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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Oct 09. 2021

가족 캠핑 준비하는 초보아빠를 위한 캠핑의 기초

캠핑 장비 마련은 절대 임기응변식으로 하면 안 된다


지난 글에서 캠핑의 효용과 그 시작법을 살폈다. 아이들에 정말 유용하니 캠핑을 시작하라, 하지만 고려할게 너무 많으니 일단 글램핑으로 시작해서 리스크를 줄이라, 그리고 아이들에게 수확의 기쁨을 맛보게 하고 어둠에 친숙해지게 하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번 글은 캠핑의 응용 편이다.


캠핑 장비 마련은 캠핑에 임박해서 임기응변으로 하면 안 된다. 그러면 반드시 다시 사게 된다. 멀쩡해도 다시 사게 된다. 왜? 더 좋은 장비를 보면 내 장비가 미워 보이기 때문이다. 캠핑 장비를 사기 전에 자기 자신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자기 스타일에 맞춰 장비의 열을 맞추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다. 아웃도어 활동에서 자신의 관심 방향을 읽어야 한다


먼저 자신이 하드웨어주의자와 소프트웨어주의자 중 어느 쪽인지 파악해야 한다. 오디오 스피커 성능에 관심이 많은지 클래식 곡 감상에 관심이 많은지 아웃도어 활동에서 자신의 관심 방향을 읽어야 한다. 캠핑에서 하드웨어주의자가 되려면 물리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캠핑 짐을 싣고 내리며 아파트를 서너 번 오르내려도 지치지 않을 정도의 체력이 필요하다.


되도록 후자를 권하고 싶다. 캠핑에서는 장비를 줄이는 것을 ‘미니멀 캠핑’이라고 부른다. 간단히 설명하면 의자든 테이블이든 뭐든 낮추면 된다. 이렇게 ‘로우 캠핑’으로 설계하면 장비가 작아진다. 조금 옹색해 보일 수 있지만 이렇게 하면 가볍고 더 예쁘다.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캠핑을 안 따라오게 되었을 때 백패킹으로 전환할 때도 유리하다.



장비 다음은 캠핑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액티비티다. 이건 사실 고민을 안 해도 된다. 핸드폰만 빼앗으면 된다. 아이들은 기가 막히게 놀이를 찾아낸다. 그리고 개발한다. 캠핑삽과 망치만 쥐어줘도 된다. 하루 종일 흙을 파고 돌을 치면서 논다. 최고의 놀이는 아이들 스스로 창조하는 놀이다.


가끔 ‘아빠의 한 수’로 아이들의 즐거움을 배가 시킬 수 있다. 평창의 캠핑장에 갔을 때 굴러다니는 나무토막이 많길래 못으로 박아서 닻을 하나씩 달아 주었다. 그랬더니 조그만 나룻배가 되었다. 아이들이 각자 하나씩 그 나룻배를 들고 계곡으로 가서 시합을 했다. 제작비 0원.


캠핑에서는 아이들에게도 역할을 주는 것이 좋다. 뮤지션이 함께 한 캠핑이 있었는데 공연 전에 아이들에게 캠핑장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알리라고 깡통과 나발을 주었다. 아이들은 마치 곡마단처럼 다니며 신나게 공연 시작을 알렸다.


아이들은 가만 놔둬도 정말 잘 논다. 아이들끼리 나이가 비슷하면 노는데 집중하지만 나이가 다르면 챙기는 아이가 나타난다. 나름 언니 노릇 형 노릇을 하는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 흐뭇하다. 여러 가족이 함께 캠핑을 가면 유기적이어야 하는데 아이들도 스스로 역할을 하며 유기성을 높인다.



여러 가족이 공동 캠핑을 하면 부부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된다. 1박2일 동안 붙어 있으면 삶의 풍경을 엿보고 들키게 된다. 첫 캠핑에서는 엿보기 정도로 끝나는데 두 번째 캠핑에서는 간섭이 나타난다. 나쁜 간섭은 아니다.


이를테면 이런 간섭이다. 손 하나 까딱 않고 아내에게 잔심부름을 계속 시키는 남편에게 다른 집 부인이 자연스럽게 훈계를 한다. 아내는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남편은 곤혹스러워한다. 모난 가족관계가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튜닝이 된다. 다른 집 남편이 술을 많이 마셔도 간섭하고 말이 거칠어도 간섭하는데, 한국형 커뮤니티의 특징인 듯하다.


마지막으로 캠핑의 효용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꼰대 백신이라는 점이다. 꼰대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손발이 게을러지기 때문이다. 내 손발을 움직이지 않으려니 남이 해주길 바라게 되고 남이 해주길 바라게 되니 남이 움직이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그것이 꼰대다.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버릇을 기르면 꼰대를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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