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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빵 Nov 19. 2024

도둑 잡기

: 손님과의 콜라보 01.

무인업 창업 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당연히 도둑의 유무다.


도둑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동네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많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동네는 존재한다.


아마 우리 가게가 그 동네에 속하지 않을까.      


나는 CC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특별히 영수증 관련 확인사항이 있거나, 열쇠를 꽂아두었다거나,

아이스크림 통의 유리덮개가 열려있지 않는지 확인할 때 빼고는, 보지 않는다.      

이렇게 되기까지 여러 계기가 있지만,

그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손님들과의 ‘신뢰’다.    

 

가끔 잔돈이 키오스크에 덩그러니 남아 있을 때가 있다.

손님이 급하게 계산 후 잊어버리고 갔거나, 한 두 개 빠트리고 간 케이스가 대부분.

이럴 경우, 어린이 손님들은 남의 잔돈을 키오스크 위에 고이 모셔두거나,

노트 위에 잔돈을 놓고, ‘찾아가세요.’ 등의 문구를 직접 써 놓기도 한다.


신용카드도 마찬가지.

키오스크엔 의외로 신용카드를 꽂아놓고 가는 케이스가 많은데,

‘일주일 후에 폐기’라는 문구를 키오스크에 붙여놓고

도용피해를 막기 위해 따로 보관한다.      


가끔 내가 발견하기 전에 신용카드가 키오스크 주변에 덩그러니 있다 해도,

주인이 바로 분실신고를 하기 때문에 대부분 큰일이 생길 일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키오스크 위 누군가 카드를 놓고 갔다.

그날은 내가 오전 근무를 마치고 사정이 생겨 저녁 근무를 못 했던 날이었다.

하루정도 키오스크 위에 카드가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거기 문구점 사장님이시죠?”

“네, 맞아요. 무슨 일이시죠?”

“얼마 전에 거기서 저희 아이가 카드를 하나 분실했는데요.”

“네, 검은색 카드죠? 제가 보관하고 있어요.”

“아, 그게… 맞긴 한데요, 실은 저희 아이가 잃어버린 그날 바로 신고를 했거든요.

그런데… 그 뒤로 누가 카드사용을 했다가 거절당한 기록이 있어서요.”      


아이의 카드를 분실한 학부모님의 연락이었다.







하루정도 카드가 키오스크 위에 있던 중, 누군가 사용했다 거절당한 기록이 있었고

이 동네 아이라면 다시는 그런 행동 못하도록 확실한 훈방조치를 했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당연히 CCTV 주인인 나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서로의 신뢰를 깨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시점이었고, 의도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카드사용이 거절됐던 날짜와 정확한 시간 등을 체크해 녹화영상을 찾아보았다.

그러자 까까머리를 한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 정도 보이는 남자아이가 들어와

여러 물품들을 계산하는데,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걸 인식한 듯.

키오스크 위 카드를 집어 결제하는 것이 녹화되었다!     


‘잡았다 요 녀석!’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카드가 안되자, 자기 카드를 꺼내 다시 결제했는데

키오스크에 빨간 느낌표의 오류화면이 떴다. 자기 카드로도 결제가 안 됐던 이다!

남자아이는 절망한 듯 머리를 감싸고 앉아 한참을 고민하는 듯하더니.

사려던 물품 등을 비닐에 담아 그대로 나가버렸다.      


'어라라? 이거, 이거… 우리 집 도둑이네?!!'    


심장이 두근거렸다.

훈방조치나 할까 해서 뒤져봤던 CCTV가 우리 가게 도둑촬영 증거영상이었던 것이다!      

나는 두근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도둑을 잡을 때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체인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


대부분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훈방조치와 상대측 부모님과 합의로 마무리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같이 한번 성공한다면 반드시 비슷한 시간대에 다시 나타날 거라는 충고와, 중, 고등학생이라면 인근 학교 교복이나 학교 체육복을 입었는지 신원파악이 중요하다는 것, 경찰에 신고해도 2-3달 걸릴 수 있거나 못 잡을 확률이 높다는 걸 알게 되었다.      


흠- 어찌해야 할까.

이 동네 아이라면 다시는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확실히 조치를 취해야 할 텐데….     

그러나 아무리 봐도 위아래 입은 운동복이 학교 체육복은 아닌 것 같았다.

학생의 신원파악은 쉽지 않을 것 같았고, 증거영상은 확보된 상태니

오래 걸리더라도 경찰에 신고하는 게 순서상 맞을 것 같았다.


결국, 그날 저녁 신고를 했다.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하듯 가게를 여기저기 치우고 있었다.

경찰차가 도착하기 5분 전이란 문자를 받고 조금은 안심하던  시각.


거짓말처럼 까까머리가 나타났다!


 




*모든 내용은 작가의 경험에 의한 주관적인 견해이니, 이점 참고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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