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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빵 Oct 14. 2024

매타작.

_ 마당그네

엄마가 안 하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체벌. 다른 하나는 잔소리였다.    

  

잔소리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를 믿기 때문이고. 

체벌하지 않는 이유는 어떻게 이렇게 귀한 자식을 때릴 수 있느냐였다. 

참 감사한 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체벌은 내 평생 딱 한 번이 다였다.     

 

2학년 때였다. 


산수를 잘하지 못해서 부진아반을 간 적이 있다. 

엄마에겐 말하지 않아 잘 모르셨겠지만, 

어린 나도 부진아 반에 들어간 것이 창피하다는 건 알았다.      


시험내용까지 기억났는데 예를 들어, 

괘종시계 소리를 듣고 어떤 시계소리인지 그림으로 나온 

객관식 답을 고르는 유치원생 수준의 문제였다. 


어쨌든 그 시험 이후로 다시 원래반으로 돌아왔지만, 

그래도 산수는 재미없었다.      








그런데 산수보다 더 재미없는 게 있었으니, 산수익힘책이었다. 


학교에선 산수 교과서만 배우고 숙제는 꼭 익힘책이었는데, 

익힘책은 문제들의 나열이기 때문에 양이 더 많게 느껴졌다.     

그런 나를 구해준 건 ‘동아전과’였다. 


없었으면 어쩔;



풀다가 도저히 모를 때 해설과 답을 볼 수 있는 취지의 두꺼운 책이었는데, 

나에게 그저 답안지에 불과했다. 

숙제를 하기 싫었던 난, 

엄마가 정신없이 일하는 틈을 타 몰래 전과를 베껴가곤 했다.      



어디에서 전과를 안전하게 베낄 수 있을까 고민했던 나는… 

집 뒤 작은 마당에 있던 원형 그네를 생각했다.      



뒷마당 그네



7080 추억의 놀이터에서나 볼 수 있는 그네에 앉아

한낮의 정취를 느끼며 정답을 베끼는 맛이란!      


그렇게 3일 연속 숙제를 열심히 하던 나를 이상히 여겼던 엄마는 

몰래 내 뒤를 캤(?)고. 거짓말은 그렇게 들통이 났다.      





엄마는 나를 끌고 단칸방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나를 믿고, 지금껏 잔소리한마디 없이 키워왔건만….


배신감에 치를 떨던 엄마는 한복 재단자를 치켜들었다.      









그날 나는 온몸을 다 맞았던 것 같다. 

매타작



매도 맞던 사람이 맞아야 요령이 있을 텐데.

생전 처음 온몸으로 체벌을 당하며(?) 나는 

엄마의 무서움을 호되게 느꼈다. 



지금 생각해도 꽤 창의적인 매질이었다.  

뒤로 도망갈 구석이 없었으니까 ㅎ     



전과는 버려졌고 이후 다시는 무언가 베껴서 내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성실함을 일깨워준 엄마는, 

자식을 제대로 훈육할 줄 아는 멋진 엄마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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