 지나간 매물이 아쉬워지곤 했다.

(실제로 나머지 두 곳 모두 무인문구가 들어섰다.)   

   

그러나 나는 내 현실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란 걸 여름 내내 증명했으니까.  


앞서 말했듯, 우리 체인은 초도를 제외한 모든 경영을 점주에게 맡기는 아주 자유로운(?) 곳이다.

반대로, 경영의 어려움도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실망했는가?      


애초에 가맹비, 교육비, 로열티가 없는 메리트가 여기서 브레이크를 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5개월간의 여정은 꼭 필요했다 생각한다.   




   


소규모여도 나는 사장이다.


나는 지난 5개월간 분류별 매출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키오스크 소프트웨어엔 스낵, 음료, 아이스크림, 문구 등등 여러분류로 매출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그런데, 어라? 나가는 물건과 안 나가는 물건의 편차가 심한 것이다. 결국, 소형 평수이기에 다양한 물건을 모두 채워놓을 필요가 없었다.      


가끔 무인아이스크림 할인점에 스낵 진열대가 허술하게 비어있는 경우를 본 적 있을 것이다.

물건은 꽉 차 있어야 소비자로서 살 맛이 나겠지만,

초도처럼 너무 많은 가짓수의 물건은 소규모 무인업을 운영하는데 타격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우리 업은 재고를 스스로 소진(?) 해야 한다.      


즉, ‘구색 갖추기’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

베스트셀러 품목을 따로 정리해 주력상품 위주로 사입해야 한다는 걸. 지난 5개월의 여정에서 배우게 되었다.      


또 하나 배운 게 있다면,

남들 따라 강남 갔다 요단강 갈 수 있다는 것.


문구와 스낵 모두, SNS 유행템을 기준으로 매출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유행에 민감하게 귀를 열어둘 필요가 있던 나는 다행히,

새싹 유튜버 초등딸의 도움으로 트렌드를 꽤고 물건을 사입했기에

여름특수를 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초등딸은 부사장으로 임명되었다ㅋ)     


초등학생들의 유행템과 유행간식들은 필수적으로 들여놔야 하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무리하게 재고를 쌓아두는 실수를 범해선 안된다.

 

‘동결건조 **젤리’라는 것이 있다.

유행템의 힘을 느꼈던 나는 12박스씩 2타를 주문했고,

그 유행은 어느새 두*이 초콜릿에서 킨*젤리로 옮겨갔다.

5개월 사이에 유행템 한 품목에서만 이런 변화가 있었는데, 다른 물품이라고 다를까?

그 사이 물품이 모두 소진됐다면 적당한 양의 재고를 잘 쌓아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사입수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


특히 봉지과자와 같은 스낵종류의 덕질은 유통기한이 짧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더구나 소형평수라 재고를 쌓아둘 곳도 만만치 않았다.      


여름 내내 꿀맛만 보던 우물 안 개구리는 재고를 천장까지 쌓는 우를 범했고,

그 결과 재고박스를 처리하러 재활용 쓰레기장을 매일 출석하다시피 했다.


그리하여 매출은,

유행에 민감하되 평수와 지역 손님들의 취향에 맞는 베스트셀러를 잘 파악해,

필요한 만큼만 재고를 쌓아둬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써 놓고 보니 참 쉬워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ㅜㅜ


어쨌든 부지런한 새가 먹이를 많이 잡아먹듯, 부지런히 재고파악과, 사입, 그리고 진열에 힘을 쏟아야 수입이 남는다는 것.

무인이지만 유인(有人)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해야 할까? 


그 내용은 다음 화에 기록해 보도록 하겠다.






*모든 내용은 작가의 경험에 의한 주관적인 견해이니, 이점 참고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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