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기 열흘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덕에
나는 평생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홀로서기와 진로를 정하던 고등학생시절
아버지의 부재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였다.
그런 허기를 모르고 살았던 한복집에서도 위기는 있었다.
불타는 간판
어느 날 밤 우리 한복집 간판에 불이 났다.
사람들이 셔터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 엄마는 화들짝 놀라 빗자루를 들었다.
작은 키에 왜소한 엄마가 몇 번이나 불을 끄려 허공에 빗자루질을 했지만
주변사람 누구 하나 거들지 않았다.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당시 9살이었던 난, 불이 무서워 가까이 가지 못하고 엄마의 행동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너무 어렸고 엄마는 애처로웠다.
악몽을 꿨다.
작은 단칸방 창밖도 온통 불바다였다.
밤이라 캄캄한 창밖에 불빛들만 거칠게 일렁였다.
그 앞에 무수한 검은 사람들이 웅성대며 창문을 매섭게 두들겼다.
불소리와 창문 두드리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악몽
나는 놀라 반대편에 쪼그리고 앉아 귀를 틀어막았다.
도망갈 수 없었다.
나를 구하러 올 사람은 없어 보였다.
나가면 오히려 나를 해칠 것 같았다.
방 안에 갇혀버린 꿈. 그 아득함.
제발 나를 구해줘.
제발…
두려움에 휩싸인 난 울며 잠에서 깼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너무 어리고..
엄마는 보호자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