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받아쓰기 03 ] 보기
그러고 보니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어땠을까 또는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하는 생각.
후회보다는 미련이 가득 찬 생각풍선을 날리며 친구들끼리 흔하게 물어볼 수도 있는 이야기들은 지금의 내 기억상에는 남아 있지 않다.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기보다는 그런 말을 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될까 봐 다른 옷을 입혀두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Time Warp, Time Loop, Time Slip, TIme Leap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미래를 바꾸어 새로운 현재를 맞이하는 픽션들은 많다. 과거의 선택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감정이 전이되어 영화나 소설 속 인물들을 대신해 젖은 눈과 빰을 하고 후회하는 마음으로 앉아 있기도 한다. 보고 읽으면서 감동도 받고 '작가는 천재야.'라는 생각과 함께 마무리한다. 딱 거기까지. 아무리 상상 속의 공간이라도 내게 주어진 시간을 돌리기 위해서 끝없이 앞으로 구르거나 뛰어내리고, 반복되는 하루를 살거나, 계속해서 죽고 살아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벌써 '옛날 영화'가 되어버린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늦여름밤의 꿈'을 위해서라면 주말 낮시간을 비워 둘 의향이 있다. 내 꿈의 공간이니, 우디 앨런에게는 내가 원하는 설정으로 바꾸어 달라고 하겠다. 1920년대에서 1888년 10월로, 장소는 파리에서 프랑스 남부에 있는 아를. 그곳에서 화가 두 명을 동시에 만나게 된다.
나의 그림 실력으로는 고흐가 꿈꿨던 아를의 화가들 모임에는 들어갈 수 없으니, 일단 그가 매일 갔다던 지누 부인의 카페에 취직을 해서 통성명을 하고 '아는 사람'이 되는 거다. 지금껏 직장생활을 하면서 얻게 된 모든 노하우를 동원하여 빨리 친해지도록 하겠다. 자신 있다! 그리고는 그의 노란 집으로 초대를 받아 볼 생각이다. 그가 노란색을 만들고 붓으로 터치하는 그 순간을 한 걸음 뒤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을 기대해본다. 진정한 Fan心은 섬세함에 있다. 영양제와 비타민들을 가지고 가서 고흐가 먹는 음식 안에 교묘히 넣어 건강도 챙겨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지누 부인과 먼저 친해지기.
온 정성을 다해 카페에서 일을 하고 그녀의 넘버원 직원이 되어야 한다. 고갱이 노란 집에 도착하는 날, 지누 아주머니와 함께 작은 환영식을 위한 음식 준비를 하겠다. 그가 여행으로 너무 피로해하지 않는다면 긴 시간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어떻게 하면 취미로 하던 그림을 위해 커다란 연봉을 챙겨주던 직장에 사직서를 쿨하게 던지고 화가의 길로 완벽한 올인을 할 수 있었는지. 큰 선택 이후, 어려운 시기를 맞을 때면 자존감은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물어볼 것이다.
고흐와 고갱이 그들 방 창문에서 만나는 풍경을 담아 작업을 하고 있는 시간이면, 최대한 천천히 그 앞을 지나갈 것이다. 나의 모습이 그들의 그림 속에서도 걷고 있을 수 있도록 말이다. 찬 바람에 옷을 단단히 입고 걸어가는 실루엣만 나타나는 무명인 두 명. 그중의 한 명이 내가 될 수도 있을 그런 시간을 꿈꿔 본다.
Now this is a really interesting picture..
Now in the middle of the picture in the upper left, there are two men walking together.
Far in front of them, there are two ladies.
One is walking in front of the other one.
Now, in the middle and to the right of the picture, there are two tall trees with no leaves. And there’s a big gap between the two trees.
The trunks look like big triangles.
Now, in front of the two ladies, there is a big, big bush.
And to the right of that, is a very nice red picket fence that goes right under those big triangle tree trunks.
Te raau rahi (The Big Tree) by Paul Gauguin 1891
Credit : Kate L. Brewster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LINK
Arlésiennes (Mistral) by Paul Gauguin, 1888
credit : Mr. and Mrs. Lewis Larned Coburn Memorial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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