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앞에서 떠오르는 얼굴들
어느 날 해물찜을 먹는데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함께 하던 지난 시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던 사람. 하얀 화면 앞에서 그 어여쁜 사람과 연관된 단어를 나열하며 문장을 만들고 단락을 채웠다. 글을 완성하자 프라푸치노를 손에 쥐어 주던 친구가 떠올랐다. 시절인연. 그들은 '나의 한 때'에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준, 이제는 남이 된 사람들이다. 아픈 마음을 붙잡고 원망하던 나는 마흔이 되었고, 지난날의 상처를 애틋하게 바라볼 수 있는 넉넉한 눈을 뜨게 되었다. 그 시절 내가, 우리가 함께 행복했다면 충분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언제나 음식이 끼어든다. 내게는 매운맛 해물찜과 시린 프라푸치노가 그랬다. 하나 둘 글을 완성하면서 미각과 사람으로 만들어진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한 끼 식사를 함께 하는 건 영혼을 나누는 일이라더니 타인과 뒤엉켰던 나의 영혼이 드디어 말문을 튼 것일까? 잠잠하게 묻혀있던 이야기들을 의식의 수면 위로 하나 둘 건져 올리며 나는 다시 그 시절을 살고 있다.
누구나 맛있는 음식과 연관된 추억과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단지 의식하지 못할 뿐. 나의 에세이가 누군가의 마음속 깊이 새겨진 추억의 맛을 꺼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