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독서모임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것이 바로 수백만 번 반복되는 현대의 비극이다. 혈관에 화학약품을 투여하고 목구멍에 관을 삽입하고 살에 수술로 꿰맨 자국을 가진 채 죽어가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더 단축시키고, 삶의 질을 악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거의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는 의사들이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사들에게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31차 카멜독서모임(카독)은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로 나눴습니다.
1년 4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거르지 않고 좋은 책을 읽으며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나눈다는 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게 만듭니다. 토요일 이른 아침, 생기넘치고 활기찬 얼굴을 마주한 카독 멤버들은 이내 묵직하고 진지한 주제에 다가섰습니다.
우리나라는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2030년에는 24.3%, 2050년에는 40.1%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툴 가완디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이러한 사회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현대 의학은 생명을 연장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길어진 노년의 삶과 질병으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의학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의 삶을 어떻게 소외시키는지 조목조목 진단하며,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치료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집니다.
원제 <Being mirtal>에서 알 수 있듯, 유한한 존재인 우리들이 무엇을 위해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의학적 싸움을 벌여야 하는지 되묻는 저자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한계를 인정할 때 비로소 인간다운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카독 멤버들은 저마다의 특별한 스토리를 얘기하고, 애써 외면해왔던 죽음에 대해 마주하는 순간을 가졌습니다. ‘죽기 전 꼭 해보고 싶은 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자신의 마지막’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마지막이 어떠했으면 좋은지, 어떠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남아있는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어떠한 것인지, 시종 솔직하고 진지한 얘기를 나누며 함께 공감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건 우울함이나 비관적인 것이 아닙니다. 도리어 현재의 시간을 껴안고, 이 순간의 삶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고, 삶의 본질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결국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 라는 아툴 가완디의 말은 그래서 여전히 유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