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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기고라니 Dec 03. 2020

29세 우당탕탕 내집마련기 0.서론

0.서론 : 나는 왜 집을 사게 되었는가

2020년 11월 29일,

신용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하루 전날,

만 29세의 나는 서울에서 생애 첫 아파트를 구입하는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주거 불안정에 너무나도 스트레스 받아왔던 나이기에,

내가 왜 뉴스에서 그렇게 말하는 2030 영끌족이 되었는지 설명하면서

불안한 경제 상황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 싶으나 막막한 나의 또래들을 위해

매수 후기와 가이드를 작성하고자 한다.


이 후기가 언제까지 진행될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다.

주거 불안정과 막막함에 시달리고 있는 또래들도,

현 부동산 시장의 큰손인 우리 부모님 세대들도

에세이처럼 재밌게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론은 지극히 나의 패닉바잉 사유가 된

개인적인 이야기므로

스킵하셔도 좋습니다.




29세 우당탕탕 내집마련기

0. 서론 : 나는 왜 집을 사게 되었는가




1. 날카로운 가양동 아파트의 추억


2016년 8월, 사회생활 1년차에서 2년차로 접어들고 있던 나는 먹고 놀러다니고 돈 쓰는 일에 여념이 없었다.

어느 날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가양동으로 아파트 보러 가자. 2억 1천에 소형 아파트가 나왔는데, 좀 오래된 아파트긴 해.

그치만 너가 살기엔 충분한 17평이고, 가양역 근처고 한강변이라 괜찮을 거야.

가양역은 9호선 급행이고, 공항철도도 들어올거니까 투자가치도 좋아서 금방 오를거야."


나는 투자가치까지는 들리지도 않았고,

6평 원룸에 살고 있었기에

17평으로 이사 가라는 얘기에 좋다고 엄마를 따라나서서 생애 첫 임장을 하러 갔다.


그러나.....


나는 그날 머리털 나고 복도식 아파트를 처음 보았다.


나보다 나이 많은 연식, 덜컹거리는 엘리베이터, 으스스한 복도, 살벌한 방범창....


안락한 부모님의 아파트와 신축 오피스텔에서만 평생을 살아온 나에게는 너무나도 살기 싫은 곳이었고,

직장(광화문)에서도 멀어지며, 무엇보다 사회 초년부터 빚을 지고 시작하는 것이 싫었기에,

엄마에게 사지 않겠다고 했다.




그 아파트는 가양동 강변3단지이다. 2016년 8월에 2억 천에 나왔던 소형 아파트,

2020년 12월 현재의 가격은 얼마인지 알아보자.





.........................그만 알아보자.


나는 그렇게 최소 3억을 벌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볼수록 속이 상하니 더 말하지 않겠다.






2. 더럽게 운 좋은 놈



평소와 똑같은 일상, 어느 날 또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동생 아파트 당첨됐다"


혼자 살면서 서울에 거주하고 있던 나는

나보다 어린 25살의 남동생이

청약에 당첨되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동생은 엄마 말만 듣고 인천의 가정 신도시에

아무 생각 없이 생애 첫 청약을 넣었고,

그것이 덜컥 당첨이 되어버렸다....



동생과 나는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

공부든 인간관계든 뭐든 치열하게 하고 혼자 알아서 하는 나와는 다르게, 동생은 어리버리하고 혼자만 여유 넘치고 손이 참 많이 가는 스타일이다.

공부도 내가 더 열심히 했고, 일도 내가 더 열심히 하고,

돈도 내가 더 많이 버는데,

주민등록등본 내 바로 밑에 있는 호적메이트가

그.. 뉴스에서만 보던 청약 당첨이라고...?


가점제 100% 지역인 서울에 살고 있는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청약통장을 부었으나

17점이라는 초라한 점수로는 서울 어디도 비빌 수 없었다.


그러나 인천은 그 당시 일부 추첨제였고,

동생은 기가 막히게 그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었다.

(지금은 인천도 다 가점제로 바뀜)


상대적 박탈감이 올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남동생이 평생의 운을 그때 다 썼다고 생각했으나,

엄마가 피 2천에 팔자고 한 것을 귀찮다고(...) 거절하여

현재 피가 1억이 넘는 것을 보며


더럽게 운 좋은 놈은 이길수가 없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막상 당사자는 본인이 그렇게 운이 좋은 것을

잘 모르는 것이 열폭 포인트이다.


....정말 더럽게 운 좋은 놈.




3. 주거불안정의 서러움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고 있는 20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갑을 관계의 서러움.


내가 살고 있는 6평 원룸 오피스텔의 집주인은

임대사업자였고,

해당 건물에 5개가 넘는 방을 가지고 원룸 장사를 했다.

모든 임대사업자를 나쁘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의 집주인님은 생활에 필수적인 수리 비용은

일절 거절했고, 모두 내 돈으로 충당해야만 했다.

그리고 1년에 전세를 2천씩 올리면서, 너 따위 나가면

월세 받을 수 있어서 더 좋으니

나가든지 말든지 하는 태도였다.

나는 항상 집주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빌빌 길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5년이 넘어가니 서러움은 점점 더 누적되어가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계약 갱신일 날, 매매가 1.65억인 오피스텔을 전세를 1.7억을 받겠다고 통보하며 그간 나의 서러움이 폭발했다.

나도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시장논리에 대해 이해하고 있으며,

그것이 그 사람에게는 실리적인 결정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내 부모 뻘 되는 사람이, 그것도 자식도 있는 사람이,

정말 자식 또래의 아이들을 상대로

저렇게까지 매정하게 상대하고,

생때같은 자식들을 인질로 그 부모들에게서

이득을 취하려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부동산의 시장논리를 넘어,

정~~~말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했다..

부동산은 다른 투자와는 다르게 사람의 삶의 질을

매우 크게 좌우하는 "주거" 와 연결되어 있는 요소이다.

그 부분을 정말 단 하나도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나는 많이 서러웠다.

더군다나 부동산 또한, 거래를 많이 하는 손님인

집주인의 편이지 나의 편이 아니었다.


이 글을 보고 계시는 같은 처지의

임대사업자 분들이 있다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 사는 세상이다. 이제 막 꿈의 날개를 펼치는 어린 학생들과 사회초년생들이 있다면,

조금의 인간적인 자비는 베풀어주셨으면 하는 부탁과... 바람이다.




이렇게 나는, 집을 갖고 싶어 혈안이 된 20대가 되었다.

그러나 계속 쏟아지는 부동산 규제정책 때문에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지는 듯했다.


거의 포기 상태에 다다를 때쯤, 새로운 규제가 나왔다.




내 연봉과는 상관없이 신용대출이 규제된다는 말.


신용대출이 막히면 정말 나는 영끌의 영끌을 해서라도

집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었다.

움직여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얼른 실행에 나섰다.




다음편 >>


1. 적당한 선에서 포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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