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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

_겨울 캠프가 뭐길래.

by 롤빵


2024년 2월_ 9세 딸에게 분리불안이 시작됐다.





발화가 된 시점을 찾자면, 겨울방학 2박 3일로 다녀왔던 캠프였다.

집에서 2시간 거리, 가평에 캠프를 간 딸덕에 오래간만에 부부 데이트가 성사된 날이었다.

퇴근시간쯤 저녁을 먹고 혹시나 하는 불안함은 역시나 하는 대답으로 돌아왔다.


7시, 첫 전화가 온 지 30분, 10분, 5분, 1분 간격으로 아이는 전화를 계속해서 했다.

처음엔 하룻밤만 자면 괜찮아지겠지 싶어서 어르고 달래려고 노력했다.

그리곤 속으로 ‘제발, 하루만 버텨줘. 엄마 아빠 하루만 자유시간 갖게.’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아이의 전화가 빈번해지자, 나의 목소리는 점점 날카로워졌다.

결국 우리는 밤 10시쯤 출발할 채비를 모두 마치고 2시간 거리를 달려,

밤 12시가 다 되어 캠프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동안 캠프 담임 선생님은 나름대로 아이를 씻기고 재밌게 해 주려고 게임도 하고, 목욕도 시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쓰셨지만. 5시간이란 시간 동안 아이는 불안하다 못해 말라버린 것처럼 힘겨운 표정이었다.

우리는 아이를 차에 태웠고, 죄송한 마음으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 와중에 아이는 간식으로 받은 피자빵 두 개 중 하나는

우리를 주려고 챙겨 왔다며 건넸고. 나는 상황의 심각성을 모른 채 다그치듯 물었다.

“하루만 버티면 괜찮아지는데! 넌 막상 하면 잘하잖아. 도대체 왜 그래?!”

아이는 울먹울먹 눈물의 피자빵을 먹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치밀어 올랐다.

나는 아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사진출처 _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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