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 식탁은 참 단출했다.
어릴 때부터 엄마의 파계란지단이 세상 최고 반찬인 줄 알았던 난,
부천에 올라와 이모댁에서 프랑크 소시지를 맛본 뒤 소신을 버렸다.
이모댁에서 살 때 요일을 정해 특정 식단을 먹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삼겹살, 양념치킨, 사이다를 좋아하시는 이모부 덕에 매주 수요일은 맛저녁이 펼쳐졌고,
중식당 경력의 이모덕에 수제 돈가스에 탕수육 소스를 부어 덮밥식으로 먹곤 했으니까.
그렇게 약 2년을 길들여지다 보니, 엄마의 파 계란말이가 별로 먹히지 않았던 것.
딱히 고기를 먹을 형편은 아니었던 우리는 엄마가 가끔 시장에서 파는 닭가슴살 통조림을 사 와 무침을 해주시곤 했다. 지금도 코스트코 같은 대형마트에서 통조림에 넣어진 닭가슴살을 볼 순 있지만, 그때의 그것과 많이 달랐다. 이름도 기억나지도 않는 회사제품이었고 다소 수분기가 빠진 닭가슴살은 얇은 결로 쭉쭉 찢어 담은 그런 통조림이었다.
엄마의 레시피는 정말 간단했다.
고춧가루, 소금, 참기름, 청양고추..
엄마가 통조림을 하나 따서, 그 무침을 하기만 하면 주방엔 온통 참기름 냄새가 고소하게 풍겼다.
된장찌개, 닭고기살무침, 콩나물, 김치까지...
그렇게 우리의 단출한 식탁은 완성되었고, 오빠와 나는 게눈 감추듯 먹어대기 바빴다.
그런데 이상하게 엄마가 그 음식을 즐겨 드셨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신 것처럼, 엄마도 그랬던 걸까?
사실 엄마는 고기냄새 짙은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시지 않았다.
된장찌개에도 언제나 고기보다 조개가 들어갔고, 당시에 나도 입맛이 까다로워
순대, 간, 내장, 닭똥집, 비계, 닭껍질, 소고깃국 같은 조금이라도 물컹한 고깃살은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을 했으니까. 그 엄마에 그 딸이겠지?
모든 이유의 본질은 ‘가난’에서 시작했겠지만,
엄마의 밥상만으로도 따뜻한 시절이었다.
엄마 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