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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빵
Nov 22. 2024
도둑 잡기
: 손님과의 콜라보 02.
‘성공한 도둑은 반드시 돌아온다’
는 말은 사실이었다.
마치 ‘범인은 반드시 현장에 돌아온다.’와 비슷한 이치랄까?
그것도 비슷한 시간대에 똑같은 복장으로 가게를 보고 있는 그의 모습이
꽤 섬뜩했다. 그런데 카메라에서 봤을 때보다 실물이 훨씬 커 보였다.
경찰차가 도착하기 3분도 채 남지 않은 상태.
어쨌든 나는 오늘 이 녀석이 다시 물건을 훔친다면 그 현장을 잡아야겠다 생각했다.
가게 안은 나와 초등여아 1명이 있었다.
가게 안에 사람이 있는 걸 의식하는 듯 녀석은 들어오지 않았다.
CCTV로 지난 기록을 봤을 때 가게에서 30분 이상 진을 쳤는데,
그 이유는 휴대폰을 보는 어떤 여학생이 가게 안에서 오랜 시간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가게를 나와 출동 중인 경찰번호로 전활 걸었다.
지금 신고했던 그 도둑이 와 있다고, 간단한 인상착의, 그리고 지금까지 사건경위 등을
설명했다.
경찰차가 도착하자, 나는 녀석이 경찰을 눈치채고 도주할까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초등학생은 나간 상태였고, 나는 가게 안을 조금 멀리 떨어져 보고 있었다.
증거영상을 확인한 경찰분들은 잘 알았다는 듯, 녀석이 혼자 있는 가게 안에 들어갔다.
경찰들은 신분증과 사실확인을 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약 10분가량이 흘렀고, 경찰과 까까머리가 나왔다.
주변 상가들도 웬 경찰차인가 궁금해하며 둘러보았고,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일처리를 하고 싶었다.
한 분의 경찰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와 자초지종을 설명하셨다.
학생인 줄 알았던 그분은, 알고 보니 20대 초반 성인이었고
차로 30분 거리에 살고 있었으며, 그곳에서 여기까지 걸어왔다고 한다.
차로 30분 거리를 사람이 걷는다면 꽤 오랜 시간 걸어야 할 텐데,
그것도 엊그제와 똑같은 복장으로 다시 나타났다는 것까지 여러모로 이상했다.
'혹시 집은 나온 건가
?'
알고보니,
그분은 지적장애인 3급이셨다.
“!”
예상했던 모든 바가 비껴갔다.
학생도 아니었고, 인근에 사는 분도 아니었다.
나는 말을 섞어보진 못해 그분 상태가 어떤지 정확히 알 수 없었는데.
경찰 아저씨 왈, 말투가 어눌하고 행동도 이상하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CCTV에서 본 모습은
물건을
훔치기
위해
사람이
없을때까지
기다린다거나,
몸으로 계산할 목록이 띄워진 CCTV 화면을 가린다거나, 나름 치밀한 모습들이었다.
예상 밖의 전개로 모든 일들이 당황스러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합의 외에
없었다.
경찰들은 그분을 인솔해 가셨고,
뒤늦게 밀려오는
허무함과
앞으로도 이런 일들을 또 감당해야 하는 것이 조금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상대
부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왔
다.
장애가 있어도 성인이기에 딱히 취업을 하거나, 학교에 들어갈 상황은 아니었다.
맞벌이로 일하는 부모는 성인아들을 가둬 둘 수도 없었다.
그리하여 교통카드 하나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고..
여러 형편과 사정이 오갔다.
그리고
사과를 받았다.
큰돈은 아니었기에 주시는 대로 받고, 다시 나타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오늘
범인이
잡힐 거라 예상 못하고 신고했던 일이
예상못한 방향으로 마무리되었
지만,
그래도 모든 일이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단지분들과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고, 다른 동네 분이라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가게도 당연히 도둑이 올 수 있다는 경계가
섰
고,
신고해 주신 학부모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안심하라는 문자를 보내드렸다.
나는 이렇게 처음으로 도둑을 잡게 되었다.
*모든 내용은 작가의 경험에 의한 주관적인 견해이니, 이점 참고부탁 드립니다.
keyword
가게
도둑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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