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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화과 Jan 29. 2024

임테기 '매직아이'의 두 얼굴

"임신인가요?"

임신테스트기의 노예가 됐다. 병원에서 피 검사로 인간 융모성 생식선자극 호르몬(hCG), 이른바 임신호르몬 수치를 확인했지만 초음파로 아기집은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태. 병원에서는 1주일 뒤에 아기집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 그때 오라고 말했다. 단, 아기집이 잘 지어졌을 경우에.


내가 임산부인지 아닌지, 내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나도 모른다.


다시 네이버 검색에 매달렸고, 자연스럽게 맘카페라는 새로운 세상에 진입했다. 그리고 이 시기 임산부들은 매일 같은 시간에 임테기로 임테기 선이 전날보다 진해지고 있는지 확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임신 과정이 잘 진행 중이라면 임신호르몬 농도가 갈수록 짙어지고 임테기 선도 진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 줄이라고 다 같은 두 줄이 아니고, 내 눈에는 희미하더라도 두 줄인데 실상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맘카페에 '임테기'를 검색해보면 자신의 임테기 사진을 올리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임테기 좀 봐주세요. 임신 맞나요?" "저 혼자만 두 줄로 보이는 '매직아이'인가요?" '인구소멸' '인구절벽'을 말하는 합계출산율 0.7의 저출생 국가에서 의아한 일이다. 내놓고 말하지 못해서 그렇지, 난임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그토록 많다. 난임이 아니더라도 임신 과정은 참 원초적이고 불가해하다. 내 몸에서 임신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 건지 나조차도 모른다니. AI가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사람 장기도 바꿔끼우고, 곧 뇌에 컴퓨터칩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기계를 제어한다는데(뉴럴 링크) 임신 과정은 도대체 왜…


무엇보다 사람들이 맘카페 게시판에 매달리는 건 임신이 참 외로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내 몸에 새로운 존재를 품게 돼 둘이 되는데 외롭다고?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임신 과정에서 벌어지는 신체적 변화는 오로지 나 혼자 겪는다. 혹여나 이상이 생긴다면 그것을 감지할 수 있는 건 나 혼자뿐이다. 초산이면 난생 처음 경험하는 변화들인데도. 나도 뭐가 뭔지 모르는데. 새 생명을 함께 만든 남편조차 이 불확실성은 알지 못한다. 증상을 설명해봤자 모르고, (컨디션 난조로) 설명할 힘도 없으며, 알아듣는다 해도 그 역시 초보운전자라 길을 모르긴 마찬가지다. 그러니 '선배' 엄마들이 있는 맘카페에 드나드는 수밖에.


일주일간 날마다 임테기 사진을 기록하던 나는 '임테기 매직아이'를 둘러싼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임신 전부터 사용하던 월경 주기 기록 앱 자유게시판에는 "임테기 좀 봐주세요. 이거 임신 아니겠죠?" 하고 사진을 올리는 젊은 여자들, 혹은 학생들이 적지 않다. 사연은 저마다 다르다. 피임을 철저히 했는데 월경이 평소보다 늦어져서, 애인이 피임을 거부해서 딱 한 번… 이 경우에도 임신의 징후를 알아차리는 건 오로지 여자의 몫이다. 그리고 그 파악이 늦어졌을 때 온갖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여자의 몸이겠지.


글을 올린 (아마도 나보다 어릴) 여자들은 복통이나 미열 같은 사소한 신체 변화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오죽하면 그 앱에서는 임테기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AI로 두 줄 여부를 판독해주는 기능까지 있다. 날마다 임테기 선이 진해지기를 바라면서 일주일을 보내고 있는 나인데도, "한 줄 맞죠? 한 줄이라고 말해주세요" 그 마음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임테기 좀 봐주세요. 임신인가요?" 묻는 두 가지 마음. 둘 다 외롭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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