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생산을 위한 코어 근육 키우기_3
최인아 책방의 최인아 대표가 기고한 '그래도 내 인생인데'라는 칼럼을 보면서 나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어떻게 일했는가. 나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고 나는 어떻게 변화했는가. 그리고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생각하다 보니 성장 마인드셋이라는 키워드가 생각났다. 물론 그냥 번쩍 떠올랐다기보다 내가 항상 하고 있는 생각들 중 하나였기에 잘 연결이 되었겠지. 그래서 오늘은 내가 어떻게 일해왔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성장 마인드셋이라는 키워드로 한번 엮어보고 싶어 졌다.
나는 국책은행 - 스타트업 - 창업의 과정을 거쳤다.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님을 자랑스러워하는 편이었다. 그렇게 입사했지만 신입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경영학과를 졸업했다는 것이 취업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금융 업무에 그렇게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그때부터 새로이 학습하고 채워야 했지. 그래서 우선 닥치는 대로 책을 보면서 기획/글쓰기를 연습하고 재무제표 분석을 공부하고 선배들로부터 배우는 등 학습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1년이 지난 후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이 명함이 없는 나는 무엇일까. 문제의식을 가지고. ‘나’를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미래에 무엇을 할지는 모르지만, 나의 현실을 우선 직시하기로 했다. 나는 ‘일’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매일 회사로 출근하고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따라서 일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영학과에서 전략을 재미있어했기에 전략 관련 책들을 더 많이 보려고 노력했다. 기업금융 업무를 맡았으니 이를 잘하기 위해 기업 분석하는 법을 익혀야 했고 재무제표 보는 법, 대출 심사 업무를 잘하기 위한 방법을 배우곤 했다. 그 후에 글로벌 전략팀이라는 부서에서 막내이지만 함께 일하는 법을 더욱 많이 배우고, 여러 부서의 실적 취합 및 회의자료 작성 등을 통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과 은행이라는 조직의 비즈니스 모델을 큰 그림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컨설팅 업무를 할 때에는 많은 사례를 보고, 엑셀로 재무추정을 하고, 전략 컨설팅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처한 환경을 분석하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다.
이렇게 7년여간 지낸 국책은행 기간 동안, 일하는 모든 과정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일했다. 그 결과 내 안에 일에 대한 지식이 조금씩 쌓이고 자리잡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보이지 않지만, 쌓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은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을 때 조금씩 드러났다. 스타트업 투자 업무와 연결되면서 기업 입장에서의 다양한 자금조달이라는 큰 그림을 이해하면서 융자, 투자의 차이점과 금융기관의 관점을 이해하고 기업의 자금조달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근간을 쌓았다. 스타트업에서 주어진 업무를 하면서, 컨설팅 업무 경험을 활용하여 전체 성장전략을 나름대로 작성하여 제안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나의 지식에 새로이 학습한 사항들을 더하여 스타트업 투자 관련 글, 유니콘 스타트업 분석 관련 글, 기업 전략 글 등을 계속 작성했다. 처음에 일한 것들이 쌓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조금씩 연결되고 싹이 트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시간을 보낸 후 창업을 하게 되었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은 내가 1년 차 때 느꼈던 바로 그것. 이 회사의 명함이 없는 나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너무 거대한 문제의식이었기에 바로 당장 해결책이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과거의 컨설팅, 콘텐츠 제작 경험 등을 살리고 기존에 있는 것과 연결하면서 생각해낸 것은 유니콘 스타트업 케이스 스터디 커뮤니티 비즈니스. 마침 당시 트레바리라는 유료 독서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막 커가는 시점이었기에 사람들이 유료 커뮤니티에는 조금 익숙해지고 있었다. 과거에 한토막 기사 수준으로 글을 쓰던 것을 더 깊게 파고 연구하면 훨씬 다양한 콘텐츠로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약 3년여간 꾸준히 하면서 콘텐츠도 쌓이고 그 과정에서 나의 역량도 더욱 발전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와 대기업, 스타트업을 모두 거친 나의 경험을 활용하여 모 대기업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 몇몇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디벨롭 핑을 돕기도 하고 처음의 문제의식을 해결하기 위한 온라인 서비스와 오프라인 커뮤니티 및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시도하기 시작했다.
돌아보니 이것이 성장 마인드셋이었고 나의 지적 생산을 위한 코어 근육을 키우는 과정이었다. 큰 조직에 있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창업을 하는 모든 과정에서 ‘나’를 위해 일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하려는 간절함으로 임했다. 일하는 과정이 나의 역량이 되고 콘텐츠가 되게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하다 보니 일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달라졌다. 배우고 일한 것들이 쌓이고 연결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시도하게 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되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계획하고 하지 않았다. 문제의식만 있었을 뿐. 그 문제의식으로 뭐든 하자고 해서 일단 기록하는 습관 만들기를 일단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일하는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이 모든 것을 통해 나의 역량을 키우고 ‘성장’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매일 글을 쓰기 위해 생각하고 정리하다 보니 조금 체계적으로 정리가 된 것 같다.
결론은 성장 마인드셋이 지적 생산을 위한 코어 근육 기르기의 시작이다. 그 시간들에서 ‘쌓인’것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힘을 키워주더라. 나는 소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듯이 우연히 여기까지 이르렀지만 이를 의도적으로 생각하고 일을 하고 건강한 습관을 만들고 시간을 보낸다면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조직의 미래와는 무관하게. 조직에 종속됨이 없이. 그러니 지금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적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의 작은 차이가 쌓여 나의 큰 변화를 이루어줄 것을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