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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May 12. 2021

결핍은 나의 힘


종종 내 글을 읽는 이들의 심리가 궁금하다

내 메모는 친절하지도 않고

편안하게 읽히지도 않는다

그리고  거칠고 수시로 도발적이다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 한 지인

길지 않게, 명료하게, 가볍게, 부드럽게 위로하는 글과 사진을 올리길 당부한다


글의 대상을 보면 기어이 상처 난 뿌리를 들추어 비추어보고 긁어내어 현미경 아래에서 확대해 본다

그 결과가 기쁨과 사랑과 만족이라면 내가 아는 삶의 목록과는 일치하지 않으므로 관심 대상에서 멀어지기 쉽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일은 많지 않았다

때때로 그 깊이 숨은 상처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


아이러니한 것은 내 상처의 깊이만큼만

타인의 상처가 보였다

사람이 보였다

시집이 읽혔다


슬픔과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괴이한 이유가 이렇게 내면에 자리 잡게 되었다


주로 극복과 성취와 행복을 제출하는 이들에게는 사실 아무 할 말이 없다

풍성하게 차려진 식탁에 내 초라한 식기를 얹어 분위기를 망칠 수는 없는 일이다

그저 멋져요 훌륭해요라고 메아리치는

주변의 찬사를 듣고 넘길 뿐이다


그는 왜 성찬을 차리면서 칼날에 베었을법한 상처는 보여주지 않을까...


내 영혼이 움직이는 포인트는 이렇게 타인과

사뭇 다르다

나 자신도 글을 쓰면서 이런 사실을 구체적으로 감지하게 되었다


글을 올리고 나서 아무 알림도 오지 않으면 좋으련만 반응을 보이는 독자가 있기에

자연스럽게 또 관심이 생긴다

이미 가까운 모든 분들의 구독 라인을 모두 정리했음에도 들어와 읽고 표시까지 남기는 선량들에게는 늘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들의 멘트와 표시 이전에 기본적인 클릭 행위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현상을 목격한다

그때마다 답방으로 따끈한 최신 작품들을

맛보는 즐거움은 선물과도 같다


알고 보면 이런 과정도 극히 이기적이고 당돌한 관계 설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에너지의 한계로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한 적이 있다

물론 그런 선언 따위로 관계의 평등함이 기울어짐을 용서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 페이지에 눈길을 보내주시는 분들은 한없이 자비로운 순수한 인종일 것이다

부족하지만 글을 올릴 때마다

그 사실을 잊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밖을 향하던 시선이

점점 안으로 향함을 감지한다

그러므로 글에 대한

구독과 반응의 상대적 무게는 줄어들고

스스로에 대한 솔직함과 이해의 중요성이 커졌다

칭찬이나 비난에 들뜨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시간을 두고 글을 다시 읽었을 때 부끄럽지 않은

이야기의 표정이 더욱 의미 높아졌다


이곳의 작가들은 함께 막장 속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같다

공기조차 희박한 깊은 땅속에서 일념으로

금맥을 찾는 이들

굳이 이곳에 글을 올림은 서로의 격려로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이해해보지만 그래도

일말의 궁금함은 남는다

한 때는

- 저와는 사뭇 다른 글을 쓰시는데 자주 들어오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 다르기 때문에 들어와서 읽어봅니다


순간 우문현답이 떠올랐다

아주 달라야 호기심이 생기고

아주 닮아야 공감이 증폭된다






결핍은 나의 힘이라고 했지만

그 결핍은 흔히 상처를 빚어낸다

때론 치명적인 상처로 발전하여

로열층의 아파트에서도

마음은 베란다 끝을 향하기도 한다

어느 누가 이해하랴

미세한 상처가 영혼까지 무너뜨림


그러므로 그 결핍을 인지하고 저항하는 힘은

오늘의 나를 지탱하는 힘이다

혹은 그 일을 기록함은 레지스탕트의

최후의 의지와도 닮아 있다


기형도 시인은 질투는 나의 힘이라고 천명했다

젊은 시인은 미완의 사랑과 정착하지 못한 영혼의 흔들림으로 그 질투의 힘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

시인은 질투라는 낱말 뒤에 크나큰 상처를

숨기고 살았

그 상처로 인해 전 생애를 지탱하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그렇게 그는 시인의 진정한 본령에

가까이 다가갔다

나는 한때 그러한 운명적 결말이 두려워

시집 따위는 전혀 펼쳐보지도 않았었


그러나 결국 보아야 할 것은 봐야 하고

들어야 할 것은 들어야 했다

그것은 내 의지 밖의 일이기도 하다

내가 소유한 결핍은 아무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생의 등짐이다


존재는 필연적으로 결핍을 겪고

결핍은 질투와 상처를 유발한다



(오늘은 어디에선가 한 잔 술을 하게 될 것 같다)



철책 밖으로 몸을 내민  선정릉의 들풀. 이름을 알고나면 무거워지는 존재의 의미. 알수없음으로 우리는 가볍게 서로 통했다. 근데 자기는 애기똥풀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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