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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빵 Oct 10. 2024

불.

_ 악몽


태어나기 열흘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덕에 

나는 평생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홀로서기와 진로를 정하던 고등학생시절

아버지의 부재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였다.

그런 허기를 모르고 살았던 한복집에서도 위기는 있었다.





불타는 간판




어느 날 밤 우리 한복집 간판에 불이 났다.

사람들이 셔터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 엄마는 화들짝 놀라 빗자루를 들었다.

작은 키에 왜소한 엄마가 몇 번이나 불을 끄려 허공에 빗자루질을 했지만 

주변사람 누구 하나 거들지 않았다.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당시 9살이었던 난, 불이 무서워 가까이 가지 못하고 엄마의 행동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너무 어렸고 엄마는 애처로웠다.      







악몽을 꿨다.

작은 단칸방 창밖도 온통 불바다였다.

밤이라 캄캄한 창밖에 불빛들만 거칠게 일렁였다.

그 앞에 무수한 검은 사람들이 웅성대며 창문을 매섭게 두들겼다.

불소리와 창문 두드리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악몽



나는 놀라 반대편에 쪼그리고 앉아 귀를 틀어막았다.      


도망갈 수 없었다.


나를 구하러 올 사람은 없어 보였다.


나가면 오히려 나를 해칠 것 같았다.


방 안에 갇혀버린 꿈. 그 아득함.




제발 나를 구해줘.

제발…     




두려움에 휩싸인 난 울며 잠에서 깼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너무 어리고..

엄마는 보호자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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